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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이 일어난지 22년이 지난 2009년 6월 10일 전국 각지에서 6월항쟁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특히 광주에서는 전국 청소년들이 모여 광주청소년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원래 옛 도청 앞에서 시국선언과 동시에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으나, 범국민대회와 시간과 장소가 겹쳐 중간에 무대에 올라 시국선언을 했다. 이번 시국선언은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이 인터넷 사이트(heemang21.net)에 초안을 발표하고, 여기에 공감한 청소년들이 올린 의견을 유선경양(전국청소년학생연합 의장)이 정리한 것이다. 여러 청소년 대표들이 나눠서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범국민대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 박종태 열사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이어 각계각층 광주시민들이 나와서 현 시국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드러냈다. 사회자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한 '서울 봉헌' 발언을 빗대 "이승만은 하와이로!! 이명박은 하나님께!!"라고 한 말은 많은 호응을 얻었다.

 

난타공연이 펼쳐졌고, 특정단체 대표들 발언이 이어졌다. 지난해 촛불집회 때 불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노래를 모든 시민이 따라 부르면서 한마음이 되어갔다. 그 후에 청소년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청소년들은 하나같이 씩씩하고 용감해 보였다. 한 명 한 명 발표가 끝날 때마다 많은 시민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었다. 사회자는 "청소년에게 부끄러움과 동시에 오히려 우리가 더 배워야겠다"고 감탄했다.

 

이번 청소년 시국선언문의 슬로건은 "배운 대로 행동한다! 민주주의 지켜내자!"이다. 그것은 시국선언문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우리는 지금껏 학교에서 배워온 모든 것들에 회의를 느낍니다. 우리는 다수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언론은 그 어떤 권력과도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우리에게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우리나라는 3권 분립의 원칙을 지킨다고 배웠습니다. 진정한 국가의 통치자는 낮은 곳을 향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게 복지국가라고 배웠습니다. 우리에게는 정치권력에 대한 저항권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배워온 모든 것들이 지금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습니다. 소수의 의견은 가차 없이 무시되고, 언론은 권력 앞에 굴복하고 있습니다. 촛불집회에 나갔던 우리의 친구들은 경찰 조사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3권 분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국가의 모든 권력이 타협해야 하지 말아야 할 세력과 한데 뭉쳐 있습니다. 생활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희생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정당성을 부여한 정치권력으로부터 억울하게 탄압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도 현 시국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직접 나서기로 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 K군은 "우리는 국가에서 만들어놓고 가르치는 교과서 내용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헌정주의가 아니라 자의적 법치주의로 국가를 통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국선언문에 크게 공감했다. 이어 "지금 청소년들이 미친 교육에 지쳐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현 시국을 잘 알고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이 이번 청소년시국선언문을 통해 요구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검찰과 조중동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직간접적, 도의적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라!

2.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경찰은 용산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도를 표하고 추후 대책을 정식으로 논의하라!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적절한 지원을 할 것을 약속하라!

3. 이명박 정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책 사업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객관적 점검을 받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공개토론을 실시하라! 그리고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해 전(全)언론의 독점화와 보수화를 중지하라!

4. 각종 보험의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등 부유층을 위한 정책들의 추진을 멈추고 서민들의 정당한 이의제기를 수용하고 올바른 논리로 반대세력을 설득하는, 진정한 민주정치를 시행하라!

5. 국민의 정당한 권리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인정하고, 한나라당은 집시 악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 경찰은 집회에 대한 자의적인 과잉 해석을 멈추고 원래의 직무인 집회시위의 안전 보호로 돌아가라. 그리고 부당하게 연행되거나 폭력적인 진압을 당한 국민에게 사과하라!

 

이렇듯 청소년들은 현 시국을 잘 파악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더 이상 청소년을 기르고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인 참여를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청소년시국선언의 의미와 그동안의 청소년에 대한 낡은 패러다임을 바꿔보고자...


태그:#6월항쟁범국민대회, #광주청소년시국선언,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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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에서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고, 그 이후로는 광주로 내려와서 독립 언론 <평범한미디어>를 창간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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