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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 해결과 6월 임시국회 개회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15일 이 대통령을 향해 "(6월 국회 개원을 위한) 민주당의 기조는 변함없다"면서 "이 대통령이 나서서 사죄해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그는 이날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의 아이클럽(i-club) 창립기념 초청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원내대표가 또 한 번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은 최근 정국 흐름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 대통령 사과와 검찰 수사책임자 처벌, 박연차 게이트 국정조사와 천신일 특검 등 5대 요구안을 밝히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한 달도 채 안된 시점에서 한나라당은 벌써 "민주당이 전직 대통령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 열을 올려 비난하고 나섰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도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 사과와 국정쇄신은 뒤로 미뤄두고, 나머지 3대 요구안으로 한나라당과 협상하면서 국회 등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내부적으로는 투쟁을 포기했다"거나 "국회 등원론이 강해지고 있다"는 '물타기 기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정략적 이용' 주장과 일부 보수언론의 기사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이 원내대표가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작심한 듯 "사과가 아니라 사죄해야 국회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5대 요구안'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유감"이라는 말이 담긴 단순한 담화문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도 들어있다.

 

▲ 이강래 "MB, 사과 아닌 사죄해야 국회 연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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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율 거품? 거품이길 기대하는 사람 많을 것"

 

박병석 정책위의장과 함께 초청토론회에 응한 이 원내대표는 이날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한나라당 쇄신 논란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 ▲뉴민주당 플랜 ▲북핵 등 남북관계 ▲용산참사·쌍용차 파업 등 각 분야에 대한 생각을 비교적 뚜렷하게 밝혔다.

 

이 대통령에 대해 그는 15일 오전 라디오 국정연설을 언급하며 "국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기대가 너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북핵으로 인한 전쟁 위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맞은 6.15 기념일을 상기시켜면서 "대체 6·15 정신은 어디다 빼놓은 것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박병석 의장도 "만일 쏟아지는 국민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결과가 올 것"이라며 "홍수가 날 때 댐에 수문 열어야지, 수문을 열지 않으면 댐 자체가 무너진다"고 가세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쇄신'에 대해서도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쇄신특위라는 이름을 붙여서 조직을 만들었는데, 쇄신이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고 본다"며 "국민들이 바라는 쇄신과 한나라당의 쇄신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했는데, 오바마로부터 어떻게 하면 국민과 소통하고, 경쟁자를 껴안는지 배워오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 생전에 거리를 두던 민주당이 서거 이후 뭘 승계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솔직한 반성으로 답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연차게이트 당시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정보가 없는 우리로서는 원론적인 얘기밖에 할 수 없었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반성하고 고민하고 후회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주의와 인권, 약자보호, 지역균형 발전, 지역주의 타파, 남북 화해 등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은 민주당을 더 힘차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정부와 노 전 대통령을 실질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정부-참여정부 10년'을 재평가하는 기구를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근 30% 가까이 오른 민주당 지지율이 거품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원내대표는 "거품이라기보다는 거품이기를 기대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되받았다.

 

▲ 이강래 "당 지지율 거품이길 기대하는 분들 많을 것"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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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핵주권론', 동북아 상황 볼 때 공포스럽다"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질문에서는 "그동안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진보정당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돼 고유한 색깔을 만들기 힘들었다"는 먼저 자성했다.

 

뒤이어 이 원내대표는 "지금은 사회적 약자, 중소기업, 소외계층이 갈수록 힘든 상황이 되고 더 큰 고통에 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더 많은 분배, 더 많은 복지를 시대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치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좌편향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지난 5월 발표한 뉴민주당 플랜 초안에 분배와 복지를 더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실상 진보에 더 가깝게 가겠다는 생각이다. 

 

북핵 위기와 관련해서 이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맹렬히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대북특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이재오 전 의원과 이상득 의원을 적임자로 꼽기도 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핵주권'을 주장하는 여당 일부의원들에 대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핵을 빼앗고 못 갖도록 해야지, 북한의 핵을 인정하고 우리도 핵주권을 갖자고 하면 동북아 상황 볼 때 상당히 공포스럽고 두렵다"면서 "우리의 주장은 한반도 비핵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햇볕정책이 북핵 위기를 불러왔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오래된 주장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천부당만부당한 비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햇볕정책을 거꾸로 해서 이명박 정권이 5년간 북한을 적대적으로 대하면 북핵이 없어지느냐"면서 "오히려 이명박 집권 1년 만에 북한이 1차, 2차 핵실험을 하고 3차 핵실험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지 않느냐"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 밖에 이 원내대표는 한상률 전 청장을 비판한 국세청 직원 파면, 쌍용차 대량해고와 파업, 용산참사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16일 국세청 직원 파면에 항의하는 뜻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국세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참사 관련해서는 당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용산참사 특위'도 발족시키기로 했다. "쌍용차 공권력 투입은 절대 안 된다"고도 못 박았다.

 

6월 임시국회 쟁점으로 떠올랐던 미디어관련법과 비정규직법안에 대해서도 강경 투쟁 의지를 보였다. 박병석 의장은 "비정규직 법안은 (17대 국회가 마련한) 원안대로 가면 된다"며 개정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디어관련법도 "한나라당이 (여론조사 등) 국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이강래 "한나라당 '핵주권론', 공포스럽다"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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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주당, #이강래, #박병석, #I-CLUB,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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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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