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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군포 여대생 살해 용의자 강모씨가 경찰에 연행돼 경기도 안산 상록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5일 오전 군포 여대생 살해 용의자 강모씨가 경찰에 연행돼 경기도 안산 상록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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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연쇄살인범' '희대의 살인마'.

30일 오전, 군포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강아무개씨가 연쇄살인을 자백하자, 언론은 그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사실 '연쇄살인범' 강씨는 아직 법적으로 살인범이 아닙니다. 유죄 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봐야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그는 지금 '피의자'입니다.

그러나 여론은 이미 뜨겁습니다. 연쇄살인에 경악한 누리꾼들은 강씨를 사형시키자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공개 처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중 가장 뜨거운 논란은 바로 강씨의 신원공개 문제입니다. 마스크와 모자를 벗겨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날 다음 아고라에서는 '살인범' 강씨의 신원(얼굴)을 공개하자는 네티즌청원이 시작됐습니다. "더러운 살인마가 모범수로 출소하여 옆집에 산다면 누군지도 모르고 살인마에게 잘해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개설자의 설명입니다. 30일 밤 9시 현재 1110명이 이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군포 연쇄살인범, 모자를 벗겨야 할까요

다음 사회토론방에서도 신원공개에 대한 찬성의 여론이 거셌습니다. "사람 죽인 짐승에게 무슨 인권이냐"는 다소 감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법과 권리의 측면에서 조목조목 논리를 전개하는 누리꾼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자유와 권리는 타인을 해치지 않을 때 보장되는 것이다. 가해자의 인권보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살인자에게도 인권은 있지만, 그의 '사생활의 자유'보다 그 얼굴을 볼 수 있는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이다. 얼굴을 공개해야 유사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숫자에서는 밀리지만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살인마라고 해도 인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근거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강씨 얼굴이 공개되면 죄없는 그의 가족·친구 지인들도 '범죄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그와 얼굴이 닮은 사람들도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미 잡힌 범인 얼굴을 본다고 해도 부질없는 짓이다. 이런 식으로 보복하면 오히려 민심만 흉흉해진다."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해야" vs. "공개해도 사회적 실익 없다"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립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중대한 사건이고 물증이 확실하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공개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2명 이상이 희생된 연쇄살인, 어린이 납치·유괴·살해 등을 저지른 범죄자는 실명과 얼굴이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공인'으로 볼 수는 없으며 초상권을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후 무죄로 판결이 나올 경우, 얼굴 공개에 따른 피해를 돌이킬 수 없으며, 얼굴을 공개해도 사회적 실익이 없다는 것도 주요 근거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찰은 피의자에게 마스크나 모자를 씌우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신문과 인터넷에서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은 피의자라 할지라도 초상권을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이후에 모자와 마스크가 관행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마스크를 씌울지 벗길지는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판단할 수 있지만, 2005년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경찰청 훈령)'은 "경찰서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강씨를 검거한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 이정달 경감은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 벗겨놓고 시원하게 온 국민이 다 볼수 있게끔 해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강아무개씨의 얼굴은 가려야 할까요, 드러내야 할까요? 만약 수사기관의 수뇌부라면, 어떤 판단을 내리시겠습니까.

25일 오전 실종 군포 여대생 살해 용의자를 검거한 경찰이 경기도 안산 본오동에서 실종된 여대생의 사체를 수습하고 있다.
 25일 오전 실종 군포 여대생 살해 용의자를 검거한 경찰이 경기도 안산 본오동에서 실종된 여대생의 사체를 수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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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군포?여대생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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