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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사실상의 '정치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저를 뽑아주신 포항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활동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혀, 정계를 은퇴할 뜻은 없음을 에둘러 내비쳤다.

 

이 의원은 그간 당무, 인사, 당·청 관계의 '막후실세'란 의혹을 받아왔다. 박희태 대표가 형식상의 지도부라면 그는 '보이지 않는 지도부'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두드러진 민심이반 현상에 여권에 다시 쇄신바람이 불면서 친이 내에서조차 그를 향해 '퇴진요구'가 있어왔다.

 

'형님' 이상득 "당무·정치현안 관여하지 않겠다" 선언

 

처지가 곤혹스러워지자, 이 의원은 자신이 먼저 나서서 "앞으로 당과 정무, 정치현안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가 유일하게 당무와 관련해 공개적인 발언을 해온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도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회의에서 미리 준비한 쪽지를 꺼내 읽었다. 무거운 표정이었다. 이 의원은 "앞으로 당과 정무, 정치현안에 관여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처신하겠다. 정치현안에서는 멀찌감치 물러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제가 유일하게 공식 당무에 참여하고 있는 이 최고·중진 회의 참가도 삼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오로지 저를 뽑아주신 포항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외교·통상·통일 위원,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기업 CEO를 했던 경험을 살려 경제와 자원외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쇄신대상으로 몰리면서 겪은 괴로움도 털어놨다. 이 의원은 "정말 저는 요즘 하루하루 매우 조심스럽게 보내고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고통스러운 나날의 연속"이라며 "정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막후실세', '보이지 않는 손', '만사형결' 등으로 표현된 당 안팎의 비판에는 다소 억울함을 내비쳤다. 그는 "뭐니뭐니 해도 저 개인 부덕의 소치이나 이야기 대부분은 근거가 없다. 그로 인해 제가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또 "6선을 하는 동안 당 3역과 최고위원, 국회 부의장을 해오면서 몸가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특히 18대 국회에서는 대통령 친·인척으로서 한계를 갖고 더욱 관리를 철저하게 하며 근신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말을 남기고 그는 박희태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등과 악수를 나눈 뒤 먼저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사실상 2선후퇴 선언으로 봐야... '친이'측 향한 메시지"

 

주변에선 '사실상의 2선 후퇴 선언'으로 받아들인다.

 

그와 가까운 한 의원은 "당무나 정치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면 2선 후퇴나 마찬가지"라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쇄신국면 속에서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정치개입 논란이 일어 괴로웠을 것"이라며 "그러니 아예 공개적으로 정치활동을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친이 내부에서까지 인 '퇴진요구'가 그에게 큰 압박이었다는 해석이다. 최근엔 그와 가까운 '친이 원로' 사이에서도 '2선 후퇴' 의견이 제기됐다.

 

이 의원은 "오히려 친이 내부에서 '형님' 문제가 거론되니 더 곤혹스러웠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일체 개입 하지도 않고 의견도 밝히지 않겠으니 나를 내버려두라는 친이 내부에 던지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형님'을 두고 청와대도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 때문에 그의 이날 선언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됐으리란 짐작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때 청와대에서 이상득 의원을 정부 특사 자격으로 해외에 체류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의원이 이날 "CEO의 경험을 살려 경제와 자원외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건 청와대의 이런 기류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구 활동에 전력"... 의원직 사퇴할 뜻은 없어

 

이 의원은 이날 2선 후퇴 선언을 하면서 한편으론 의원직에선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제18대 총선 때부터 국회의원 출마여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앞으로는 오로지 저를 뽑아주신 포항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외통위원,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경제와 자원외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데서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쇄신특위 출범에 즈음해 퇴진 논란이 일자, 그는 사석에서 "나를 뽑아준 포항 시민들이 있는데 어떻게 (의원직을) 그만두겠느냐. 그러려면 포항 시민들의 뜻을 먼저 물어봐야 한다"며 의원직을 사퇴할 의향이 없음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의 2선 후퇴 선언에 당초 '형님 쇄신'을 논의하려 했던 당 쇄신특위나 친이 소장파 내부의 기류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형님이 2선으로 물러난다고 정치를 안 할 수 있겠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내기도 한다.

 


태그:#이상득, #쇄신논란,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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