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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1인 시위 주인공은 교수노조의 강남훈 부위원장(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이다.

 

강남훈 교수는 등록금 문제 해법으로 '등록금 후불제 실시'를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활동해왔다. 등록금 문제 해결에 대한 그러한 열정이, 학기 중임에도 그를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나오게 한 듯하다. 강 교수에게 '등록금 후불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오늘 1인 시위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등록금 후불제를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활동해왔습니다. 당연히 1인 시위에 나와야지요. 교수는 연구, 교육, 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교직에 오래 계셨는데, 과거의 등록금과 오늘날의 등록금을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1975년도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저는 국립대를 다녔는데, 등록금이 한 학기 10만원 정도였습니다. 당시 대학생들이 많이 하던 아르바이트 중 과외는 20만원이었지요. 물론 좀 비싼 경우였겠지만요. 다시 말하면, 과외를 통해서 학비 조달이 가능했던 것이죠."

 

- 2006년부터 등록금 후불제를 이야기해오셨는데, 등록금 후불제를 제안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무상교육 원칙입니다. 유럽 국가들, 선진국들처럼 말이죠. 하지만 당장 예산이 없으니, 현실적인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호주가 '후불제'를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에 착안해서 등록금 후불제를 만들게 된 것이죠. 최근에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반값 등록금, 등록금 후불제, 학자금 대출 무이자의 경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했을 때, 예산이 비슷하게 듭니다. 이 중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하게 되면, 원금이 하나도 들지 않습니다. 대학생들이 대학을 다닐 때에는 공부만 하면 되는 것이죠. 효과가 대단히 큽니다. 작은 돈으로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반값 등록금 같은 경우에도, 등록금의 반값은 내야 하니까요."

 

- 그러면 이러한 등록금 후불제가 왜 안 될까요?

"정부의 예산 중 많은 부분을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정치가들의 결심이 필요한 것이죠. 그렇게 하지 못하니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등록금 후불제? 정확한 표현은 졸업세 제도"

 

- '등록금 후불제'를 제안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해오셨는데요, 어떠한 활동을 해오셨는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2006년쯤에 제안을 하고 정책 발표회, 1000km 대장정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민적 관심도 많이 받았고, 비슷한 법안 발의까지 이루어낸 것이지요."

 

- '등록금 후불제' 하면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학생, 학부모, 교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직 정책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해도 많습니다. 우선, '등록금 후불제'라는 명칭 때문에 생기는 오해도 많은데, '졸업세 제도'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갚는다는 개념 때문에 융자 제도처럼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확히 말해서 융자 제도가 아닙니다. 일정 소득이 생긴 후에 세금으로 상환하는 것이므로, 소득이 생기지 않으면 갚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혹은 후불제 하면 나중에 갚아도 되니까 대학이 등록금을 마음껏 올리지 않겠냐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맞지는 않습니다. 나라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니, 마음대로 올릴 수가 없겠지요. 다 국회에서 매년 승인받게 됩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는 학자금 대출 무이자나 반값 등록금이 가능해지면 학부모님이 부담하지만 등록금 후불제가 되면 자신이 부담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단편적인 것이지요. 자기가 지금 부담하게 되는 대신, 향후 자기 자녀 등록금은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자녀 양육에 큰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맘 놓고 자녀를 놓을 수도 있지요. 인구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결국에는 홍보사업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홍보사업을 잘 해야 하겠죠. 결국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것이니까요. '대학 졸업자부터 세금 더 내기 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그를 통해 복지가 될 수 있겠죠."

 

"뉴질랜드에선 등록금 5만원인데도 시위... 불쌍한 한국 대학생들"

 

다른 질문을 이어서 하기 전에, 강 교수는 대학생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이야기했다.

 

"우리 나라 대학생들은 참 불쌍합니다. 6년 전에 뉴질랜드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갔더니 거의 등록금이 없더군요. 1년에 5만원쯤 했습니다. 학생회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봄에 데모를 하더군요. '신자유주의 반대'를 외치면서. 그래서 물었습니다. 무엇이 신자유주의 정책이냐고. 1주일에 학생 수당을 '130달러'밖에 주지 않은 것이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하더군요. 달러 구매력으로 보면 우리나라 돈으로 13만원 정도 됩니다. 학생 수당이라는 것은 아르바이트 말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학생들에게 직접 주는 돈입니다. 그런데 그런 학생수당을 13만원 주는데 신자유주의라고 하다니….

 

그래서 그것이 왜 신자유주의냐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원래 250달러를 주었는데, 신자유주의 정부가 들어서서 그 돈을 절반으로 깎았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130달러가 최대치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25살 이상이 되어야 최대 130달러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건 평생교육 차원에서 늙어서 공부하는 것을 장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모 소득 자격 심사를 해서 가난하면 많이 주고, 부모가 부자이면 주지 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30달러면 학생들이 사는 원룸 같은 곳의 세를 내고, 1주일 밥을 먹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책 사기에는 조금 모자라지만요. 어느 곳이나 학생들의 모습은 닮아서 매주 수요일에 학생 수당이 나오는데, 수요일마다 술집이 꽉 차죠.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대부분 대학생들은 비싼 돈을 내고 대학에 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런 나라의 학생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학문에 전념하지요."

 

"대학생 여러분, 표탄은 총탄보다 강합니다"

 

끝으로 강 교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상황을 바꾸는 방법은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강 교수는 '투표용지는 총알보다 강하다'라는 링컨의 명언을 인용하며, 다가오는 선거부터 대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할 것을 적극 요구했다.

 

"5조만 투입하면 현 정권의 인기는 대단히 올라갈 텐데 말이죠. 그런데도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정권과 정책담당자들이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생들의 힘이 약한 것도 있습니다. 학생운동이 힘 있던 시절에 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리 등록금이 비싸지 않았으니….

 

우석훈 교수는 <88만원 세대>라는 책 마지막에서 '짱돌을 들어라'고 합니다. 그렇게 학생들이 힘을 합치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힘을 합치면 다양한 법 중의 하나가 제정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권 아래에서는 짱돌을 들면 문제가 되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학생들의 선거 투표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충분히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평균 투표율이 50%라고 할 때, 대학생 투표율이 80%만 되면 다 해결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 때에만 관심을 가져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발언력, 정치적 압력을 가지게 됩니다.

 

혁명의 시기에는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하죠. 마오쩌둥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정책이 되면 총탄보다 투표가 더 힘이 세지게 되죠. 그래서 링컨은 '투표용지는 총탄보다 강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노인 수당이 선거 공약에 항상 있는 것은 노인들의 투표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영어로 총탄은 'Bullet'이고, 투표용지는 'Ballot'입니다. 비슷한 단어로, 비슷하게 대구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투표용지가 아니라 표탄이라고 번역하고 싶습니다. '표탄은 총탄보다 강하다!'

 

대학생들이 나서면 등록금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 실업 문제 또한 함께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승의 날이 또 다가온다. 제자들의 고통을 두고 볼 수 없어서 후불제라는 대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 강남훈 교수님. 그를 보며 '하늘 같은 스승의 은혜'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등록금 문제 해결로 내년에는 강의실에서 학생과 교수 모두 웃음꽃을 피우며 '스승의 날'을 맞을 수 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조민경 기자는 등록금넷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등록금넷의 더 자세한 활동을 알고 싶으면 cafe.daum.net/downstop으로 오시면 됩니다. 서울시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조례 운동도 진행하고 있으니(halfedufee.com)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태그:#등록금, #등록금넷, #반값등록금, #1인시위, #등록금후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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