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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에서 가지를 뻗은 '아름다운재단'에서 '아름다운가게'를 만들면서 '아름다운헌책방'도 문을 열었습니다. 아름다운가게에도 헌책을 다루는 자리가 있기도 하지만, 서울 둘레에 군데군데 '헌책만 다루는 아름다운가게'를 열기도 했습니다. 영풍문고에서 매장 한쪽에 헌책방을 차리려고 했다가 밀어붙이지는 않았는데, 인터넷책방 '알라딘'이 헌책을 함께 다룬다며 뛰어들었고, '인터파크'에다가 '리브로'까지 헌책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돈 많고 이름 있는 이들이 헌책방 일에 뛰어들기 앞서도, 헌책방밭에서는 일찌감치 '수십만 권' 목록을 올려놓고 있던 인터넷헌책방이 여러 곳 있었습니다. 이 굵직굵직한 인터넷헌책방은 지난날에는 매장으로만 헌책을 다루다가 인터넷으로도 뛰어든 곳으로, 처음 열 때에나 오늘날이나 꾸준하게 한길을 알차게 걷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헌책방'을 알고 '헌책'을 알며 '책'을 압니다. 헌책방 책갈래 나누기는 새책방 책갈래 나누기하고는 사뭇 다름을 잘 알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을 살찌우는 책'하고 '그때그때 쓸모에 맞게 사들이는 책'을 알뜰히 나누어 다루는 눈썰미가 있습니다.

헌책방을 잘 모르는 분들이 처음 헌책방마실을 하면 으레 '참고서가 너무 많다'고들 이야기하는데, 헌책방을 참말 잘 모르는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에도 참고서가 얼마나 많습니까? 중간 크기 새책방도 마찬가지이고, 작은 동네 새책방도 매한가지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어떠한 '책방'이든 자습서와 참고서가 절반 가까이, 또는 절반 남짓을 차지하는 비뚤어진 얼개로 되어 있습니다.

문학을 한다거나 예술을 한다거나 학문을 한다거나 하는 분들 스스로도 고등학교를 마치는 날까지 '자습서 아닌 책'을 들여다볼 겨를이 없을 뿐더러, 스스로 찾을모를 느끼지 않곤 합니다. 대학생이 된다 하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날에는 '나 문학하는 사람이오'나 '나 학문하는 사람이오' 같은 말을 하는 이라 한다면, 집에 책 몇 만 권쯤 마땅히 갖추어 놓았습니다. 못해도 몇 천 권쯤 갖추어 놓았습니다. 책을 몇 천 권 갖추어 놓은 이라면 몇 만 권이나 몇 십만 권쯤은 읽은 손길일 텐데, 꼭 책을 많이 읽어야만 똑똑하거나 슬기롭거나 글을 잘 쓰지는 않습니다. 다만, 내 목소리만 앞세우기보다 다른 이 목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매무새요, 아무리 나보다 손아래라 하든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이라 하든, 배울 때에는 고개숙여 차근차근 배운다는 마음결입니다.

<헌책축제 2009>에서는 '헌책방이 아닌 인문예술 새책방'인 <이음책방>에는 예쁘장한 세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세트는 냉방이나 전등 하나 되어 있지 않아 안에는 어둡고 더위가 푹푹 찌기만 했습니다.
 <헌책축제 2009>에서는 '헌책방이 아닌 인문예술 새책방'인 <이음책방>에는 예쁘장한 세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세트는 냉방이나 전등 하나 되어 있지 않아 안에는 어둡고 더위가 푹푹 찌기만 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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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장 사이에 무대를 마련했는데, '정작 헌책방 매대'는 천막으로 쳐 놓고 끝이었습니다. '헌책방 아닌 새책방'은 예쁜 세트를 만들어 주었으면서.
 농구장 사이에 무대를 마련했는데, '정작 헌책방 매대'는 천막으로 쳐 놓고 끝이었습니다. '헌책방 아닌 새책방'은 예쁜 세트를 만들어 주었으면서.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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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회고전'이라는 전시회를 알리는 푯말. 이 푯말이 전시회 알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전시관 수위나 관계자 어느 누구도 '헌책축제 2009'에서 마련한 전시회가 있는 줄 모르고 있어서, 한참 헤매고 실랑이를 벌여야 했습니다.
 '헌책 회고전'이라는 전시회를 알리는 푯말. 이 푯말이 전시회 알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전시관 수위나 관계자 어느 누구도 '헌책축제 2009'에서 마련한 전시회가 있는 줄 모르고 있어서, 한참 헤매고 실랑이를 벌여야 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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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에 걸쳐, 서울 혜화동(대학로) 마로니에공원 한쪽에서 〈헌책축제 2009〉라는 책잔치가 펼쳐졌습니다. 이 책잔치를 언제부터 생각해 보면서 잔치마당을 마련하려고 애썼는지는 모릅니다만, '헌책, 이야기를 나누다'와 '헌책, 향기를 나누다' 두 가지로 나누어 "2009 헌책 축제는 상품으로 인식되는 책의 본질적인 가치를 들여다보고 오래된 것, 지나간 것, 없어져 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새롭게 회복시키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제법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책잔치를 열려고 하지 않았느냐 싶습니다.

더없이 좋은 뜻이요 그지없이 반가운 모습이라고 느낍니다. 왜 이만한 생각을 이제까지 안 했는지 궁금합니다. 해마다 '싸구려 떨이판'으로 치닫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은 허울좋은 이름으로 '국제도서전'이라 내걸지 말고 '돛떼기 책장터'라는 참모습으로 이름을 고쳐쓰든지, 옳고 바른 '국제도서전'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느냐 싶거든요. 파주책도시가 아닌 파주북시티라는 데에서 지난해에 펼쳐진 '북쇼'도 그렇습니다. 서울 홍대 앞에서 벌어지는 '와우북페스티벌'도 그렇습니다. 온통 영어로 발라 놓은 이름으로 책을 기린다고 하지만, 정작 벌어지는 모습은 '돛떼기 책장터'일 뿐입니다. 웬만한 인터넷새책방에서도 '그만큼 싸게 에누리하고' 있는데, 굳이 길바닥에 좌판 깔고 천막 펼쳐 맞돈을 주고받으면서 책을 눅게 다루는 일을 해야 하는가 궁금하고, 또 이렇게 ­'싸구려로 책팔기'를 하는 일을 놓고 '책잔치'라 할 수 있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널찍한 전시장에는 조촐히 만들어 놓은 전시대에 '낡은 책'을 몇 점 올려놓았는데, '어느 헌책방에나 흔히 있는 값싼 책'을 올려놓았을 뿐이라, 이렇게 할 바에는 무슨 전시 참뜻이 있는지 알 노릇이 없었습니다. 이 좋은 전시장을 이만큼으로밖에 꾸밀 수 없었을까요.
 널찍한 전시장에는 조촐히 만들어 놓은 전시대에 '낡은 책'을 몇 점 올려놓았는데, '어느 헌책방에나 흔히 있는 값싼 책'을 올려놓았을 뿐이라, 이렇게 할 바에는 무슨 전시 참뜻이 있는지 알 노릇이 없었습니다. 이 좋은 전시장을 이만큼으로밖에 꾸밀 수 없었을까요.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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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을 전시해 놓는 일'이란 어떻게 해야 한결 돋보이고 좋은가를, 주최한 분들이 제대로, 곰곰이, 깊이, 좀더 오래 헤아리고 살펴 주기를 바랍니다. 값싼 책 대충 얹어 놓는 일이 '전시'가 아닙니다.
 '헌책을 전시해 놓는 일'이란 어떻게 해야 한결 돋보이고 좋은가를, 주최한 분들이 제대로, 곰곰이, 깊이, 좀더 오래 헤아리고 살펴 주기를 바랍니다. 값싼 책 대충 얹어 놓는 일이 '전시'가 아닙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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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축제 2009〉에서는 (1) 헌책방 나들이, (2) 책 나눔장터, (3) 명사들의 헌책방, (4) 마임퍼포먼스-책 읽는 사람, 네 가지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첫째 행사 '헌책방 나들이'는 "자세한 헌책방 소개와 함께 맘에 드는 헌책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운이 좋으면 헌책방 주인과 헌책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하고 내걸었습니다. 둘째 행사 '책 나눔 장터'는 "헌책을 나누고자 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헌책을 자유롭게 판매하고 교환할 수 있는 난장마당."으로 꾸민다고 했습니다. '명사들의 헌책방'은 "명사와 문인, 저자들이 직접 자신의 소장 헌책을 기증하고 판매하는 행사."라면서 "수익금을 소외계층을 위해" 쓴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책 읽는 사람을 주제로 한 스테츄 마임이 행사장에서 열립니다." 하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네 가지 가운데 어느 한 가지를 제대로 펼쳐 보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임을 하는 분이 늦게 오셔서 저만 못 보지 않았을까 싶지만, 마임도 못 본 한편, '헌책방 나들이' 행사에서 어떠한 헌책방 주인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나중에 그 헌책방을 따로 찾아가서(저한테는 늘 찾아가는 단골 헌책방이기 때문에) 일꾼들한테 넌지시 여쭈었더니, 한결같이 "주최 측에서 책만 보내 달라고 해서 보냈다"고, 당신 가게를 지켜야지 그런 먼 데까지 갈 겨를이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행사를 연 분들이 내세운 말인 "운이 좋으면 헌책방 주인과" 만나서 헌책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소리는 뻥인 셈입니다. '책 나눔 장터'는 열렸는지 안 열렸는지 알 길이 없었고(행사장인 마로니에 공원에는 농구하는 아이들과 날갯짓하는 비둘기 말고는 '여느 시민이 나와 벌인 가판대'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명사들의 헌책방'은, 그저 대충 깔아 놓은 낡은 책 몇 가지 매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헌책축제 2009〉에서는 '2009 헌책 회고전'이라 하여, 마로니에공원 아르코미술관 2층에서 책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고 하기에 이 전시회를 들여다보려고 했는데, 전시관 관계자나 수위나 한목소리로 "그런 전시회가 있는 줄 모른다"고 하면서 "들어가려면 표를 끊고 들어가세요" 하고 붙잡았습니다. 더구나,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안내글이나 화살표 하나 없고, 전시관을 한참 헤매고 실랑이를 벌인 끝에 진땀을 흘리며 '표를 안 끊고(이 전시는 그냥 보는 자리이기 때문에)' 들어가 보니, 자원봉사자 한 사람은 누가 들어오거나 말거나 먼산바라기일 뿐입니다. 저는 서울 홍제동에서 헌책방을 꾸리는 분하고 〈헌책축제 2009〉 행사장에 함께 와서 둘러보았는데, 썰렁한 전시대 썰렁한 책들을 돌아보면서 두 사람 모두 혀를 끌끌 찼습니다. 이 넓고 좋은 전시장에 '어느 헌책방에 가 보아도 흔하게 쌓여 있는 책'을 이처럼 대충 늘어놓고 전시회 이름을 붙여도 되는가?' 하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주최한 쪽에서는, <헌책축제 2009>에 찾아온 사람들한테 '이 행사에 나온 헌책방 소개글'을 하나도 적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헌책방 일꾼은 스스로 당신 책방을 소개하는 글을 부랴부랴 적어 놓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헌책방들은 일꾼이 나오지 않았고, 혜화동 새책방 <이음책방> 한상준 사장만 나와 있었기에, 이렇게 손으로 길그림 하나 적어 붙였습니다.
 주최한 쪽에서는, <헌책축제 2009>에 찾아온 사람들한테 '이 행사에 나온 헌책방 소개글'을 하나도 적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헌책방 일꾼은 스스로 당신 책방을 소개하는 글을 부랴부랴 적어 놓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헌책방들은 일꾼이 나오지 않았고, 혜화동 새책방 <이음책방> 한상준 사장만 나와 있었기에, 이렇게 손으로 길그림 하나 적어 붙였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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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꾸민 <이음책방> 세트 옆에서, 행사를 꾀한 분이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하는 뒤로 세워져 있는 것이 '헌책나무'라는 조형물입니다.
 예쁘게 꾸민 <이음책방> 세트 옆에서, 행사를 꾀한 분이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하는 뒤로 세워져 있는 것이 '헌책나무'라는 조형물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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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행사를 한다면서 여러 곳에서 돈을 받았을 테고, 여러 사람이 도와주었을 테며, 여러 헌책방이 이름을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서울에서 맨 처음으로 펼쳐진 헌책방 잔치'라고 온갖 언론매체마다 홍보를 하면서도 '헌책방 잔치'라 할 만한 무슨 볼거리나 이야기거리란 한 가지도 찾아내기 어려웠습니다. '서울에서 펼치는 헌책방 잔치'라면서, 인천 배다리에 있는 헌책방 〈아벨서점〉은 왜 함께해야 했을까요? 서울 혜화동에 있는 헌책방은 왜 부르지 않았을까요? 혜화동에서 걸어가면 십 분이면 넉넉히 가 닿을 곳에 있는 청계천 헌책방은 왜 모시지 않았을까요? 아니, 참다운 뜻으로 헌책방 잔치를 서울에서 열겠다 한다면 청계천에서 맨 먼저 판을 벌여야 올바르지 않을는지요. 그 넓은 청계천광장은 두었다 어디에 써먹습니까. 더욱이 이 행사에 함께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헌책방이 아니라 '청소년 문화 쉼터'입니다(다만, 이곳 '이상북'은 헌책방으로 상호 등록을 했다고 합니다). 주최 쪽에서 예쁘장한 건물을 지어 주기도 한 〈이음책방(이음아트)〉는 혜화동에 자리하고 있는 인문예술 전문 새책방입니다. 헌책방 잔치라고 이름을 내걸었지만, 정작 '서울에 있는 헌책방'은 〈공씨책방〉과 〈문화당서점〉과 〈숨어있는 책〉 세 곳뿐인데, 주최한 쪽에서는 '세 군데 헌책방을 찾아가는 꼼꼼한 길그림이나 세 군데 헌책방 발자취나 이야기' 가운데 어느 한 가지도 행사마당에 마련해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헌책축제 2009〉를 알리는 인터넷방에는 이와 같은 안내그림이나 다른 이야기가 행사장에 잘 마련되어 있는 듯 적어 놓았습니다.

그예 〈서울국제도서전〉이나 〈북쇼〉나 〈와우북페스티벌〉이나 다름없는 '책장터'일 뿐이었습니다. 그나마, 〈헌책축제 2009〉는 돛데기 책장터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럴 까닭이, 사람들한테 제대로 알리지 못했을 뿐더러, 서울 골목길 구석구석 깃들어 있는 크고작은 헌책방을 비롯해, 인터넷으로도 크게 꾸리는 헌책방 들을 널리 맞아들이지 못했으니까요. 사람들이 얼마 없이 썰렁한 책장터였으니까, 돛데기판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명사들의 헌책방'이라고 하지만, 고작 '명사 싸인 하나 적은 책'을 대충 매대에 올려놓았을 뿐입니다.
 '명사들의 헌책방'이라고 하지만, 고작 '명사 싸인 하나 적은 책'을 대충 매대에 올려놓았을 뿐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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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름은 드높여 〈헌책축제 2009〉라 했지만, '헌책 파는 벼룩시장 2009'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해야 옳구나 싶습니다.

금요일(5/29)과 일요일(5/31)에 걸쳐 여러 시간 〈헌책축제 2009〉를 둘러보았습니다. 둘러보고 지켜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 많은 자원봉사자와 돈과 품을 들여 이만큼밖에 못하니 너무한다 싶으면서, 헌책방 문화를 조용히 낮은 자리에서 일구는 숱한 사람들한테 부끄러운 짓이라고 느꼈습니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사람들은 지난 2004년부터 '보수동 헌책방골목 잔치'를 헌책방 일꾼들 힘과 슬기를 모아 해마다 9월 마지막주에 펼치고 있습니다. 여느 때에도 사람들이 쏠쏠하게 찾아드는 보수동 헌책방골목이지만, 부산에서 책잔치를 벌일 때에는 발디딜 틈이 없도록 사람들로 미어터집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고 재미나는 행사가 끊이지 않으며, 헌책방 일꾼이며 책손이며 흐뭇하고 즐겁게 어우러집니다. 책이면 책, 노래면 노래, 마임이면 마임, 공연이면 공연, 전시면 전시, 사이좋게 어우러집니다. 당신들 스스로 헌책방골목을 살리자는 뜻이 있으면서, 당신들 스스로 온삶을 바쳐 온 '헌책방'이 우리네 책 문화에서 어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뼈속 깊이 느끼는 가운데 '책이란 우리 삶이요' 하는 말마디를 나누려는 마음결이 한결 돋보입니다.

농구장은 농구장으로 쓰도록 해야지요. 아이들이 농구하는 자리 앞에 이렇게 천막을 쳐놓으면... 서로서로 반갑지 못한 일이 되지 않을까요? 5월 29일 첫날은, '시간이 다 되어 철수할' 무렵이 되도록, 두 군데 헌책방 매대는 준비가 되지 않아 닫아 놓고 있었습니다.
 농구장은 농구장으로 쓰도록 해야지요. 아이들이 농구하는 자리 앞에 이렇게 천막을 쳐놓으면... 서로서로 반갑지 못한 일이 되지 않을까요? 5월 29일 첫날은, '시간이 다 되어 철수할' 무렵이 되도록, 두 군데 헌책방 매대는 준비가 되지 않아 닫아 놓고 있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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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다음 2010년에도 〈헌책축제 2010〉을 벌일지 안 벌일지 궁금합니다. 다음해에도 올해와 똑같이 썰렁하고 볼썽사납게 꾸밀는지, 다음해에는 깊이 고개숙이고 뉘우치면서 '헌책방 얕보기'에 머무는 모습을 털어낼는지 궁금합니다.

헌책은 싸구려 책이 아닙니다. 헌책은 값싸게 팔기만 하면 되는 책이 아닙니다. 헌책에는 세월이 녹아 있고 사람들 손때가 배어 있습니다. 책 하나 사고파는 사람들 손때뿐 아니라, 책 하나 일구느라 피땀 흘린 글쓴이들 손때가 알알이 배어들어서, 책이 처음 나온 그때뿐 아니라 글쓴이가 죽고 없는 먼 뒷날까지도 우리들한테 빛줄기를 살며시 선사합니다. 헌책방과 헌책과 책을 꾸밈없이 들여다보는 마음밭을 가꾸는 눈높이가 될 때에, 다시금 다소곳하고 다부지게 '헌책 잔치' 이름을 붙일 수 있기를 꿈꾸어 봅니다.

행사 첫날에는 안내종이조차 나오지 않았고, 행사를 열었다고 하는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겨우, 주최하는 안내소에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행사 첫날에는 안내종이조차 나오지 않았고, 행사를 열었다고 하는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겨우, 주최하는 안내소에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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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5/30)에는 가 보지 못했는데, 토요일에는 '책 나눔 장터' 천막이 열려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로니에공원은 한갓지게 나들이하는 사람과 비둘기만 점점이 있었습니다.
 토요일(5/30)에는 가 보지 못했는데, 토요일에는 '책 나눔 장터' 천막이 열려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로니에공원은 한갓지게 나들이하는 사람과 비둘기만 점점이 있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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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 덩그러니 놓아 두면서 '헌책방 소개'를 다 끝내 놓았습니다. 이렇게 해 놓으면서 '어떤 헌책방 문화'나 '어떤 책 문화'를 서로가 나눌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사진 한 장 덩그러니 놓아 두면서 '헌책방 소개'를 다 끝내 놓았습니다. 이렇게 해 놓으면서 '어떤 헌책방 문화'나 '어떤 책 문화'를 서로가 나눌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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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은 '자기가 맡은 헌책방 천막'에서 책을 물건으로만 팔 뿐, 자기가 맡은 헌책방이 어떤 곳이고 어디에 있으며 연락처는 어떻게 되는지를 하나도 알지 못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자기가 맡은 헌책방 천막'에서 책을 물건으로만 팔 뿐, 자기가 맡은 헌책방이 어떤 곳이고 어디에 있으며 연락처는 어떻게 되는지를 하나도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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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만든 세트이지만, 곰곰이 따지면, '헌책방은 이런 모양새'가 아닙니다. 영화나 연극 세트 만드는 분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1970년대 느낌이 나는 구멍가게'처럼 만들어 놓고 '헌책방 추억'을 이야기하려는 매무새는, 헌책방 일에 온삶을 바친 낮은자리 사람들 땀방울을 업신여기는 노릇입니다.
 예쁘게 만든 세트이지만, 곰곰이 따지면, '헌책방은 이런 모양새'가 아닙니다. 영화나 연극 세트 만드는 분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1970년대 느낌이 나는 구멍가게'처럼 만들어 놓고 '헌책방 추억'을 이야기하려는 매무새는, 헌책방 일에 온삶을 바친 낮은자리 사람들 땀방울을 업신여기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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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인천문화재단에서 펴내는 잡지 <플랫폼>에 함께 싣는 글입니다. 그러나, <플랫폼>에서는 제 글을 거의 다 뭇칼질을 했기 때문에, 뭇칼질되지 않은 글 모양새대로 <헌책축제 2009>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어떤 대목에서 비판받고 고쳐 나가야 하는지를 밝히고자 합니다.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태그:#헌책축제, #책잔치, #헌책방, #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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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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