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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주위에 자주 맴돌던 이름이 있다. 바로 박연차와 강금원. 두사람 모두 노무현의 후원자로 알려져 있고 최근 국민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곤 한다. 한사람은 박연차리스트로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고 한사람은 털어보니 별다른 먼지가 안보여 일찌감치 조세포탈, 횡령이라는 죄목으로 철창에 갇힌 신세이다. 이명박 정권의 노무현 죽이기 과정에서 세인의 입에 오른 내린 이 두 사람의 서로 다르게 살아 온 삶, 그들의 근본이 다른 두 종류의 심장을 보며 오늘의 현실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박연차. 그는 현재 태광실업 회장으로 16개 계열사에 3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의 수장이지만 재계서열 30위를 밑도는 회사라 그 명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쩌면 온 나라를 비자금리스트로 뒤흔들기엔 좀 중량감이 떨어질 정도다. 역설적이지만 노무현이 어두운 돈을 받은 데가 얼마나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는 박연차 리스트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고 노무현을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 뇌물 받는 시정잡범쯤으로 전락시키며 검찰의 조사실에 까지 앉혔다.

어쩌면 박연차 자신도 몰랐을 거다. 자신이 그렇게 포승줄에 묶여 이리 저리 끌려 다닐지 말이다. 현 정권의 실세들에게도 이런 저런 보험을 많이 들어 뒀을 텐데 뭔 걱정이 있었겠는가 말이다. 허나 박연차도 모르는 게 있었다. 이명박이 노무현을 죽여야만 하는 이유를 간과 했던 거다.  아무리 털어도 별거 없는 노무현에 박연차는 그들에게 보물 같은 존재라는걸 그도 몰랐을 거다.

또 한 사람. 강금원은 어떠한가? 박연차도 재계에서 조무래기에 드는 형국인데 박연차의 이십분의 일도 안 되는 회사인 창신섬유의 회장이다. 전북 무안출생이고 전주상고 출신이다. 이상한 건 그 이후의 학력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돈 주고 대학 졸업장 대학원 수료증이라도 아니면 명예 어쩌고 하는 종이 나부랭이라도 받아 챙기는 게 우리 기업인들의 습성인데 말이다. 1985년 부산에 창신섬유를 설립하고 쭉 사업을 해오면서 그 흔한 간판 될 명함 하나 없다. 박연차가 수많은 관변 단체, 시민단체의 간판을 걸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1996년 콩고물 하나 얻을 것 없었던 노무현을 스스로 찾아와 후원자를 자청했던 사람. 박연차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오만 떼만 데 뇌물을 뿌리고 있을 때 그는 노무현 때문에 실직한 사람들, 노무현을 도운 사람들. 그런 백수들에게 돈을 줬다. "사고치지 말라고 준 거지요. 그 사람들 대통령 주변에서 일하다가 놀고 있는데 먹고 살 것 없으면 사고치기 쉽잖아요. 사고치지 말고 뭐라도 해보라고 도와 준 거지요."라면서 말이다.  그러니 리스트란게 존재 할 수가 없는 거다. 노무현도 강금원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대통령이 아니라 파산자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측근중의 측근이었지만 오히려 재임기간 사업을 한 치도 늘리지 않았고 노무현 주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 돈 함부로 받지 말고 자신에게 부탁하라며 오히려 그들을 걱정 했던 사람이다. 이미 근본부터 박연차와 다르게 뛰고 있는 심장을 갖고 있으니 털어서 검찰이 원하는 먼지 티끌이 나올 리 만무한 거다. 그러니 조세포탈이니 횡령이니 코걸이 귀걸이 같은 걸로 구속 시킬 수 밖에 없는 거다.

강금원과 박연차의 무엇이 이리도 다른 결과를 낳게 했을까? 그것은 사람의 차이다. 먼저 박연차 그의 경력에서 짜증나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1980년 생각만 해도 기분 나쁜 해다. 이 때 박연차는 태광실업 대표이사가 된다. 이건 우연 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해 '민정당 중앙위원'이 된다. 민정당이 어떤 당인가? 한나라당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그들의 모태가 되는 정당이고 친일파 정당이고 쿠데타 정당이고 군부독재권력 집단이지 않은가? 결국 그는 국민들을 학살한 권력의 품속에 뛰어 들어 자기 사업 키우겠다고 발가벗고 뛰던 사람이었다. 그 자랑스런 민정당 중앙위원은 고스톱 쳐서 땄겠는가? 그의 머릿속엔 뭐가 들어 있었겠는가? 그의 심장엔 자신의 이익과 권력,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서는 어떤 짓이든 할 수 있고 용납하고 합리화하는 천한 장사치, 우리사회의 기득권 세력들의 더러운 피만 펌프질 해대고 있었을 뿐이다.

또 다른 심장. 강금원은 어떠한가? 뇌종양을 앓고 노무현 때문에 구속된 처지에 있어도 오히려 그는 노무현을 걱정 한 사람이다. 자신의 조언을 간과했던 노무현을 원망하면서 말이다. 자신의 이익을 탐해서 노무현에 붙어 있던 사람이 아니라 노무현이 하고자 하는 일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던 사람이었다. 노무현이 지향하는 정치,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같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노무현이 배신을 했으면 했지 강금원이 자신의 신심을 팔아 먹은 적은 없는 듯 하다.

결국 강금원은 진정한 후원자였고 박연차는 후원을 빙자한 사기성 농후한 장사치였다. 더 저속한 표현을 빌리자면 강금원은 사랑을 했고 박연차는 혼인을 빙자해 간음을 했다 할 것이다. 물론 노무현이 그토록 사랑하고 후원할 가치가 있는가? 진정 그럴만한 지도자이고 위정자인가 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강금원의 진실을 담은 심장은 노무현 죽이기에 동의 할 수 없고 그럴싸한 권력과의 타협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스스로 진실의 편에 서고 죽음을 택했다.

그러나 박연차의 심장은 타인이나 진실과 정의를 위해 뛰어 본 적이 없으니 이명박 정권의 주구가 되어 노무현을 빌미로 진보진영을 초토화 시키고 시민권력을 만든 이 시대의 양심세력들에게 좌절감과 패배감을 심장 깊숙이 안기게 만드는 각본의 주인공을 거부할 리가 있겠는가? 그것이 자신을 위한길이라면 말이다. 그의 심장은 자신의 야욕과 장사치의 계산으로 뛰고 있었고 그의 앞에는 30년 술친구 노건평이 가로 놓여 있었을 뿐이다. 돈이 된다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친일파 아니 나라도 팔아 먹을 수 있는 데 줄을 설 수 있는 사람들. 이런 이들에게는 진실이 정의가 중요하지 않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거짓과 위선 포장하고 권력의 이해관계에 순응하는 것 뿐. 궂이 열거하지 않아도 역사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물들을 떠올리게 된다.

강금원이나 노무현을 미화하고자 함이 아니다. 한 현실 정치지도자의 후원자를 자처 했던 두 인물에서 완전히 근본이 다른 두 개의 심장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는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절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그 반대로 그와는 다른 희망을 품게 할 수 있는지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연차와 강금원, 아마도 우리사회에서는 박연차의 심장을 달고 뛰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세상이 아닐까? 또 출세하려면, 성공하려면 그와 같이 줄 대고 보험 넣고 감투 쓰는 건 기본이고 때론 자신이 이익을 위해서는 비열한 짓도 하고 뒷통수도 치며 진실과 정의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팔색조로 변하고 바뀌는 그런 심장을 가져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대우 받고 그런 사람들이 출세하고 그런 사람들이 끈끈하게 엮여 앞 뒤 봐주는 사회속에 어쩌면 강금원의 심장이 낯설기만 한지 모르겠다. 오히려 강금원같은 미련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모르는 사람, 자신의 이해를 떠나 진실을 굽히지 않고 신의를 지키는 사람, 남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꾀하기보다 자신이 다른사람이나 우리사회에 도움이 될 일을 찾는 그런 심장의 뜨거운 피를 가진 사람이 바보 취급되는 사회이지 않은가?

옛날 어느 철학자가 '정의'가 강자의 논리라 했던가? 현실적으로 정의란 놈이 그럴 수밖에 없다면 그 강자의 심장이 박연차표가 아니라 강금원표였으면 하고 바라는 건 너무 감상적인 생각일까? 정작 우리는 아이들에게 늘 정직하게 살아라.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해라. 거짓말하지마라. 착하게 살아라. 그렇게 얘기한다. 어쩌면 우리 자신은 그 반대로 항상 행동하고 사회에 순응하며 합리화가 일상화 되어 있으면서 말이다. 오늘 어느 구치소에서 밤을 지샐 강금원이란 양반에게 편지나 한통 써야겠다. 그것이 내가 나의 심장에 할 수 있는 티끌 같은 실천이니 말이다.


태그:#노무현, #박연차, #강금원, #촛불1년, #천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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