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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주노동은 한 국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 세계에서 117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들이 와 있고, 그중 70만 명은 영세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로서 우리사회의 주변부를 힘겹게 살면서 온갖 차별을 겪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사회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논할 때 가장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 ‘외국 인력의 사회통합’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사회에서 외국 인력에 대한 사회통합 논의가 지금까지는 단순히 외국인력 수입기관들의 ‘사후관리’라는 말로 이주노동자들의 일상적인 고충상담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지역민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했고, 사후관리의 실패로 ‘불법체류자’가 발생한다는 인식만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인식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대만, 태국 주요 인력수입국에서 대동소이하다. 인력수입국에선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에서 대개의 경우 이주노동자들을 다양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하며, 이주 노동자들을 경제 불황을 일으킨 요인으로 손쉽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주노동자보다 내국인 노동자에게 취업 우선권을 부여하며 외국 인력 수입을 조절하고, 병행하여 강제 출국 조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사실상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강제출국 인원이 ILO(국제노동기구)에 의하면, 한국에서 11만 7천명, 말레이시아에서 40만명, 태국에서 46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해 쿼터제와 병행하여 추방정책을 쓰든, 통합정책을 쓰든 주권국가의 문제를 갖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으나, 최근 똑같은 체류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에 대해 전혀 다른 해법을 제시한 경우가 있어, 양측을 비교하며, 과연 어느 방법이 바람직한 해법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7일 연합뉴스에 의하면, 태국 해군이 방글라데시와 미얀마에서 온 불법이민자 수백 명을 공해상으로 추방, 300명이 물에 빠져 숨져 파문이 일고 있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태국 방콕에 본부를 둔 난민 보호 단체 '아라칸 프로젝트'는 16일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태국 해군이 방글라데시와 미얀마에서 온 불법이민자들을 안다만해의 외딴 섬에 억류했다가 수백 명을 무동력선인 바지선에 태워 공해로 추방했으며 이중 300여 명이 익사했다고 한다.

태국 정부의 '불법이민자' 강제 추방 정책은 또 다른 불법이민자들에게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던지며 학습효과를 유발하겠다는 것으로, 강제추방 정책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국제난민보호협회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과 같은 국제인권단체들로부터의 비난을 자초했다.

한편 거의 같은 시기인 15일부터 미 샌프란시스코시는 미등록 체류자를 비롯하여, 합법적 신분증이 없는 샌프란시스코 거주자들을 위해 ID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시 정부에 따르면, 비록 미등록이주노동자라 할지라도 새로운 ID카드로 은행구좌를 개설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을 비롯한 시 공공도서관 등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번 ID발급 정책은 비록 체류자격이 '불법'이라 할지라도 지역주민으로 받아들이고, 그들로 하여금 지역사회에 체류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사회통합적인 정책을 취하여 사회 문제를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외국 인력이 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체류하고, 출국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운영된다면 위와 같은 전혀 다른 해법에 대해 논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외국 인력이 유입되기 시작한 이래 발생한 미등록이주노동자 문제는, 위 두 사례를 통해 과연 우리사회가 사람을 살리는 방법을 취할 것인가? 죽이는 방법을 취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태그:#미등록이주노동자, #태국, #샌프란시스코, #ID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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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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