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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택시가 있나? 그렇다. 여수시 남면 금오도에도 역시 택시가 있었다. 매봉산 등산 시간이 최장 7시간에서 최저 1시간 코스까지 다양하니 말해 뭐할까.

 

지난 달 31일, 금오도 사람들과 관광객의 발인 남면택시 기사를 만날 수 있었다. 강기천(47)씨 부부는 함께 택시 두 대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에피소드요? 많지라. 여기는 섬이라도 등산객이 꽤 많소. 양쪽으로 바다를 보며 하는 등산이라 매력이 있는 곳이지."

 

강기천씨가 어떤 에피소를 말해야 할지 뜸을 들였다. 그러더니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이 험한 인상에 이 등치에 나가 누구한테 맞을 사람 같소?"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가 웃으며 이야기를 풀어 헤쳤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 30% 먹고 들어간다는데…

 

"운전하다 손님에게 맞는 운전수 봤소? 그 사람이 바로 나요.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술 취한 관광객에게 당했소. 이유도 없이 맞았소.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30%를 먹고 들어간다는데 섬 토박이인 내가 가만히 맞고 있는 게 상상이나 가요?"

 

그렇다. 더군다나 섬 토박이들 텃새(?)는 빡세기로 소문났다. 그런데도 참고 가만히 맞아야 했다니…. 그는 바보 아니면 멍청이임에 틀림없다.

 

"한때 나도 시내에서 좀 놀았소. 지금은 살이 빠져 볼만하지만 이래 봬도 107㎏이나 나갔소. 그랬던 사람이 관광객에게 맞는 것 이해나 돼요? 섬사람들도 이해를 못했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장단에 맞춰 참고 맞아야 하는 이유를 물어야 했다. 그런데 기대치 않았던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택시도 서비스업이요. 서비스를 제공해야 금오도에 관광객이 오고, 또 택시를 탈 것 아니요. 이게 다 지역을 위한 것 아니겠소."

 

눈물 나는 지역사랑, 섬 사랑이었다. 이런 친절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힘일 것이다. 강기천씨와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섬 택시, 충전소 없어 값싼 LPG 못쓰고 비싼 경유 써

 

 

- 손님이 없어 공치는 날도 있는가?

"섬은 여름 휴가철에 관광객이 몰린다. 나머지는 한가한 편이다. 평균 한 달에 5일 정도는 공치는 날이다. 이런 날은 집에서 낮잠만 잔다."

 

- 바닷바람 때문에 차량 점검에 신경 써야 할 것 같은데 점검은 어떻게 하는가?

"소금기 때문에 차량 수명이 오래가지 못한다. 그만큼 부품도 자주 갈아야 한다. 그래서 매월 5번 정도 배에 싣고 나가 육지에서 점검을 받는다. 부품이 없어 당일 못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배 운임에 수리비까지 하면 10만원을 훌쩍 넘긴다."

 

- 원료 등 택시 유지비는 얼마나 드는가?

"모두 합쳐 대당 100만원이다. 2대를 운행하니 총 200만 원 정도 든다."

 

-택시 연료는 무얼 쓰는가?

"경유를 쓴다. 섬이라 기름을 배에 싣고 와야 하기 때문에 물가가 비싸다. 육지 택시는 LPG를 써 기름 값이 적게 든다. 하지만 섬은 LPG 충전소가 없어 그걸 못쓴다. 기름 값이 너무 비싸 면세유를 간혹 썼다. 그러다 적발돼 벌금도 많이 물었다."

 

이중고에 허덕이는 섬 택시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1일 현재 자동차용 경유는 리터당 1327.75원. 육지 택시가 사용하는 자동차용 부탄(LPG)은 757.40원. 농어민이 사용하는 면세유는 720원이다.

 

하지만 금오도 강기천씨는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끼여 리터당 약 68원이 비싼 1390원 하는 경유를 쓰고 있다. 섬 택시는 손님 부족과 비싼 원료비란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섬 택시를 위한 면세유 공급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금오도, #섬 택시, #면세유, #L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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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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