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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하마을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곡괭이질을 하고, 영혼이 통곡을 할 만큼 헌신했지만 당신의 이승에서는 피우지 못한 님의 꽃, 가슴이 먹먹해 할 만큼 수백만의 사람들 가슴에 옹골지게 뿌리내렸으니 머지않아 몽우리 맺고 만개할 것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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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란 세 글자가 참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조롱하고 희롱하듯 마구 불러대던 노·무·현이란 세 글자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8일, 체증까지 느낄 만큼 먹먹해진 가슴으로 두 딸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았습니다. 11월에 수능을 봐야하는 딸이지만 수능점수 일이 점 보다는 가치있는 삶을 살다 고귀하게 승화한 고인을 기리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 학원을 결석하고 동행하였습니다.    

10시쯤에 도착한 봉하마을은 이미 추모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밭에서는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끝없는 추모행렬, 끊이지 않는 흐느낌을 들으며 봉하마을로 들어섭니다. 밀리는 인파에 묵념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추모 정례를 올리고 봉하마을의 상징이 되어버린 봉화산, 부엉이바위가 있고 봉수대가 있는 봉화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돌계단으로 시작되는 봉화산락 입구에는 감나무 밭이 있었고, 꽃이 떨어진 감나무에서는 감이 눈곱처럼 자라고 있었습니다. 터벅터벅 올라가니 비공개 사진으로 있다 얼마 전에야 공개된 한 장의 사진에서 보았던 약수터가 나옵니다.

먹먹해진 가슴 후련해지고, 타는 목마름 촉촉해질까 하는 바람으로 한 바가지의 물을 벌컥벌컥 마셔보지만 먹먹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약수터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누워있는 마애불이 나옵니다.

마애불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부엉이바위로 오르는 길에 놓여있는 다리가 나옵니다. 비탈이 심해 놓을 수 없는 돌다리를 대신한 듯 길이가 3미터쯤 되는 아주 작은 나무다리입니다. 일국의 전직대통령 안위까지도 보살피지 못했던 경찰들이 안전을 핑계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부엉이바위에는 오를 수가 없었습니다.

다리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정토원이 나오고, 정토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봉하마을은 물론 진영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봉수대입니다. 봉수대에서 바라본 노무현전대통령님의 사저와 부엉이바위는 지척입니다.

못 피운 꽃 피우려 씨앗이 된 님

척박한 땅을 일궈 옥토를 만들고, 씨앗을 뿌려 풍년을 거두는 화전민처럼 돌밭 같은 대한민국에 민주의 꽃, 자유의 꽃, 균형발전의 꽃, 정의의 꽃, 통합의 꽃을 피워보겠다고 곡괭이질을 하듯 몸부림쳤지만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 식물이나 동물과 같은 세력, 일궈 놓은 땅에 투기되는 산업폐기물이나 기름덩이 같은 권력에 시름하고 고단해 하시더니 당신 스스로가 씨앗이 되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겠다는 듯 모질게도 훌쩍 몸을 던졌습니다.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곡괭이질을 하고, 영혼이 통곡을 할 만큼 헌신했지만 당신의 이승에서는 피우지 못한 님의 꽃, 수백만의 사람들이 가슴이 먹먹해 할 만큼 옹골지게 뿌리내렸으니 머지않아 몽우리 맺고 만개할 것입니다.

그런 세상, 당신이 꿈꾸던 그런 세상이 활짝 꽃피는 날과 함께 가신듯이 다시 오시어 일자주름에 함박웃음 할짝 웃어주소서.       

덧붙이는 글 | 배경음악은 지리산 흙피리 소년 한태주의 아버지 한치영님의 ‘입소리’입니다.



태그:#노무현,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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