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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6월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 준비를 위해 무대설치 차량이 광장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들이 차량을 에워싸고 저지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6월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 준비를 위해 무대설치 차량이 광장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들이 차량을 에워싸고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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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의무경찰에 지원해서 논산훈련소에서 입소한 것은 지난해 3월.

현역 대신 의무경찰을 지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집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면서 투병중인 엄마와 고3인 동생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였다.

훈련소와 중앙경찰학교에 입소해서 열심히 훈련도 받고 학과공부도 부지런히 해 교육성적에 따라 지방경찰청 경찰서 방범순찰대에 배치를 받았다.

방범순찰대는 일반적으로 부대가 소속된 경찰서의 관할지역을 순찰하지만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경우도 많다.

아들 녀석은 지난해 촛불정국 때부터 광주에서 서울로 지원을 갔다. 그때는 신병이어서 대열 뒤쪽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보았다.

여고생, 대학생, 일반 주부 등 기존 집회에서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는, 의경이 아니었더라면 그 자리에 함께 했을 극히 정당한 집회를 막는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의경에 지원했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것은 알 나이다. 그런데 정당한 외침에 함께 하지는 못할망정 반대편에서 그 외침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 아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촛불정국 때 아들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을 의경이 양심선언을 했고 그는 그 행위로 권력에 뭇매를 맞았다

핸드폰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고 억울해서 집회를 하는 현장에도 아들은 출동한다. 집회 현장에서 눈물로 하소연하는 해고자와 가족들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분노를 느낄 때도 있다. 그래도 의무경찰로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밖에 없어, 집회자들과 몸싸움과 욕설을 듣지만 감내한다. 그런데 요즘 집회장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있다고 한다.

'수고하십니다. 이명박 개들.'

지난번 고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이 거행될 때 광화문에서 귀가 아프게 들었다는 말이다.

내 아들이 개라뇨? 그것도 이명박 개라뇨? 아니다.
그들만의 미친 세상에는 따로 충견들이 많다.
등을 땅에 대고 배를 하늘로 향한 채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려는 개.
주인이 조금만 싫어하는 내색을 하면 사정없이 물어뜯고 생명까지 내놓으라는 개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고 춤추는 개, 방관하는 개들이 있을 뿐이다.

내 아들은 절대 명박이 개가 아니다. 꼭 그들하고 연결하려고 한다면 국방의무 기간 동안 어쩔 수 없는 꼭두각시일 뿐이다.

또한 통탄할 일은 집회를 막기 위해 동원되는 전의경들은 권력에 비켜서있는 우리들의 자식이라는 것이다. 정말 권력 있는 그들의 자식들이 그 자리에 있겠는가?

국가의 유지와 발전을 위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인 국방의무를 아들은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의무가 정권을 유지하는데 동원되는 것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경제와 언론과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 그들만의 세상에 내 아들이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들을 지켜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아들과 우리를 싸우게 만들어 놓고, 그 싸움의 희생자들은 결국 그들이 아니라 우리라는 것, 멀리서 팔짱끼고 구경하고 있는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진다.

'모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그들은 언제쯤 알까?

우리 아들들이 그들을 지키는 곳에 동원되지 않는 날.
'개'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 날.
더 이상 그들 밑에서 우리의 희생이 없는 날.
그런 날이 더디게 올 것 같아 걱정이다.


태그:#전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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