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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제44대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미셸 오바마.
 버락 오바마 제44대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미셸 오바마.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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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제 44대 미 대통령 취임... 2백만명 운집

지난 주말 내내 오바마가 직접 완성했다고 알려진 취임 연설은 미국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것과 더불어 전 세계인을 향해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이 '부시 행정부의 미국'과 완전한 차별을 이룰 것임을 강조했다. 

그것은 미국의 안보를 지킨다는 이유로 그릇된 판단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것으로, 부시 행정부가 테러리스트를 잡고 안보를 유지한다는 명분 하에 고문과 도청을 일삼고, 관타나모 기지를 유지시키며, 부당한 전쟁을 일으킨 것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을 건국 아버지들이 피를 흘리며 지키고자 했던 이상과 원칙에 따라서 이끌 것이라고 천명했다.

오바마는 20일 이날 2백여만명의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취임식에서 제44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오바마의 연설은 현재 미국이 직면한 도전과 어려움에 대한 직시로 시작되었다. 폭력과 증오로 뭉친 세력들과 전쟁중이고, 일부의 탐욕과 무책임의 결과로 미국 경제는 매우 약화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짧은 시간에 쉽게 해결되지 못할 이 도전을 기꺼이 맞이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오바마는 신이 부여한 약속, 즉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행복을 추구할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는 미국의 신성한 이상을 실현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 실현을 위해서 땀을 흘려 노력할 것이고 위험과 희생을 감수할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한 듯, 그의 연설은 또한 경제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연설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과감하고도 신속한 행동을 취할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닦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적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그는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 분명히 밝혔다. 오바마는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한 정부의 규모와 역할에 문제를 삼기보다는 그것이 실제로 효과를 낼 지, 일자리를 창출하고 충분한 의료 서비스와 퇴직을 보장할 수 있도록 작용하는지에 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세계인들, 미국이 모든 국가의 친구임을 알게 될 것"

또한 오바마는 전 세계를 향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안보와 이상 사이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건국 아버지들이 법에 의한 지배와 인간의 권리를 담보하기 위해 힘썼던 것처럼, 그는 그러한 이상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시 행정부의 비인권적, 비법치적 자세와의 철저한 단절을 선포하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이 모든 국가의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미국은 다시 한 번 그런 모습으로 부활할 준비가 되어있다고도 했다.

무슬림 세계를 향해서 그는 공동의 이익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모색할 것이라 했고, 반목의 씨앗을 뿌리고 서구사회로 문제의 원인을 돌리려는 정치 지도자들에는 그들의 국민들이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또한, 부패와 기만과 반대세력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것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는 역사의 그릇된 방향에 서있는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러나 테러와 무고한 사람들을 살육하는 행위에 대해서 미국은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미국인 개인의 책임감을 강조했고, 사회와 국가와 세계에 대한 의무감을 강조했다.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의무감을 수행하는 것이 미국 시민이 되는 대가이자 약속이라고 강조하며, 이것이 곧 미국인의 자신감의 원천이라고 했다.

끝으로 미국인 모두가 직면한 어려움을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 희망과 가치를 갖고 용감하게 다가올 도전을 받아들이자고 하며, 후세로 하여금 지금의 미국인들이 역경에 굴하지 않고 이 여행을 계속 이어나갔다고, 과거로 뒷걸음치지 않고 자유를 미래 세대에게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회자하게끔 노력하자고 강조하며 20여분의 연설을 마무리 했다.

엄숙한 분위기... 운집한 청중들, 추운 날씨속 연설 경청

오바마의 연설은 매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일반적으로 오바마 연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감동을 주는, 선거 유세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그런 연설이 아니었다. 연설 도중 청중들로부터도 잦은 박수 세례를 유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 이미 수 시간을 떨었을 그 많은 사람들은 오바마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매우 집중하며, 그 의미를 놓치지 않고자 경청하는 모습들이었다. 

<팀 오브 라이벌스>의 저자로도 유명한 도리스 컨스 굿윈이 오바마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비교할 때 자주 드는 일화가 있다. 1930년대 경제 공황으로 미국 경제가 한창 어려웠을 시점, 루즈벨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 한 통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집 지붕은 주저 앉았고, 아내는 나에게 화나 있고, 개는 도망가 없어져 버렸어요. 그러나 당신이 백악관에 있기 때문에 나는 괜찮을 겁니다."

그녀에 따르면 당시 평범한 미국인들은 진심으로 루즈벨트 대통령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오바마의 취임식을 맞이하는 미국인들의 심정도 이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 않을까 싶다.


#오바마 #오바마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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