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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니 뭐한다꼬 그카고 사노?"
"내가 뭘?"  

"이게 뭣꼬? 세상이 을매나 좋아졌는데 니는 이카고 사노?"
"난 이게 좋아."  

"니 할일이 그리 읎나? 니가 일이나 작나? 하는 일도 많음수로 이게 뭣꼬?"
"환경오염도 줄이고 좋잖아."  

"환경오염도 좋지만 니도 편하게 살아야  할꺼 아이가? 니 안 힘드나?"
"뭐가 힘들어. 옷 빨듯이 빨면 되고, 통에 넣고 삶으면 되는데."  

"아야,아야. 말어라, 말아. 요즘 좋은 생리대도 많이 나오는데 이렇게까지 할 거 뭐 있노? 니 인생이 긴줄 아나? 짧대이. 순식간에 오십되고, 육십된데이. 니도 맨날 그카고 살지 말고 화장도 하고, 옷도 사입고, 즐기면서 살아라. 니 그카고 산다고 누가 알아나 주나?"
"누가 알아주길 바래서 사나? 그냥 내 좋으니까 하는거지." 

"물론 그기가 그렇지만도 돈벌랴, 애키워, 남편 뒷바라지해, 정토회 다녀, 북한인지 뭐시긴지 돕는다고 맨날 다녀. 니 힘들어서 우찌 사노? 젊음이 항상 있을 것 같아도 안그렇데이…."  

딸과 함께 쓰는 천 생리대
 딸과 함께 쓰는 천 생리대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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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엄마는 제가 천 생리대를 폭폭 삶아서, 잘 정리해 놓은 걸 보시고 혀를 끌끌 차십니다. 왜 맨날 넌 별스럽게 구냐, 하십니다. 형제간 중에 엄마 눈에는 제가 유독 별납니다. 평범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엄마의 지론을 늘 깨는 자식이 접니다.

어릴 때는 남들 보다 늘 앞서라고 하시더니, 이제 저더러 제발 그냥 남들 하는 대로 따라만 가라십니다. 친정 엄마는 젊음도 모르고 아이들 키우고, 돈에 발발 떨며 살았던 지난 날이 늘 한이십니다. 당신들이 많이 배우지 못하신 것을 자식들에게 채우고자 하셨기에 자식들에게 더 집착하셨습니다. 그런 엄마가 지금은 변해서 저더러는 다 소용없으니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고 하십니다.

"한길아, 니 생리대는 니가 빨아라."
"어머니, 어머니 것도 있어요."
"왜 이러셔? 내거는 두 개고, 니거는 네 개야."
"사랑하는 어머니, 빠시는 김에 기냥 같이 빨아 주세요."
"됐거든~ 나 곱게 자라서 힘없어. 내 것만 빨거야. "
"진짜 치사하다. 무슨 엄마가 저래?"
"나 원래 그래. 꼬면 너도 딸 낳아서 나처럼 키워~"

큰딸이 생리를 시작했을 때 천 생리대를 잔뜩 선물했습니다. 물론 딸은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되느냐고 투덜거렸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엄마 말대로 그렇게까지 유난을 떨며 살 필요가 있나 싶었으니까요. 그러나 건강은 둘째치고라도 몇시간 쓰고 버리기 위해 그 많은 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는 사람의 자세는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때 깨닫게 된 건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을 해방시킨다는 말에 모순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이 맞다면 여성은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입니다. 자연을 파괴하고 얻은 여성 해방,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동안 우리는 여성해방을 이분법으로만 보았습니다. 남자가 담배를 피니, 여자도 담배를 핀다, 남자가 술 마시니, 여자도 술 마신다는 논리가 주였습니다. 그 속에는 숱한 세월 속에서 여성이 차별당해온 것의 반대 급부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담배가 몸에 해로우니 남녀가 안 피우는 것이 좋고, 과한 술이 건강을 해치고, 정신을 해치니 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독성 물질로부터 벗어나는 것, 해방은 그 안에 있습니다.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십시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생리대, #여성해방, #중독성 물질, #환경오염, #일회용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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