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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언론 clarin의 신종 플루 관련 보도.
 아르헨티나 언론 clarin의 신종 플루 관련 보도.
ⓒ cla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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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에 대한 공포가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느긋한 국민성을 앗아갔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신종 플루가 발생한 후부터 지난 19일까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여객기의 입항을 전면 통제하는 발 빠른 조치를 보였다. 아직 신종 플루에 대비할 만한 의료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신종 플루 대비를 위해 정부는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로 들어오려던 자국민을 포함한 관광객들에게 체류비를 지원해가면서까지 입국을 지연시켰다. 그 후 공항에 열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멕시코, 미국, 캐나다 등 북중미 지역에서 입국하는 승객들에 대한 검사를 철저히 해오고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칠레, 파라과이, 브라질과 국경이 접해 있다. 항공로 외에도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 게다가 지금은 신종 플루가 남미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시점이다.

하루사이에도 수십 명의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국제뉴스와 함께, 가장 길게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웃나라 칠레에서 벌써 25명의 감염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천하의 '뜨랑낄로'(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느긋하다는 표현으로 주로 쓰는 말)들도 어쩔 수가 없는 듯하다.

감염 의심 환자를 실은 버스에 돌 던진 이웃들

눈에 보이지 않던 불안과 공포가 폭력으로 돌변한 순간도 있었다. 21일 저녁, 칠레에서 아르헨티나로 국경을 넘던 한 버스에 고열 증세를 보이던 승객이 타고 있었는데, 이 승객은 국경 검문소에서 신종 플루 감염 의심자로 진단 받았다.

버스는 즉시 진로를 바꿔 가까운 도시 멘도사의 한 병원으로 향했고, 이 소식은 라디오를 통해 멘도사 시민들에게 전해졌다.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버스가 목적한 병원 주위로 몰려들었다.

"다른 곳으로 옮겨라."
"그들을 여기서 치워라."

소리를 지르며 도로까지 점거한 주민들은 버스가 도착하자 승객들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돌에 맞아 한 여성이 다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시위 중인 주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들이 고무총을 쏜 탓에 주민 일곱 명이 다쳤다고 현지 신문은 전했다.

뎅기 모기에 신종 독감까지

신종 독감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날까지 아르헨티나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것은 뎅기열 모기였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전파되고 고열을 동반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전염병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올해 북쪽 지방에서 시작된 뎅기열로 인해 감염자 2만3692명, 사망자 5명이 발생했다.

아직 채 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4월 말, 하루 빨리 기온이 내려가서 모기들이 없어지기 만을 바라고 있었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신종 플루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전염병이 한꺼번에 발생하자 많은 정치인들과 정부 당국 관계자들이 아르헨티나의 의료시스템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의 취약한 의료시스템이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는 뜻의 일러스트가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대표적 풍습, 마떼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대표적 풍습, 마떼
ⓒ pilara63.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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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로 위협받는 두 가지 풍습

아르헨티나 정부는 한동안 멕시코 발 여객기의 입항을 거부한 탓에 멕시코 정부로부터 너무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아르헨티나는 남미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감염자 발생이 적었고 국민들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칠레 등 인접 국가에 감염자수가 늘어나고 아르헨티나에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들도 조금씩 불안을 실감하고 있다.

신종 플루가 감기처럼 사람을 통해 전염된다는 뉴스가 나오자 가장 경각심을 일으킨 두 가지 문화는 '볼인사'와 '마떼다'. 신종 플루가 발생한 멕시코에서는 볼 인사를 자제하라는 지침이 나왔다고 하는데 상황이 더 심각해 질 경우 아르헨티나 사람들도 볼에다 뽀뽀하는 인사를 꺼려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늘 마시는 차(茶), 마떼는 여러 사람이 한 빨대로 돌려 마시기 때문에 볼 인사보다도 접촉이 더욱 직접적이다. 신종 플루의 위험성 때문에 마떼를 삼가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감기 환자들이 많은 시점인 만큼 조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종 플루의 불안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멕시코와는 달리 아르헨티나에서는 환절기에 각종 독감 환자들까지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 플루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이제 막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태그:#신종 플루,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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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캠핑카 여행을 마치고, 아르헨티나로 돌아왔습니다. 라틴아메리카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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