메뉴 건너뛰기

close

비록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 같은 뮤지컬 전용극장가는 없지만 요즘 서울에서는 거의 매달 최소 한 두편 이상씩의 꽤 볼만한 뮤지컬을 만날 수 있다. 경제가 어렵다지만 뮤지컬을 공연하고 있는 극장들을 보면 별로 그런것을 실감하기 어려운 편이다.

 

오늘은 지난 월 초부터 시작되어 이달까지만 상연되는 약간은 색깔이 뚜렷한 두개의 뮤지컬을 소개하고자 한다. 두 작품은 모두 첫 상연도 아니고 국내에서는 이미 여러번씩 상연되었던 작품들인 <뮤지컬 시카고>와 <바람의 나라>다.

 

기자가 말하는 색깔이 뚜렷하다는 것은 일반적이기보다는 이 뮤지컬들의 감상 포인트가 각각 매우 뚜렷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색깔이 뚜렷하다는 것은 그만큼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미 이 작품들이 국내에서 최소 2~3번씩은 상연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 뮤지컬 시카고의 주요장면 동영상 관능적인 매혹이 고혹적인 뮤지컬 시카고에 나오는 음악들 중 6곡의 주요 장면들을 하이라이트로 담아보았다.
ⓒ 문성식

관련영상보기

 

어둠 속 관능적인 매혹의 자태, <뮤지컬 시카고>


지난 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상연되고 있는<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한편의 블랙 코미디물로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으며 국내에는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이번까지 6회째 리바이벌 되는 공연으로 이번 공연에는 브로드웨이의 오리지널 스테프들이 직접 참가하였다.

 

주된 줄거리는 살인 범죄를 저지른 벨마와 록시, 이 두명의 아리따운 여죄수들이 돈만 주면 살인범도 유죄를 무죄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유능한 변호사인 빌리 플린을 만나서 결국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된다는 해피엔딩 스토리인데 교활한 방법으로 감옥을 벗어나서도 끝내 뉘우치기보다는 오히려 엉뚱한 섭섭함을 말하거나 자신들을 미화하는 그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결코 '해피'할 수 없는 내용이다. 

 

보편적인 극의 형식이랄 수 있는 권선징악적 구도를 따르지 않은 채 결론적으로 악이 승리하는 이야기를 끌어냄으로 인해 관객들은 이 공연을 보고 있는 내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현실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때에 일탈의 공간인 극 중에서조차도 현실 못지 않게 암울하고 어둡다면 과연 어느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이 뮤지컬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변하지도 않는 검은색 무대 배경 위에서 '어둠 속의 관능적인 매력'을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밥 파시의 스타일로 재현하여 보여주는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아주 탁월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특히 대표곡 중에 하나인 'All That Jazz' 나 'Roxie' 같은 경우 왠지 끈적 끈적한 느낌이 들 정도로 관능적이다 못해 고혹적이기까지 한 섹시한 매력의 안무가 경쾌한 재즈음악과 함께 아주 잘 어울리는 궁합을 이루고 있는데 더더욱 중요한 점은 옥주현과 최정원, 배해선, 인순이, 허준호 같은 호화 캐스팅들의 숙련된 연기가 이를 더욱 빛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작품은 내용이나 여러 면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가기는 좀 곤란하거나 민망할 수 있는 작품이다. 성인 관광 나이트에 어린 아이들을 데려갈 수 없는 것처럼 이 작품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공식적인 '관람등급'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 <바람의 나라> 주요 장면들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제국의 여명의 아침을 노래하고 있다. 강성한 제국의 여명을 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여기에 호동의 비극이 잉태된다.
ⓒ 문성식

관련영상보기

 

호동왕자의 비극, 제국의 아침을 노래한 <바람의 나라>

 

지난 6월 10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는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기자에겐 뮤지컬 <태풍>으로 꽤 깊은 인상을 주었던 서울예술단이 김진의 원작 만화 <바람의 나라>를 각색하여 지난 2006년과 2007년에 이어 이번에 3번째로 올리고 있는 작품이다.

 

솔직히 처음에 이 작품을 보고 난 기자는 어리둥절해 하며 서울예술단 언론 담당자에게 "대체 제가 무얼 본거죠?"라고 물을 정도로 상당히 생소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하지만 그가 내게 해준 답변처럼, 그리고 지난 기자 간담회 때 연출자 이지나가 말했던 것처럼 실제로는 상당히 간단한 작품이고 또한 두번째 보게 되면 더욱 더 확실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한민족의 고대역사를 깡그리 부정하는 친일사관과 이에 더하여 신라중심의 역사교육으로 인해 우리에겐 여전히 머나먼 나라로 여겨지는 고구려 제국의 초기시절을 다루고 있는데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손자인 대무신왕 무휼과 해명태자, 그리고 호동왕자의 부도符都(여기서는 국가관을 말한다)를 둘러싼 '살煞'의 대립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좀 더 쉽게 얘기하자면 낙랑공주와 사랑을 나누기까지 하였던 호동왕자는 주변 국가나 부족들과 전쟁이 아닌 평화와 공존을 꿈꾸는 것에 반하여 그의 아버지인 대무신왕 무휼이나 해명태자의 경우 강한 고구려, 정복과 확장을 통해 대제국 건설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결국 아비의 뜻과 정 반대되는 국가관을 가진 아들 호동왕자는 제거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제국의 여명을 열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호동이 바로 그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마는 것이다.

 

<바람의 나라> 역시 주요 볼거리는 전쟁 장면이나 무술장면 등 '뽀다구' 나는 안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했을 때 이 작품은 뮤지컬이나 댄스컬이기보다 '이미지컬'이라고까지 말하여진다. 즉, 이야기 흐름을 중심으로 매우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지기 보다는 각 장면 장면이 하나씩의 이미지를 만들면서 연결시킨 것으로 이왕이면 원작 만화를 본 사람이 그 내용을 떠올리면서 본다면 훨씬 더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원작 만화는 현재까지 오랜기간 연재되면서 출판사가 여러번 바뀐 탓에 몇몇 인터넷서점 등을 통해서야 <스페셜에디션>을 겨우 구할 수 있는 상태이고 시중에서는 원작만화를 소설로 옮겨놓은 소설 <바람의 나라>만이 유통되고 있는데 뮤지컬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의 전반부까지에 해당되는 부분을 볼 수가 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대무신왕 무휼과 해명태자, 그리고 호동왕자인데 실제로 이 극을 보는 관객에게 각인되는 인물은 무휼과 해명에 이어 호동왕자보다는 괴유가 더 부각되는 편이다. 괴유는 무휼을 따르는 핵심 전사다. 사실 괴유가 그 용모와 무술로 인해 너무 멋지게 부각됨에 따라 실제 무휼과 대립각을 이루면서 이 극의 후반부 중심축을 이루게 될 호동왕자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게 되고 이는 관객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산만해지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노래보다는 안무가 더 중심이 되는 뮤지컬

 

두 작품은 모두 노래보다는 안무가 더 부각 되고 또 주된 볼거리를 제공하는 뮤지컬이다. 하지만 결코 댄스컬은 아니다. 하나는 관능적인 안무, 또 하나는 전쟁 장면 등의 무술안무 등이 위주가 되는데 둘 다 개성이 강한 뮤지컬이기 때문에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든지 <지붕위의 바이올린>, <드림걸즈>, <오페라의 유령>같은 일반적인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색다른 묘미를 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좀 안 맞을 수도 있는 편이다.

 

따라서 본 기사에 함께 올린 맛보기 동영상들이 관객들에게 있어 좋은 선택의 길잡이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성이 있는 뮤지컬이니 만큼 맞는 관객에게는 결코 놓쳐서는 안될 만한 작품일 수 있고 또한 훌륭한 작품들이다 보니 아마도 내년에 또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만 그래도 이번에 놓치면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태그:#뮤지컬 시카고, #뮤지컬 바람의 나라, #서울예술단, #신시컴퍼니,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반갑습니다. 이화미디어 http://ewha.com 대표 문성식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 되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