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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꽃들조차 가만 놔두질 않는다. 길가에 있는 복수초니, 얼레지, 할미꽃들은 사람이 많은 등산로 주변이 씨가 마른다. 요즘 야생의 두릅또한 마찬가지 신세다.
▲ 산에 핀 할미꽃 이런 꽃들조차 가만 놔두질 않는다. 길가에 있는 복수초니, 얼레지, 할미꽃들은 사람이 많은 등산로 주변이 씨가 마른다. 요즘 야생의 두릅또한 마찬가지 신세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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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가 녹아서 곧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과연 인간이 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이 이리도 큰 것이라면, 다시 되돌리지는 못하더라도 나빠지는 것을 막고, 되돌리려는 노력 또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산으로 출근하면서 자연이 주는 이익과 사람이 자연에 주어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해본다. 정작 받기만 하고 소비하기만 하지 준적도 줄 것도 없는 인간이기에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커지기만 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숲밖에 없다. 매일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짐승이나 사람이 흡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산화탄소 배출량감축에 당면한 우리로서는 더더욱 숲에 대한 의미가 커지는 때이다.

산책로라기 보단 임도에 가깝다. 훼손을 막기위해 고가의 포장을 했지만, 엄밀이 따지면 훼손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이용될경우 주변의 훼손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 근무하는 수목원 산책로 산책로라기 보단 임도에 가깝다. 훼손을 막기위해 고가의 포장을 했지만, 엄밀이 따지면 훼손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이용될경우 주변의 훼손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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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남아야 한다. 숲이 보존되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농담처럼 시작하는 말이지만 산속에 살면서 숲으로 출근하는 젊은이의 작은 제안으로 생각해주셔도 좋을 듯하다.

1. 나무를 심는다- 누구라도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식목일날 나무 심는 사람이 전 국민의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가뜩이나 살기에 버거운 요즈음이라면 더욱 소원하기 마련이다. 지구가 멸망해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누구를 떠올려 봐도 좋을 듯하고, 보존을 위해서는 빈곳에 틈틈이 나무를 심어야 한다. 숲길 한쪽에, 우리 집 마당에도, 사무실 한편에 화분을 놓고 해보자. 자투리땅에 매해 새로 심는 꽃보다. 작은 관목을 심는 것이 더 좋다.

2. 데크를 만든다― 산은 훼손된다. 인간들 때문에.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다니는 인간들은 정작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산을 생각하지 않는다. 무분별하게 버리고, 꺾고, 파내고 하는 것은 모두 인간이 저지르는 잘못이다. 대부분의 공원에 데크를 보행자도로로 만들고 주변에 나무를 바짝 심어서 숲이 훼손되는 것을 막는 것도 방법이다. 데크도 나무로 만들지만 쓰이는 나무이상으로 나무를 심는다면 그 효과는 더 클 것이다.

3. 지름길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다니는 등산로는 대부분 정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보통 임도는 구불구불하게 이루어져 차가 다닐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곳에 사람이 다니게 되면 꼭 가로지르는 길을 만든다. 그렇게 되면 그 면적만큼 훼손된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기존의 길을 이용하고, 그 정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아예 산에 오르지 않는 것이 좋다.

4. 봉투를 들고 다닌다― 검은 비닐봉투는 안보이게 여러 가지를 담을 수 있다. 산에 있는 야생화나 도라지를 캐서 담아오지 말고, 꼭 다른 인간들이 가엽게 산속에 버린 쓰레기들을 담아 와서 입구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관리인에게 넘겨주는 것이 좋다. 관리인도 고마워할 것이고 내 마음도 한발씩 산과 친해진다.

5. 밥이나 간식은 오르기 전에 먹는다― 꼭 산 중턱에서 식사하고, 고기 굽고, 과자 먹고 봉지들 버리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주기적으로 산에 오르지 않는 이들의 대부분이다. 식사 후에 산에 오르고, 식사 후라도 배가 고프면 산 입구에서 소비하고 쓰레기까지 처리해 놓고 '가볍게' 산에 오를 것.

6. 개척하지 말 것-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입산금지 팻말을 장식쯤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지 말고 63빌딩이나 한강다리를 타거나, 스킨스쿠버를 해보는 것이 어떤가. 허용되지 않은 등산로는 자연의 보고다. 간만에 사람이 들지 않아서 야생동물과 조류가 자신들의 시간을 만끽하고 나무의 가지들도 한껏 나래를 펴는 시간일터. 사람이 방해하면 쓰나.

7. 담배피지 말 것- 담배피우는 사람은 웬만하면 산에 오르지 않는 것이 좋다. 호흡이 가빠져서 힘이 두 배로 들 뿐 아니라. 오르고 나면 정복감을 공유하는 방법은 담배뿐인데 어찌 참을 것인가. 꼭 숨어서라도 피고 꽁초를 처리하지 못해 산불을 내고야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예, 담배는 차에 두고 오르던가 아니면 입구에서 왕창 니코틴을 충전하고 담배와 라이터는 놔두고 오르는 것이 좋겠다.

8. 가방 매지 말 것- 반나절 정도의 등반이라면 아예 배낭을 메지 말고 오르자. 몸도 가벼워질 뿐 아니라. 가방에서 나와서 숲으로 돌아가는 각종 쓰레기를 방지할 수 있다. 게다가, 산삼은 아니더라도 몸에 좋다고 하거나, 보기 좋은 꽃을 꼭 뽑거나 꺾거나 해서 배낭에 감추어서 하산하는 무리들이 없어야 하니 더욱 그러하다.

9. 숲과 친해지자 - 매주, 아님 매일 산에 오르시는 분들은 자주 마주치는 풀과 나무가 있을 것이다. 그네들이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해보라. 그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앞사람 뒤꿈치나 보면서 오르거나 땅만 쳐다보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건강도 좋지만 숲과 친해지면 정신건강에 더 좋다. 마주치는 나무가 어떻게 불리는지, 꽃은 언제 피우고, 잎은 언제쯤 떨어지는지 알게 되면 자연스레 산을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10. 오르지 말자- 웬만하면 오르지 말자. 정상 '정복'만이 등산의 의미는 아니다. 차라리 산 주변을 돌며 걷는 것이 어떠한가. 산 주변으로 산책로를 내자. 산을 가로질러 오르는 길은 산림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운동도 산 아래에서 하고, 산 허리이상을 침범하지 않도록 하자. 아마 몇 년이 지나면 놀랍도록 숲이 풍성해지고 야생동물의 개체수도 늘어나고, 보호받는 산새와 풀꽃들이 자리를 잡게 될는지도 모른다. 길이 많을수록 산은 스트레스 받는다. 동물, 식물 할 것 없이 말이다.

열가지를 생각하다 보니, 더 많은 생각이 떠오르지만, 일단 이 열가지도 넘치는 정보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든다. 아마 이중 많은 분들이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다른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뭐든 좋으니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태그:#자연사랑, #숲,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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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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