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느날 집에 돌아온 아이들이 요란한 목소리로 뉴스를 전했어요.

"뽑기 기계에 가재를 넣었어."

그 말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 재차 물었어요. 뽑기 기계에 가재를 넣고 뽑게 한다는 얘기지요. 아이들과 그 기계를 보러 갔습니다.

뽑기 기계 속에 가재를 넣다니... "깨끗한 지폐를 사용하여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여기는 강나루역 2번 출구 편의점 앞. 강북 인수동에도 이런 뽑기가 있다. 이래도 되나? 고발한다. 어떤 조치가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뽑기 기계 속에 가재를 넣다니... "깨끗한 지폐를 사용하여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여기는 강나루역 2번 출구 편의점 앞. 강북 인수동에도 이런 뽑기가 있다. 이래도 되나? 고발한다. 어떤 조치가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 최봉실

관련사진보기


가재 뽑기 기계는 장난감 뽑기 기계 옆에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오고가는 길목이지요.

대여섯 마리의 커다란 가재가 노란색 뽑기 기계 속에 들어가 있었어요.

"아니, 저게 왜 저 안에!"

양 집게는 노끈 같은 걸로 꽁 묶어 두었습니다. 가재는 서로 바싹 붙어 있었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할 수 있을까? 살아 있는 생명을 뽀족한 집게로 집어서 뽑아 올리는 장난을 버젓이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니. 그것도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놀이로.  

뽑기 기계 속에서 두 발이 꽁꽁 묶인 채 인간들의 장난감으로 취급당해야 하는 가재를 생각하니, 살아 있는 생명을 한낱 장난감으로 이용하게 만드는 어른들의 무감각함과 잔인함에 순수한 어린이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는 온 마을과 내 자신이 함께 죄를 짓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기계가 앞에 놓여 있는 가게에 들어가 물어보았습니다.

- 저 가재 뽑기 이 가게에서 하는 거예요?
"네, 그런데요. 왜요?"

저는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애원하듯 말했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저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고요. 그리고 아이들이 오가며 늘 보는 곳에 저런 기계를 두는 게 교육상 너무 안 좋은 것 같다고요.

그랬더니 그 기계는 다른 사람이 하는 거라고 합니다. 자기네는 그냥 자리만 내어주는 거라고요. 그래서 좀 전해달라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해서 나왔어요.

하지만 그 뒤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기계는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마을 전체를 무감각하고 잔인한 마을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알고보니 그 기계가 여기저기 여러 곳에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만나 그런 얘기를 했더니, "어, 그거 우리 동네에도 있어" 합니다. 그 동네는 일산입니다. 강북구 인수동에도, 강나루역 인근에도. 아무래도 그 기계는 전국 곳곳에 있는 모양입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요? 당장에 가재뽑기 기계를 철수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엄지뉴스 바로가기] 가재 뽑기 기계를 고발합니다


태그:#동물학대, #마을, #뽑기, #가재, #교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나라, 널리 생명을 이롭게 하는 나라가 되어봅시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