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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수위아저씨가 막는 바람에 한동안 제가 질질 끌려내려 오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교무실에 올라와 교무회의 시간에 떠나는 인사를 드렸습니다.

 

사실 어제(3월 8일) 교회에서 성가연습하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은 3월 6일자로 파면되었기 때문에, 월요일 출근하지 마시고(교장 선생님은 분명 파면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재차 확인했는데도...) 혹시 짐을 가져가야 한다면, 월요일 6시 이후에 와서 가져가시라."

 

그래서 제가 교장님께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인데, 어떻게 선생님들께 인사도 안 하고 가느냐? 마침 내일 월요일이니, 아침 교무회의 시간에 3~4분 정도 인사말을 좀 했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할 말이 있으면 이메일이나 메시지팝업을 이용해라, 발언권 줄 수 없고 수업도 들어갈 수 없다고 하데요. 그래서 제가 다시 말씀드렸습니다.

 

"교장선생님, 저 아직 우편으로 통보도 받지 않았고, 내일은 출근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인간적으로 호소드립니다. 선동하는 말 하지 않을 테니, 제발 인사말이라도 하고 떠나게 해주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것이 뭐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그랬더니, 그럼 잠깐 기다리라고, 10분 후에 다시 전화주겠다고. 아마 그 사이 이사장님 등 몇몇 분들과 상의했겠지요. 정말 10분 정도 지나 전화가 다시 왔습니다.

 

"논의해 보았는데, 김 선생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월요일 출근하지 마라~."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교장선생님 교회 다니는 분 맞느냐? 오늘이 주일인데... 어떻게 오늘 이런 전화를 할 수 있습니까? 교장선생님 마음 속에도 하나님이 계시다면, 제 인간적인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 어제 모처럼 밤새도록 울었다, 울면서 기도했다. 미워하는 마음 없게 해 달라고... 솔직히 인간적으는 많이 밉지만, 이사장님도 징계위원들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그들을 위해 기도하기로 했다. 간신히 제 마음 추스렸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저를 부추겨 오히려 큰 소리가 날 수 있다. 그러니 정말 간절히 부탁드리니 내일만큼은 저를 자유롭게 놔두어라. 교장선생님이 우려하는 것과 같은 소동과 혼란은 없을 것이다. 조용히 마무리하고 나오겠다. 교장선생님과 원한 지기 싫다.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드리는 인간적인 부탁도 못 들어주느냐? 만약 제 출근과 떠나는 인사, 그리고 수업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면, 그로 인해 빚어지는 소동과 사태는 전적으로 학교 책임이고 교장샘 책임이다. 그러니 잘 생각하셔서 하시라... 조용히 마무리 지으려는 사람... 다시 속 뒤집어 놓으면 누가 더 손해인지 판단해 보시고..."

 

그랬더니 알았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떠나는 인사]

 

존경하는 선생님들께 드리는 말씀

 

제가 양천고에 90년도에 왔으니까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미운 정 고운 정 많이 든 학교인데... 막상 떠나려니까 솔직히 눈물이 앞을 가려

그제 어제 많이 울었습니다. 숨 죽이며 조용히 울기도 했고, 집사람과 함께 꺼이꺼이 목놓아 울기도 했습니다.

아마 대학 4학년 때, 저희 아버지 돌아가시고 오랜만에 실컷 울어본 것같습니다.

처음에는 억울한 생각에, 몇 사람이 정말 죽이고 싶도록 밉더군요.

그러나 제가 믿는 하나님은 그분들까지도 사랑하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그분들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분들인들 좋아서 한 일은 아닐 테고... 

제가 이렇게 아리고 시려 잠을 못 이루었는데, 그분들 속이라고 편하겠습니까?

그래서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정상적인 다른 학교들처럼,

정말 좋은 학교, 상식과 논리가 통하는 학교,  원칙과 기준이 있는 학교, 민주적인 학운위와 인사위 통해 운영되는 학교,

그래서 학생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학교, 학부모들이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 선생님들이 근무하고 싶어하는 학교...

그런 멋진 학교, 신바람나는 학교, 한번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저의 힘이 여기까지인 모양입니다.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정말 선생님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 생각보다 꿋꿋하게 잘 버텨낼 것입니다.

제가 우리 학교 처음 왔을 때, 난초같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느새 잡초가 되었고 또 언제부터인가 인동초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잡초처럼  다시 일어서고 인동초처럼 반드시 겨울을 이겨낼 것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억울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나가지만

기필코 합법적으로 투쟁하여, 보란 듯이 명예를 회복할 것입니다.

제가 흘린 눈물이 환한 웃음이 되도록 할것입니다.

 

오늘은 제가 울지만 마지막에는 제가 웃을 것입니다.

저를 걱정하고 저를 위해 눈물까지 보이는 선생님들이 계신데

저를 위해 울지 마시기 바랍니다..

차라리 선생님들 제자인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 울기 바랍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학교 학생들 바보스러울 정도로 너무 착합니다.

0교시 일찍 나오라면 나오지요, 급식 말없이 잘 먹지요, 전천후공사, 8교시, 야자, 특별구역 청소... 강제로 시켜도 잘 하지요.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이고 구먹구구식이고, 예결산 세목도 공개하지 않아 불투명하기까지한 학교에

불평 불만이 많아도 잘 참아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속이 있습니다. 모르는 것 같지만 알 것 다 압니다.

학교를 학생에게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너무도 지극히 당연한 얘기이지만, 학교는 학생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과연 우리 학교가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가?

 

제가 징계위 들어가서, 그리고 지난 주 교장선생님께 분명히

최선의 길(저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고 민주적 인사위 및 학운위 구성)이 있고, 최악의 길이 있다고 했는데

하필 불행하게도 가장 최악의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러나 저 하나 해직시킨다고 양천고의 문제가 덮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양천고 문제는 저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계기로, 이미 걷잡을 수없이 들불처럼 번지고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습니다.

내년 고교 선택제를 앞두고 정말 걱정됩니다.

지금이라도 무엇이 진정으로 이사장님을 위하고, 무엇이 선생님들을 위하고, 무엇이 학생과 학부모님을 위하는 것인지

제발 깊이깊이 생각해 주시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왜 순리를 놔두고 악수를 두는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다시 뵙는 그날까지 몸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오.  --- 양천고 교사 김형태 드림

 

* <양천고 참교육 해내> 카페

http://cafe.daum.net/yangcheonhs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거뉴스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형태, #리울 김형태, #양천고 해직교사, #양천고 참교육 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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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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