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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재건축반대주민모임 인수동 마을 주민들이 재건축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우리 마을에 부촌이 되고 돈 없는 이들은 쫓겨나는 것보다는 마을 사람이 그대로 마을을 지키기를 원했다. 왼쪽부터 김순래, 이우재, 이의복, 한정훈 씨.

 

서울시는 한신대와 접한 부분부터 청수탕까지 도시정비구역으로 정하고 재건축을 추진했다. 해당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출범하고 상당수 주민들이 찬성 서명을 하면서 이렇게 재건축이 추진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반대하는 이들이 생기더니 조직적으로 재건축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유 재건축반대주민모임은 재건축을 거부하는 이들의 서명을 받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강남이나 분당 같은 명품 단지를 지어보자'는 재건축추진위원회에 맞선 이들은 "그런 생각은 실현 불가능한 꿈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건축반대주민모임은 최근 사무실을 형제배달마트 지하실에서 건국부동산 옆 지상 1층으로 옮겼다. 새 사무실에서 반대모임을 이끌고 있는 전종렬(79), 김순래(73), 이의복(71), 이우재(70), 한정훈(55)씨 등을 만났다.

 

- 다들 연세가 많다, 누가 대표인가.

"우리는 대표를 따로 두지 않는다. 소송이 걸리면 대표에게 너무 많은 부담이 가는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대신 나이든 사람들이 나섰다. 젊은 사람들은 직장 생활하느라 평소에 마을에 없다. 우리 같은 70이 넘은 노인네들이 앞장설 수밖에 없다."

 

- 처음에는 반대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재건축을 반대한 이유는.

"우리 마을은 20년이 넘은 건물이 많다. 골목길도 겨우 차 한 대 다닐 정도로 좁다. 정비가 필요한 것은 맞다. 정비한다고 했을 때 희망을 품었다. 다들 협조하자며 인감을 찍어주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보니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여기는 풍치지구여서 재건축위원회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7~9층 건물을 짓기는 어렵다. 실제로는 5층 건물밖에 지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주민들이 부담하는 액수가 커진다. 공시지가 두 배를 쳐주더라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은 평당 700만 원 안팎 수준이다. 보통 600만 원 선일 것이다. 그런데 새로 지은 집은 평당 1200~1300만 원 선에서 가격이 책정될 것이다. 어림잡아도 30평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2억 원 가까이 돈을 내놔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푼 두푼 모아서 집을 산 우리 같은 서민이 그런 돈을 감당할 수 있겠나. 이런 개발은 찬성할 수 없다."

 

- 재건축추진위원회에서는 결정한 게 없다고 한다. 부담금이 2억 원이라는 계산도 억측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무조건 된다고만 한다. 재건축하려면 어떤 계획이 있을 텐데 공개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그들은 무조건 믿으라고만 한다. 재건축조합 설립 때 토지 소유자들이 사업에 참여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재건축조합 설립은 무효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해산되어야 한다."

 

- 토지소유자 과반수가 찬성하면 추진위원회를 해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우리 지역은 재건축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도로 주변 상가 주인만 반대한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지금은 찬성하는 사람들이 60%를 넘는다. 통장을 하던 사람이 추진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쉽게 주민들의 인감을 받아냈다. 하지만 우리도 50% 지지를 목표로 뛰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잠깐이면 절반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인감을 받는 것은 쉽지 않더라. 그래도 집집마다 돌며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우리 지지자들도 늘고 있다. 전체 416세대 가운데 130여 세대의 지지를 얻었다. 앞으로 70여 세대 동의만 얻으면 된다. 상가 주인만 반대한다고 하는데, 우리 동네에서 상가 주인이 몇이나 되겠나. 더 많은 주민들이 재건축을 반대한다."

 

- 사실 재건축 바람 덕에 이 지역 집값이 많이 올랐다.

"아무리 올랐어도 이 지역은 원래 땅값이 싼 지역이다. 45평 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최소한 30평짜리 아파트에 들어갈 것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돌아가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기 땅 내놓으면서 수억 원이나 되는 돈을 더 내야 한다면, 우리 보고 땅에서 나가라는 소리다."

 

- 재개발이나 재건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

"그렇다.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읽어보니, 재건축하면 이익이 주민에게 돌아오는 게 아니라 시공업자에게 돌아가더라. 주민이 내 동네 살면서 내 집을 짓는데, 왜 이익을 다른 사람이 챙기느냐. 공사하는 사람은 공사 대금만 받으면 그만이다. 이익이 있다면 그건 주민들 모두의 몫이다. 건설업자 배불리는 법은 바뀌어야 한다."

 

"수지타산이 안 맞아." 재건축반대주민모임은 재건축은 주민을 위한 게 아니라 건축 업자들 주머니 채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땅값 올라 돈 챙겨서 떠나는 것도 좋은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는 그냥 이 곳에서 살고 싶다. 가난한 사람들은 버스 타고 일터에 가야 한다. 이곳보다 더 멀리 변두리로 밀려나면 곱절이나 힘들다. 부자들이야 차타고 다니고 공기 좋은 곳으로 가니까 좋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다르다. 그리고 아파트 분양 받아서 들어간다고 해도 문제다. 한 달에 몇 십만 원씩 하는 관리비를 어떻게 감당하나. 재정착률을 따질 상황도 못된다. 열 집이나 남겠나. 극소수 부잣집 아니면 다 떠나야 한다. 그런데도 왜 찬성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 건물도 낡고 길도 좁아 정비할 필요는 있다. 추진위원회가 제시한 유럽식 중정형 타운하우스가 아니라면, 어떤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다세대 건물이 우리 마을에는 어울린다. 집 주인에게도 세를 들어 이곳에 사는 사람에게도 유익한 길이다. 그래야 이 지역에서 오래 살던 사람이 떠나지 않는다. 대신 조금 더 여유 공간을 두고 아담하게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주민과 자치단체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 구 인근 지역은 시 예산 10억 원을 들여 '아름다운마을'로 정비한다고 한다. 우리 마을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길이 좁은 것은 담장을 허물어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급한 대로 풀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유럽식 타운하우스처럼 굳이 고급스럽게 지을 필요가 있겠나."

 

-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면서 인심이 흉흉해졌다. 찬반으로 갈려 험담하는 일도 늘었다.

"안타깝다. 괜한 바람이 불어 사람들 허영심만 키웠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인데 자기 일 방해하면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무섭다. 우리는 그저 안 쫓겨나고 우리 마을에서 살고 싶을 뿐이다. 마을이 각박해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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