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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생활>겉표지
 <국가의 사생활>겉표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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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이 북한을 흡수한다. 평화통일이었다. 그리고 5년의 시간이 흐른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서울은 '지옥'이 됐다. 몰려드는 북한 사람들을 수용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한다. 서울만 그러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몇 십 개의 슬럼가가 생겨난다. 국가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무료로 밥을 주는 정도다. 수많은 북한 사람들이 줄을 선다. 한국 사람들이 그들을 어찌 생각할지는 안 봐도 뻔하다. 대립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아주 위험할 정도로.

2016년, 통일 이후의 한반도를 그리고 있는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파격적이다. 첫 번째는 소재가 그렇다. 최근에 한국소설은 상상력의 더듬이를 다양하게 뻗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오늘', 예컨대 취업난이나 성장 못하는 어른, 혹은 사랑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응준은 통일한국 이후로 훌쩍 넘어갔다. 종종 대중문학 작가들이 통일시나리오를 소설화하기도 했지만, 그것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넘어갔다. 소재가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 파격적인 것은 소재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다. 이응준은 2016년의 통일한국을 아름답게 묘사하지 않는다. '남남북녀'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북한 여자들을 좋아한다. 그것이 너무 심해서 룸살롱 같은 곳에서는 북한 여자가 없으면 장사가 안 될 지경이다. 북한 출신 남자들은 어떤 대접을 받는가. 소설은 수십만 군인을 둔 북한 군대들이 갑작스럽게 해체됐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서였던가. 북한 군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어떤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고작해야 조직 폭력배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사람들을 한국 사람들은 어찌 볼 것인가. 그들을 '인간'처럼 바라보고 있을까? 북한 사람들은 어떨까? 북한 사람들은 사회주의 사상에 젖어있다. 그들은 통일이 된 순간, 한국 사람들처럼 부유해질 거라고 믿었다. 그게 평등이라고 생각했던 게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생겨난다. 그토록 꿈꿨던 통일이 됐건만, 마음의 분단은 더 심각해지고 있었고 곧 뭔가가 폭발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 2016년의 서울은 그렇게 위험천만했다.

이응준은 이러한 사회의 모습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북한의 전사였다가 서울 암흑가의 전사가 된 남자, 북한 수용소에서 고생하다가 서울에서 힘으로 성공하려던 남자, 북한에서 대접받는 고위층이었다가 서울의 환락가에서 일하는 여자 등 다양한 군상들을 통해 2016년의 서울, 통일한국 이후 수도의 처참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무엇을 위한 소설인가? 경고와 같은 것일까? 아니면 어떤 정치적인 목적 때문인가? 아니다. 그런 수준 낮은 질문은 이 소설에 어울리지 않는다. <국가의 사생활>은 파격적인 소재 너머에서 어떤 답을 찾고 있다. '빛'나는 사람들에 대한 답이다.

그들은 누구인가? 혼란을 겪으면서, 그것을 받아들이며 그에 따라 변화하면서 뭔가를 치유하는 사람이다. 극단적인 혼란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이다. 소설은 그것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처럼 혼란스럽게 장면들을 그려냈던 게다.

파격적인 소재와 독특한 이야기들 사이에서 소설은 묻는다. "너는 네 운명의 주인이 맞는가?"라고. 그에 대해 소설 속의 그들은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소설을 보는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의 사생활>은 '자극적'인 소재로 출간과 동시에 화제가 됐다. 자극적인가? 맞다. 하지만 그만큼 진지한 질문과 말들이 있다. 이 소설의 진면목은 그것에서 시작하고 있다.


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민음사(2009)


태그:#이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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