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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와 '변이'는 어떻게 다르지?

 

변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해 버린 그레고리 잠자의 이야기를 쓴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른다. 불안한 자아정체감에 가장 큰 영행을 받는 십대들에게 '변태'와 '변이'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변태는 어떤 물체나 생물의 형태가 달라지거나 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 변태를 하면 새로운 특성이 나오고, 좀 더 복잡한 것이 생겨나는 '질적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다른 말로는 '탈바꿈'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transformation', 'metamorphosis'로 표기한다.'

 

저 말에서 얼른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나비의 탈바꿈이나 매미의 탈바꿈일 것이다.  가장 긴 성장기를 거치는 인간의 십대야말로 진정한 자아를 찾아 완전한 변태를 꿈꾸며 몸부림치다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거꾸로 매달려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그런 고치의 상태가 아닐까 싶다.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아픔을 참으며 부리로 껍질을 깨고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벼랑에서 나는 연습을 하는  새끼 독수리의 모습에서 십대들 또한 두려움과 용기를 함께 느끼며 성장을 위해 고통스런 시간을 견뎌내려 할 것이다.

 

'변이는 같은 종류의 물체나 생명체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가리킨다. '양적 변화'를 의미할 때 주로 쓴다. 생물학에서는 돌연변이를 가리킬 때 자주 쓰는 말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시간에 의한 변화를 뜻하는 '변천'을 가리킬 때도 많이 쓴다. 영어로는 'variation'으로 표기한다.'

 

'생명체는 질적 변화나 양적 변화,

어느 하나로만 성장하지 않습니다.

계란에서 병아리가 되는 '질적 변화'를 거쳐,

깃털이 많아지고 몸집이 커져 어엿한 어른 닭으로 되듯이

'양적 변화'도 경험해야 비로소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몸도 세포에서 시작한 질적 변화를 거쳐 만들어졌고,

점점 정확도와 세밀함을 늘리는 양적 변화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오랜 성장 기간을 거쳐야만 비로소 어른 대열에 들어설 수 있는 인간은 복잡하고 미묘한 질적 변화와 양적 변화를 거쳐 가며  물리적 정신적 성장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과정일 뿐 완성은 아닐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이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말에  절대 공감을 표하는 것이다.

 

<자아놀이 공원>은  자신의 자아를 가지고 즐겁게 노는 체험놀이 공원 '자아놀이공원'의  개장을 앞두고 무료체험 이벤트에 당첨된 고등학생이 놀이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는 다소 독특한 내용의 청소년 소설이다. 

 

주인공 상준은 자신감이 결여된  소심한 고등학생이다. 그는 인간이 지닌 병리적 현상을 무의식과 성을 통해  해석해 내려던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만든 무의식 이론을 맛보는 빙하 놀이관, 융의 UFO 전시관, 강화이론을 통해 행동주의 이론을 정립한 스키너의 입체놀이관,  욕구의 위계질서를 피라미드 형태로 설명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이론을 체험하는 파라미드, 자아심리학을 발달시킨 에릭 에릭슨이 숨겨진 자아를 만날 수 있도록 설계한 서바이벌 게임장 등을 두루 다니며 미션을 수행해가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점차 자신감과 용기를 얻게 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에고(EGO)를 엿볼 수 있게 해 준 프로이트를 만나고,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쓴 작가, 트리나 폴러스를 만나 격려를 받기도 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놀이공원의 여러 가지 게임과 주어진 문제를 푸는 미션에 도전한다.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종종 좌절과 실패를 맛보기도 하지만, 성공을 맛보자 좌절감이 단번에 사라진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한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의 작가를 등장시킨 것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격렬한 변화를 경험하는 십대가 경쟁과정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염두에 둔 구성이다. 불확실한 미래, 불완전한 사춘기가 지닌 불안한 심리 상태를 앞을 똑바로 바라보지만 어딘지 모를 불안이 담긴 뭉크의 '사춘기'라는 그림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주인공이 체험하게 되는 과정들은 십대가  반드시 겪어야만 할 성장 과정의 상징이다.

 

어쨌거나 자아 찾기를  난해한 상담이론이 아닌,  놀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실 질풍노도의 십대, 더구나 입시를 앞 둔 십대와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곁에 두고 사는 것만큼 조마조마한 일이다.  만일  자아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고 그 지식을 직접 활용해 볼 수 있는 '자아놀이공원'이 정말로  생긴다면 질적 성장인 '변태'와  양적 성장인 '변이'라는  양날개를  통해   군형잡힌 어른으로 성장해 가려는  과정에 있는 불안한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심리적인 위안처가 되지 않을지.

덧붙이는 글 | 자아놀이공원은 심리학을 전공한 이남석이 청소년들을 위해 지은 책으로 청소년 전문도서  출판사인 사계절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자아 놀이 공원 - 심리학자들과 떠나는 환상 여행

이남석 지음, 사계절(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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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아찾기 , #자아놀이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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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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