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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 경지에 오른 3500원짜리 '신의급식'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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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급식디자이너 유경선입니다."

웹디자이너도 아니고, 패션·헤어디자이너도 아니다. 한국외대부속외고 급식소에서 일하고 있는 유경선 매니저(수석 영양사·신세계푸드 소속)는 자칭 '급식디자이너'다.

지난 7일 <오마이뉴스> '엄지뉴스(#5505)'에 올라온 그의 급식 사진은 15일 현재 조회수가 65만에 달하는 등 누리꾼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른바 '신의 급식'으로까지 불린다. 그 역시 놀랐다고 한다. 다른 학교 영양사로부터 전화도 많이 받았다. '정말 그 가격에 그런 메뉴를 만들 수 있느냐'는 '의혹어린 시선'이었다. 그는 "약간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웠다"고 수줍게 웃었다.

그는 영양사이자 요리사다. 학생들이 김치나 멸치를 잘 먹지 않고 편식한다는 점에 착안해 '사치면'을 만들었고, 사내 요리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사치면이란 김치, 날치, 참치, 멸치로 만들어진 볶음우동을 말한다. 그는 사치면을 두고 "나를 쏙 빼닮았다, 이벤트가 가능한 요리"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급식 디자이너'로서 다재다능한 끼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식단을 짜는 일뿐 아니라 각종 이벤트로 학생들의 입맛을 돋울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최대 장점이다. 특히 고3 수험생들을 위해 '수능 파이팅 가든파티'를 열거나 수능 100일 전부터 식당에 매일 격려 편지와 작은 종이학을 붙여놓는 세심한 배려도 그의 아이디어다. 그러면 그 종이학은 학생들의 손에 의해 다시 대형 학이 되어 돌아온다.

올해로 10년차를 맞는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배식대 앞에 서면 떨린다"는 유경선 매니저. 조심스럽게 "즐거움과 감동이 있는 식단을 만드는 영양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대한민국 1호 급식디자이너' 유경선 매니저와의 일문일답 요지이다.

"칼로리만 계산하는 게 아니라 식단 창의적으로 디자인"

신세계 푸드 유경선 매니저와 김아롱, 박현옥 영양사(오른쪽부터)가 14일 오후 경기도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속 외국어고등학교 식당에서 '급식종사자 실명제' 표시판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세계 푸드 유경선 매니저와 김아롱, 박현옥 영양사(오른쪽부터)가 14일 오후 경기도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속 외국어고등학교 식당에서 '급식종사자 실명제' 표시판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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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홈피를 보니, 자신을 '급식디자이너'라고 했는데.
"영양사가 원래 직업이다. 그냥 식단을 짜고 칼로리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식단을 창의적으로 만들고 디자인해보고 싶은 꿈을 표현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 '엄지뉴스'에 올라온 급식 사진을 봤나?
"<오마이뉴스>는 원래 알고 있었다. '엄지뉴스'에 예비군 급식 올라온 것은 봤는데, 얼마 후에 저희 학교 급식 사진이 올라왔더라. 3년 전에 유포가 됐던 사진이다. 제가 싸이월드 운영을 처음 시작하면서 몇 개 올린 것을 다른 사람들이 퍼갔나 보다. 그 때부터 전파가 되서 지금까지 매년마다 학기 초만 되면 그게 계속 나오더라."

- 조회수가 60만이 넘는 큰 인기를 끌었는데?
"기분이 좋다. 다른 학교에서 전화도 많이 왔다. 정말 배급이 그렇게 되고 있는지…….(묻는 전화였다.) 약간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운 느낌이다."

- 3500원에 그렇게 좋은 급식을 할 수 있는 비결이 뭔가?
"저희 학교는 기숙학교이고 하루에 네 끼가 급식으로 나가간다. 그것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다른 학교는 중식만 나가기 때문에 저희 학교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 사람들이 급식에 관심을 많이 갖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글쎄……. 먹거리다 보니까……. 학교 급식 같은 경우 학부모들이 신경을 많이 쓴다. 내 아이가 먹는 밥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많이 궁금해 하신다."

- 식단은 어떻게 짜나?
"공통 메뉴도 있고, 학교 특성에 맞게 구성하기도 한다. 기숙사 학교라서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려고 노력한다. 주로 점심에는 이벤트, 저녁에는 한정식이 많이 나간다. 점심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위주로 먹였다면 저녁은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처럼 해 준다는 컨셉트다."

- 학생들 의견 수렴은 어떻게 하나?
"설문조사도 하고 있고, 매달 22일에는 '우리둘이 데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직접 메뉴를 작성하게 한다. 그 중에서 저희가 뽑은 메뉴를 그 아이 이름으로 제공한다."

- 학생들이 비싼 것을 주문하면 어떻게 하나?
"비프스테이크를 해줄 수는 없지만 함박스테이크나 돈까스로 바꿔서 진행하면 된다."

- 가장 좋은 메뉴가 나오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나?
"매주 요일별로 중식, 양식, 일식 콘셉트가 따로 있다. 그리고 이벤트를 자주한다. 매월 1일은 생일자의 날, 14일은 그 달의 테마에 맞춰 이벤트를 진행한다. 먹는 재미, 보는 재미, 매일 그런 것들이 있다."

"한달에 한번 학부모와 급식회의, 믿음 준다"

'블랙데이'인 14일 오후 경기도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속 외국어고등학교 식당에서 학생들이 점심으로 나온 자장면과 탕수육을 맛있게 먹고 있다.
 '블랙데이'인 14일 오후 경기도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속 외국어고등학교 식당에서 학생들이 점심으로 나온 자장면과 탕수육을 맛있게 먹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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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들은 정말 건강한 재료를 쓰는지 많이 걱정하는데.
"매월 어머님들과 급식회의를 진행한다. 이전 한 달치 메뉴를 평가하고, 앞으로 한 달 치 메뉴를 어머니들과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어머니들이 마음을 놓으실 수 있다. 또 이틀에 한 번은 모니터를 오셔서, 주방에서 음식 하는 것을 직접 보기 때문에 믿음을 갖고 계신다."

- 위생관리는?
"본사 자체에서 매일매일 '위생 철저히 하라'는 지침이 내려오고, 우리도 자체 관리하고 있어서 안심해도 된다."

- 이 학교에서는 언제부터 일했나?
"2006년부터 하고 있다. 영양사는 9년을 넘긴 것 같다. 학교는 여기가 처음이다. 그 전에는 관공서나 오피스 급식소에서 일했다."

- 관공서·오피스와 학교가 차이가 있나?
"아이들과 성인 급식에는 차이가 있다. 어른들은 취향이나 입맛이 저하고 비슷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무래도 튀기거나 기름진 메뉴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저희가 그런 것만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절을 하고 있다. 또 아이들은 편식이 심하다. 아이들이 생선을 잘 안 먹는데, 생선에 색을 입혀서 먹기 좋게 만든다. 그런 게 조금 어렵다."

- 혹시 학생 식단과 교사 식단이 차이가 있나?
"저희는 똑같다. 한 공간에서 급식을 하기 때문에 음식이 다를 수가 없다. 저희 학교 교직원분들도 아이들을 더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할 수 없다."

- 회사에서 수익금 중 일부를 학교에 환원하나?
"그런 게 있으면 아이들에게 오히려 돌아가는 게 적어진다. 아이들에게 전부 환원한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원하고 있고, 저희도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편식 심한 아이들... 밥 먹는 재미를 준다고 할까?"

14일 오전 경기도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속 외국어고등학교 주방에서 신세계 푸드 조리원들이 철저한 위생관리를 위해 위생모와 앞치마를 착용하고 조리를 하고 있다.
 14일 오전 경기도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속 외국어고등학교 주방에서 신세계 푸드 조리원들이 철저한 위생관리를 위해 위생모와 앞치마를 착용하고 조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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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학교 학생들이 외대부속외고 급식 사진을 보고 많이 부러워했다. 그만큼 다른 학교 학생들이 급식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얘기인데.
"다른 학교 영양사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 저희는 다만 맛있는 식사에 즐거움을 더해 주고 있을 뿐이다. 밥 먹는 재미를 준다고 해야 할까?"

- 급식을 보면 일반적으로 볼 수 없던 새로운 메뉴가 많던데?
"아이들에게 매번 같은 메뉴가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메뉴를 다양화하기 위해서 매월 1개 정도씩 개발을 한다."

- 유경선 매니저의 가장 대표적인 개발 메뉴는 무엇인가?
"사치면이다. 사치스러운 면이라는 의미가 아니다.(웃음) 김치, 날치, 참치, 멸치로 만들어진 볶음우동이다. 그래서 4치면이다. 아이들이 김치나 멸치를 잘 먹지 않는데서 착안해 만들었다."

- 영양사 일을 하면서 에피소드가 많았을 텐데.
"매 급식이 모두 에피소드다.(웃음) 지금도 매번 배식할 때마다 떨린다.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고 감동을 주다보면 내가 감동 받은 일도 생긴다. 고3 수험생들을 위해서 수능날 도시락을 싸줬다. 그리고 100일 전부터 편지도 쓰고, 식당에 종이학도 접어서 붙였다. 그랬더니, 나중에 학생들이 고맙다고 대형 학을 접어서 가져왔더라.

경찰대학 급식소에서도 일했는데, 그 때 만났던 아이들이……(웃음), 그 분들이 나중에 경찰이 된 뒤에도 연락을 해 오곤 한다. 경찰대 학생들은 밥을 먹을 때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 앞으로의 꿈은?
"즐거움과 감동이 있는 그런 식단을 만드는 영양사가 되고 싶다."


태그:#급식디자이너, #유경선 매니저, #한국외대부속외고, #학교 급식, #사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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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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