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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말의 조각상이 세워진 시닝 기차역. 시닝은 티베트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티베트 말의 조각상이 세워진 시닝 기차역. 시닝은 티베트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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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룬산에 이르면 아름다움에 눈물이 마를 줄 모르고, 탕구라산에 이르면 손으로 하늘을 잡을 수 있다.'(到了崑崙山兩眼淚不干, 到了唐古拉伸手把天抓)

칭짱고원(靑藏高原)의 한 민요처럼 칭하이(靑海)성에 들어서면 고산지대의 높이에 압도된다. 칭하이의 평균 해발은 3000m 이상으로, 쿤룬산맥의 줄기를 따라 4000~6000m의 고봉들이 즐비하다. 수도인 시닝(西寧)의 고도도 2270m에 달한다. 해발이 높은 만큼 칭하이에서는 산소가 희박하여 고산병의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칭하이성은 흔히 아시아의 '모태'로 불린다. 칭하이성 서남부 산장위안(三江源)에서는 양쯔 강(長江), 황허(黃河), 란찬강(瀾滄江)이 발원한다. 란창강은 중국을 벗어나면 메콩 강이라는 새 이름으로 동남아 사람들의 어머니 강 노릇을 한다. 중국 문명을 낳은 두 개의 강과 동남아의 젖줄이 칭하이에서 잉태된 셈이다.

이곳은 우리에게는 티베트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잘 알려졌다. 1954년 개설된 칭짱공로와 2006년 7월 개통된 칭짱철도는 시닝과 골무드(格爾木)에서 출발해 라싸로 이어진다.

칭하이성은 중국 북서쪽에 자리잡은 내륙 섬 같은 곳이다. 북서쪽으로는 신강위구르(新疆維吾爾)자치구, 북쪽과 동쪽은 간쑤(甘肅)성, 남동쪽은 쓰촨(四川)성, 남서쪽은 티베트 본토와 접해 있다. 동서는 1200㎞, 남북은 800㎞에 달한다. 총면적은 72.1만㎢로, 중국 전체 면적의 7.5%를 차지한다.

칭하이는 높은 해발 고도의 탓에 겨울 평균 기온은 -10~-16℃로 춥고, 여름 평균 기온은 8~16℃로 시원하다. 1년 평균 강수량도 400~1000㎜로 적어, 전형적인 대륙성 건조 기후를 보인다.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했지만 인간이 살긴 척박하여, 칭하이성 인구는 2007년 현재 중국 전체 인구의 0.4%인 549만 명에 불과하다. 그 중 한족이 58%로 가장 많다. 이어 티베트인과 회족(回族)이 각각 20%, 14%를 차지하고 있고, 그 외 8개 소수민족이 독특한 문화와 풍습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은 784억 위안(한화 약 15조6800억원), 1인당 국민소득은 1만3836위안으로, 칭하이는 낙후되고 가난하다. 내륙 깊숙이 위치한 지리적 약점으로 인해 무역 규모는 9.4억 달러, 외국인 투자는 2.8억 달러만 집행되었다.

중국 4대 이슬람 사원 중 하나인 둥관(東關)모스크. 칭하이성 내에는 한족 외 10개의 소수민족이 어울려 살고 있다.
 중국 4대 이슬람 사원 중 하나인 둥관(東關)모스크. 칭하이성 내에는 한족 외 10개의 소수민족이 어울려 살고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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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하이성 주요 경제 지표
 칭하이성 주요 경제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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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명을 낳은 3대 강의 발원지, 칭하이

칭하이성은 생명력 질긴 자연만큼 꾸준히 발전해왔다. 열악한 교통사정, 내수시장의 미성숙 등으로 외국기업의 진출은 미미하지만 석유, 비철금속 등 천연자원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칼륨염, 황산나트륨, 석면 등은 중국에서 가장 많고 천연소다, 유황, 석고, 천연가스 등의 매장량도 막대하다.

실제 칭하이성은 중국의 주요 알루미늄 생산기지로, 알루미늄 괴가 전체 대외수출의 58.7%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의 대부분도 지하자원 개발과 연관되어 있다.

이렇게 다른 성시보다는 낮지만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했던 칭하이가 지금 침체의 늪에 접어들고 있다. 작년 칭하이성 경제 성장률은 12.7%로, 외형적으로 예년과 차이 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4/4분기 성장률이다.

4/4분기엔 불과 9% 성장에 그쳐, 고립된 내륙에 있는 칭하이도 전 세계적인 경제 한파의 영향권에 들어섰음을 보여주었다. 1월 2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금융위기 후 칭하이성 내 기업의 경영 악화가 뚜렷해졌다"면서 "경영 개선을 위한 금융지원이 시급하다"고 보도했다.

수십 년 이래 지속되어 온 가뭄과 온난화 현상은 칭하이성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칭하이는 중국 내 4대 목축지의 하나지만, 강수량이 적어 식량의 자급자족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칭하이의 쌀과 밀 가격은 중국 서부지역의 다른 성시보다 10~20% 더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겨울 가뭄마저 지속되고 있다. 지난 90여 일간 중국 북부지방은 눈이나 비가 거의 오지 않아 50여 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칭하이성의 가뭄과 온난화 현상도 심각했다. 기자가 시닝을 찾은 5일 낮 기온은 12도로, 고산 도시에 온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시닝 주변의 산야는 오랜 가뭄으로 메말랐고 하천은 바닥이 거의 드러날 정도였다.

시닝 제11고등학교 교사인 뤼제(26·여)는 "올 겨울은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뤼는 "시닝은 사정이 좋아 작년 11월 이후 눈이 적은 량이나마 세 차례 내렸다"면서 "성 내 다른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고 있고 양과 야크의 먹을 물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는 염호(鹽湖) 칭하이호. 칭하이호는 지속적인 온난화와 가뭄으로 200년 뒤 소멸될 전망이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는 염호(鹽湖) 칭하이호. 칭하이호는 지속적인 온난화와 가뭄으로 200년 뒤 소멸될 전망이다.
ⓒ 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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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다 드러난 시닝의 한 하천. 유례 없는 겨울 가뭄으로 칭하이 산야는 메말라 가고 있다.
 바닥이 다 드러난 시닝의 한 하천. 유례 없는 겨울 가뭄으로 칭하이 산야는 메말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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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온난화와 가뭄으로 사라지는 중국 최대 소금호수

칭하이성의 가뭄은 중국의 호수 중 가장 아름답다는 소금호수 칭하이호 주변이 가장 심각하다. 칭하이호는 해발 3193m의 고원에 위치하여 면적 4456㎢, 저수량 1050억㎥에 달한다.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서북부의 사막화 현상을 막아주는 병풍 역할을 하고 있다.

칭하이호는 이미 장기적인 온난화로 매년 저수량이 4억3600만㎥씩 줄어들고 호수 주변의 사막화도 매년 20㎢씩 이뤄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겨울 평균 기온이 -5도 안팎에 불과해 지난 반세기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2006년부터 10년간 68억9000만 위안(약 1조3780억원)을 투입하여 칭하이호의 육지화를 막기 위한 나섰지만 가뭄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칭하이호는 작년 말 이래 단 한 차례 눈이 내렸을 뿐이다.

"돌로 한 마리, 몽둥이로 두 마리, 작살로 한 꾸러미를 잡는다"는 말이 오르내릴 만큼 풍부했던 황어(湟漁)도 그 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 5일 <충칭신보>는 "칭하이 호수 일대는 고온에 강수량도 적어 역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의 상황이 더욱 비관적이다"고 보도했다.

칭하이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하던 관광산업도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칭짱철도가 개통된 뒤 시닝을 찾는 외지 관광객은 급증했었다. 2007년 시닝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689만 명, 관광 수입은 총 30억9000만 위안(약 61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7.1%, 42.3% 증가했었다.

2008년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라싸에서 티베트 독립시위가 일어나면서 반 년 가까이 티베트로의 단체 관광객 진입이 금지됐다. 칭하이도 성 내 티베트인 거주지역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칭짱철도의 중간 기착지이자 칭하이성 교통요지인 시닝의 관광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작년 한 해 시닝을 찾은 관광객 수는 639.7만 명. 2007년에 비해 10% 가까이 줄었다. 관광 수입도 총 31억3000만 위안(약 6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쿰붐 사원(塔爾寺)에서 만난 여행 가이드 리쐉(29)은 "칭짱철도 개통과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정부는 푸닝즈주(浦宁之珠) 전망대를 세우고 10여 개의 레저타운을 설립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외지인의 발걸음은 오히려 줄어들어 관광업 종사자들의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티베트 겔룩파 6대 사원 중 하나인 쿰붐 사원을 찾은 한 몽골인 대가족. 회족을 제외한 칭하이 내 소수민족 대다수는 티베트 불교를 믿고 있다.
 티베트 겔룩파 6대 사원 중 하나인 쿰붐 사원을 찾은 한 몽골인 대가족. 회족을 제외한 칭하이 내 소수민족 대다수는 티베트 불교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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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도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한 궁허루의 동충하초 상점가.
 주말에도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한 궁허루의 동충하초 상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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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충하초 5㎏이 BMW보다 비싸다"던 농담도 옛말

칭하이 대표 특산물인 동충하초(冬蟲夏草)마저 금융위기 영향으로 폭락하고 있다. 동충하초는 칭하이 산장위안 일대와 티베트 나취(那曲)가 주산지다.

개혁개방 이전만 해도 티베트 유목민 농가의 대문을 나서면 발에 밟힐 정도로 동충하초가 흔했다. 19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이 보양식으로 즐겨먹는다고 알려지면서, 일반인의 수요가 늘어났다. 지난 2~3년 전부터 웰빙 열풍에다 원저우(溫州) 상인을 중심으로 한 대형 상단의 집중적인 투기 대상이 되어 가격이 폭등했다.

칭짱고원 일대에 강수량이 감소하고 유목민에게만 채취가 허용된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2006년 이전만 해도 500g당 3~4만 위안(약 600~800만원) 하던 동충하초 값은 2007년 말 10만 위안(약 2000만원)까지 뛰어올랐다. 최상품 가격은 20만 위안(약 4000만원)까지 호가했다.

궁허루(共和路)의 한 상인은 "한때 동충하초 5㎏이 BMW보다 비싸다는 농담까지 회자됐다"고 전했다. 궁허루는 중국 최대의 동충하초 집산지로, 60여 개의 전문 상점이 영업 중이다. 궁허루의 제품은 베이징, 상하이, 광둥(廣東) 등지에서 달려 온 상인들에 의해 중국 각지에 팔려나간다.

한때 품귀 현상까지 일으켰던 동충하초는 현재 상품이 500g에 3만 위안으로 폭락했다. 위수(玉樹) 출신의 도매상인인 양준(39)은 "심각한 가뭄에다 겨울철이라 공급량이 적은데도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은 "문턱이 달도록 궁허루 상점을 찾던 연해지역 상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궁허루만 10여 개의 가게가 문을 닫았고 시닝 전체 1000여 곳에 이르던 상점도 1/3 넘게 파산했다"고 말했다.

식을 줄 모르고 부풀어 올랐던 동충하초 거품 덕에 지난 2~3년간 시닝은 호황을 누렸다. 동충하초 채취해 내다 팔아 재미를 본 티베트 유목민과 상품 중계를 담당한 한족 상인이 앞 다투어 분양된 고급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거품 터진 동충하초 붐은 시닝의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작년 가을 정점을 이뤘던 시닝 부동산 시세도 올해 들어 급락세로 바뀌었다. 원인 모를 열기로 들썩했던 도시는 예전과 같은 평온을 되찾아 가고 있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 온 칭하이 사람들에게 자연재해와 거품 꺼진 경제는 안분지족 했던 옛 생활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의 모태인 칭하이 대지. 아시아 문명을 잉태한 3대 강이 발원한 땅이다.
 아시아의 모태인 칭하이 대지. 아시아 문명을 잉태한 3대 강이 발원한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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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칭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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