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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은 줄다리기 실험을 통해 개인이 집단에 공헌하는 정도를 측정했다. 1:1 시합에서 한 명이 쏟는 힘을 100이라고 했을 때, 참가자 수가 증가할수록 한 명이 쏟는 힘의 양은 줄어들었다. 참가자가 8명이 되었을 때 50미만으로 떨어졌다. 링겔만효과다. 자신의 손실은 최소화하고, 이익은 최대화하려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무임승차가 그 원인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들에게 무임승차라, 생뚱맞다. 이들은 대체로 성장 과정에서도 최고의 성실성으로 경쟁에서 승리한 자들이다. 당연히 삼성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누구보다 힘든 노력을 했을 것이다. 최소한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그뿐이랴. 삼성이라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한민국의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자들에게 무임승차 운운은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몰상식처럼 보인다.

 

올해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그럼 삼성 무노조의 신화(?)가 깨질 것은 필연적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은 지금까지 회유와 협박으로 사내 노조를 불허해온 것으로 나름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구축해 왔다. 무노조에 대한 세계적 비판에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었다. 이런 삼성에게 복수노조의 허용은 무노조 신화의 몰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삼성이 새로운 노조 경영 신화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삼성은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하여 노조의 힘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직원들의 불만을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간선제였던 노사협의회 대표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바꾸고, 인사평가체계도 바꿔서 직원들의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했다. 또한 성과급의 3분의 2를 기본급으로 돌려 직원들 간의 차등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출퇴근 자율화와 건강검진 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임신부들에게 별도 간신을 제공하는 등의 혜택을 준다고 한다. 실제로 삼성의 일부 직원들은 '노조 불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하니, 노조 무력화를 위한 삼성의 노력이 또 하나의 신화를 향해 순항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삼성의 새로운 신화는 기존의 무노조 신화와 닮아 있다. 삼성 노동자들의 무임승차 심리에 기반하고 있는 새로운 신화도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만약에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권익을 되찾고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삼성 밖의 노동자들이 없는 사회였다면, 또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해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로 보편화되지 않은 사회였다면, 그래도 삼성에서 직원들에게 그런 혜택을 주었을까?

 

노동자들의 정당한 조합 결성을 악착같이 반대하던 삼성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그런 혜택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의 노동자들은 삼성이 왜 더 높은 수준의 혜택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당장 자신의 입에 들어오는 단것이라고 해서 날름 삼킬 일이 아니다. 유아기 아동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처럼 삼성의 노동자들은 자기 밖의 사람들의 노력에 빚지고 있다. 사회적 의미의 무임승차다. 그런데도 삼성의 일부(?) 직원들에게서 '노조 불필요성'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끔찍하다. 사회적 혜택은 고스란히 누리면서 그 책임은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무임승차자의 이기적 모습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노동자들이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태도에서 벗어나는 길은 간단(?!)하다. 자신의 벌거벗은 이기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직시하는 것이다. 삼성이라는 간판 뒤에 숨어서 그럴듯하게 감추어 왔던 자신의 극단적 이기심을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자신을 날 것 그대로 직시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사회적 이익에 기여하려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노동자들에게 그런 용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지 자신할 수 없는 것은 나만의 의구심은 아닐 것이다.


태그:#삼성 무노조, #복수노조, #무임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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