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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이 다른 선수가 링에 올라온 기분이다. 최홍만 선수 앞에 선 김제동씨의 느낌이라고 하면 적절할까. 하지만 이제껏 내가 해온 말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부담을 지려한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그 대상이 학생이건 일반시민인건, 황석영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이문열씨보다는 황석영씨가 더 유력할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수상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저항적이고 실천적인 지식인의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황석영씨는 민주·통일 운동에서 저항적이고 실천적인 지식인의 삶을 살아왔고, 그런 그의 삶이 소설에 투영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는 황석영씨의 소식은 예전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제 내가 내뱉었던 말을 어떻게 주워 담아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할 줄 몰랐다고 눙칠까. 아니면 세상살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길까. 서재에 꽂혀 있는 그의 작품들만 자꾸 쳐다보게 된다.

 

노무현보다 오른쪽에 있는 이명박이 어떻게 중도가 되나!

 

황석영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 정체성에 대해서 "이 대통령 스스로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얘기했고, 또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다고 저는 봤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노무현 정권은 좌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이라크 파병, 한미자유무역협정 등의 정책" 때문이란다.

 

전 노무현 정권이 좌파가 아니라는 것은 '조중동' 빼고는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 이유도 타당한 것 같다. 사실 우파에 가까운 정책을 많이 펼쳤다. 오죽했으면 '좌측 깜빡이(방향지시등) 넣고 핸들은 오른쪽으로 틀었다'는 비난이 세간에 유행했겠는가.

 

그런데 전 노무현 정권이 좌파가 아니라고 한 그 이유를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정치 기반인 한나라당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전 노무현 정권의 정치 기반이었던 열린우리당보다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자유무역협정 등에서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좌파가 아니라고 한 전 노무현 정권보다 훨씬 오른쪽으로 치우친 정치집단을 중도파라고 하는 셈이다. 황석영씨가 내세운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도 이 대통령과 그의 정치 집단은 결코 중도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우리는 통상적으로 '(극)우파'라고 부른다.

 

황석영이 봤다는 이명박의 중도 정책 반드시 밝혀야

 

그런데 황석영씨는 자신이 직접 "봤다"고 하니, 그 구체적인 내용을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내용을 밝히지 않으면 자신과 그를 아꼈던 많은 이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아울러 그 내용은 반드시 정치적인 것이어야 한다. 문학인으로서의 심정적인 차원이어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지금의 그의 행위는 문학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굉장히 정치적인 행위이다. 단순히 해외에 놀러간 것이 아니지 않은가.

 

또한 황석영씨는 인터뷰 말미에 '몽골+2코리아'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얘기는 "문화인의 상상력이고 정치·경제로 풀어가는 것은 나는 잘 모른다"라고 말했는데, 문학을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는 도구로 삼아서도 곤란하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황석영씨는 사상적 실천에 대한 책임감 통감해야

 

굳이 그에게만 변절이라는 낙인을 찍고 싶지는 않다.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너무나 많이 보아왔던 일이 아닌가. 하지만 황석영씨는 자신의 사상적 실천에 대한 책임감을 절실히 느껴야 한다.

 

이건 좌우를 넘어선 이야기다. 좌에서 우로 갔든 우에서 좌로 갔든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자신을 따랐던 많은 이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한때 유행했던 '최불암 시리즈'처럼 허무개그로 끝나지 않으려면 자신의 변화를 설명하고 자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금방 새 말을 갈아타고 또 '나를 따르라'고 하는 그의 모습은 희극적이기까지 하다. 개인적 연민마저 느낀다. 누구든 변할 수는 있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사회적 실천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거나, 나는 무엇인가를 해내야 한다는 독선과 아집이 그의 변신의 기반이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점에서 그 둘(황석영과 이명박)은 닮아 있다. 황석영씨가 아니라도 "큰 틀"에서 사회는 굴러가게 되어 있다. 과유불급!


태그:#황석영, #참언론대구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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