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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장은숙 회장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장은숙 회장
ⓒ 김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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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이란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되돌아보는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약자를 배려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지요."

2월 24일 오후 1시, 서울시 서대문구 냉천동에 위치한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이하 학부모회)사무실을 찾았다. 25㎡ 정도의 아담한 사무실에는 사방이 교육관련 서적으로 가득했다.

사무실 벽면에 걸려있는 '바로 서는 학부모 우뚝 서는 아이들'이란 글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우리 학부모회의 슬로건"이라며 "학부모들이 앞장서서 참교육을 지향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는 제3자가 아닙니다. 학부모가 교육 주체로서 교사와 동등하게 교육 문제를 논할 수 있어야 학생들이 좋은 교육 환경에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1989년 입시·경쟁위주의 교육 현실을 바꾸고자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이다. 지난 20년 동안 학부모회는 촌지 없애기 운동을 벌이고 학교운영위원회를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장 회장은 "20년 전 학부모회를 만들 때 학부모 스스로가 교육의 주체로서 활동하고자 했다"며 "그동안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여전히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냉천동에 위치한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사무실.
 서대문구 냉천동에 위치한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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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있어서 학생들을 보호·지원하는 학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그동안 학부모는 교육의 주체가 아니었다. 장 회장은 "학부모의 역할이 학생과 교사를 뒷바라지하는 정도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이를 극복하고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가 되어서 교육 현실을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참교육을 지향한다고 해서 학업성적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장 회장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것"이라며 "단지 학생 개개인마다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학업성적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로 학생을 평가하는 현실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부모회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크게 교육정책활동, 입법 활동, 토론활동으로 나누어진다. 그중에서도 새 학기 학부모 교실은 학부모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다. 새 학기 학부모 교실은 전국 20여 곳에서 진행된다.

"초등학교에 입학 자녀를 둔 학부모는 막상 무얼 어떻게 교육해야할지 모릅니다. 곧 중학교에 들어갈 아이를 둔 학부모는 학습지도에 고민이 많습니다. 학부모들도 경쟁위주의 교육을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학부모교실에서는 학부모들이 자녀와 소통하는 방법, 자녀의 재능을 잘 살려줄 수 있는 교육법 등을 가르칩니다. 그럼으로써 학부모들은 자연스레 참교육을 실천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무실에 걸려 있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의 슬로건
▲ '바로서는 학부모 우뚝서는 아이들' 사무실에 걸려 있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의 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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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회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학교 예산안 선정에 참여해서 학교운영비가 학생들을 위해서 쓰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학부모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 이미 합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움은 남아있다. 장 회장은 "아직 사회에 선입견이 남아있는 것 같다. 학부모가 학생들을 지원하는 제3자 정도로 인식한다"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일부러 학부모를 배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지만 학부모회의 활동은 한결같다. 바로 내 자녀의 일이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학부모들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면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며 "교육은 단시일 내에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에서 말하는 참교육, 전인교육이란 무엇인가.
"굉장히 포괄적이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나만이 아닌 다른 이들을 되돌아보는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 참교육이다. 또한 우리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 양성하고 올바른 사회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학부모회에서 지향하는 '올바른 사회의식'이란 어떤 것인가.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면, 즉 자기 삶만 생각하다면 학교 공부를 끝내고 취업하는 평범한 일이 매몰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을 되돌아보지 못할 것이다. 자신보다 못사는 사람들에 관한 문제들. 이를테면 비정규직같은 것에 관심을 같는 태도다."

-일부에서는 학부모회가 아이들의 학업을 등한시한다고 평하기도 한다. 대안교육, 참교육이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 하다. 학부모회에서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업성취도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학부모들이 내 아이가 공부를 잘 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 강제로 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아이들이 가진 다른 재량을 키워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진로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물론 학업 성적이 높은 학생들도 마땅히 칭찬받아야한다. 그만큼의 노력과 재능이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부모회가 추구하는 참교육 정신이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사회에서 이미 학벌이라는 잣대로 사람들을 평가하려 하기 때문이다.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대안을 제시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부모회가 지향하는 참교육은 결코 이상향은 아니다. 현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경쟁교육이 아닌 협동교육으로 이미 많은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협동교육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국가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이것은 무너지고 있는 미국, 영국식의 경쟁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학부모가 추진하고 있는 참교육의 모습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핀란드의 협동교육은 무엇인가.
"핀란드에서는 협동교육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진행이 되었다고 한다. 핀란드 교육의 주는 평등교육, 통합교육이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교실에서 토론하고, 교과목을 통합해서 가르치는 식이다. 수학시간에도 역사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 (핀란드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한국 교육의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 교육은 우수한 학생에게 집중 지원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방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핀란드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30년간 평등교육을 실시했다. 우리나라처럼 정부 주도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5년 내지 10년 동안 교육 부문에서 단기적인 효과를 얻어내려고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교육은 중장기적으로 봐야할 부분이다. 사회의 모습도 변화해야 한다. 대학 서열화 구조. 고졸과 대졸의 차별적 임금 구조가 부서져야한다. 이런 것이 기본이 되어야 교육에서의 경쟁이 줄어들 것이다. 즉 사회가 변화한다면 교육 현장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참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학부모들이 사회의 일반적인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대로 하는 게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네 안에서도 많은 갈등이 있다. 보통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대안교육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막상 중학생이 되면 경쟁력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고 한다. 이때 흔들리지 않고 참교육을 소신있게 가르쳐야 한다."

-장은숙 회장 본인의 경우는 어떤가.
"대학생 딸이 있다. 공부를 굉장히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 컸다고 생각한다. 자기 문제해결 능력이 충분하고 이타적이다. 자기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사회를 돌아볼 줄 아는 그런 아이로 컸다. 요즘 아이들도 열심히 공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해서 남 줘야한다'라고 말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잘 먹고 잘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가르쳤다. 그것보다 우리 사회에 이바지 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건국이념이 홍익인간 아닌가.(미소)"

- 학부모회에서 하는 일들을 설명해 달라.
"크게 나누면 교육정책활동. 입법활동. 토론회 참여를 하고 있다."

-'새학기 학부모 교육'은 무엇인가.
"학부모회의 기본 슬로건이 '학부모가 바로 서야 우뚝 서는 아이들'이다. 학부모가 참교육을 지향하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부모 교육이 더욱 절실하다.'새학기 학부모교실' 경우 스무 군데 지역에서 진행된다. 초중등 학부모 교육을 한다."

- '새학기 학부모 교육'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은 평소에 어떤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학부모는 막상 뭘 어떻게 준비해야할지도 모른다. 선행학습을 해야하나 고민하기도 한다. 학부모회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아이가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이이의 학부모는 학습지도를 신경쓰려고 한다. 사실은 이것보다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동기부여를 통한) 공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린다. 게다가 중학생의 경우 신체발육에 따라서 사춘기 등 몸의 변화가 온다. 이 부분을 학부모에게 교육한다면 자녀와의 관계에도 도움이 되고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

- 학교 운영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들었다.
"보통 학부모 회장이 되는 경우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한다. 하지만 학부모도 교육 주체로서 학교 운영에 교사들과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해야한다. 학교 예산 편성에 참여해서 학교 운영비가 바람직한 곳에 쓰이게 한다. 학교 도서관활동, 학교 급식활동 등으로 아이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배경은 무엇인가.
"학교 안에서의 비합리적인 요소 등이 많다. 학부모가 학교에 돈을 내거나 교사의 소풍 도시락을 싸는 등이다. 마치 뒤치다꺼리하는 형국이다. 학부모는 제3자가 아니다. 학부모회가 20년 전에 세워질 때도 '교육 주체로서의 학부모 운동이다'라고 선언했다. 사실 학부모가 교육 주체로서 교사와 동등하게 교육문제를 논할 수 있어야 하고 이래야만 아이가 잘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학부모회에 선입견이 많은 것 같다. 학교 운영위원회가 합법화되면서 제도적으로 학부모가 참여하는 제도가 마련되었음에도 학교에서는 학부모의 활동을 두고 처음부터 '간섭한다' '관여한다'라는 시선들이 있었다. 운영위에서 의도적으로 학부모회를 배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학교 운영위할 때도 교장선생님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참교육 활동을 하면 학교 내에서 인식이 바뀌어 나간다. 교장도 마음의 자존심만 바꾼다면, 교육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은 단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의 경쟁일변도의 정책, 상위 몇 프로를 위한 정책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조금 못하는 아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평등이라고 하면 하향평준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핀란드에서는 평등교육으로 국가경쟁력 강화 등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물론 아이들이 가고자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그런 과정은 학생과 학부모 간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진로는 아이들의 원하는데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 대학생 웹진 (www.ngonzine.com) 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장은숙,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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