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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별미, 명태, 코다리 조림 하나면 밥 한 그릇이 뚝딱!
▲ 코다리 조림 겨울철 별미, 명태, 코다리 조림 하나면 밥 한 그릇이 뚝딱!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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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차가운 겨울철, 더구나 퇴근 무렵 뱃속이 출출하다. 그럴 때면 보글보글 끓고 있는 동태찌개가 생각난다. 추운 겨울날에 더욱 맛이 좋다는 명태가 아닌가. 그저 입안에 침이 돈다. 명태는 생선이면서도 그다지 비리지 않다. 때문에 누구나 즐겨먹는다.

명태는 어느 하나도 버릴 게 없다. 몸살과 곤이는 국이나 찌개로 끓이면 그 맛이 시원하고, 내장은 창란젓과 명란젓으로 만들면 아싹아싹 씹히는 맛이 좋다. 그뿐이랴. 깨끗한 아가미는 떼어다가 살짝 소금에 절이면 깍두기를 담거나 무생채에 버무려 넣어도 맛깔스럽다. 쫀득쫀득하게 설마른 코다리는 조림으로, 그리고 잘게 찢어 고추장에다 푹 찍으면 술안주로 좋고, 짱짱하게 마른 명태는 북어국으로 그만이다. 그래서 명태의 변신은 끝이 없다.

코 시린 겨울추위에 생각나는 코다리찜

생태 배를 가르고 내장 제거한 뒤 꾸들꾸들 반(半)건조한 명태를 '코다리'라고 부른다. 코다리라는 이름은 속초에서 지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명태 코를 줄로 꿰어 몇 마리씩 팔기 좋게 묶었다 해서 '코다리'라고 불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명태 코를 묶은 게 아니라 명태의 입을 꿰뚫어 잡아맨 것이니 '입다리'라고 해야 더 맞을 판이다

코다리가 나오기 전에는 굴비 엮듯이 명태의 몸통을 짚으로 엮어 내다팔았다. 그때 이름은 '엮걸이'라고 했다. 때문에 엮걸이는 '엮어서 걸어 맸다'는 뜻이고, 코다리는 '코를 꿰어 달아맸다'는 걸로 한정해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다.

쫀득쫀득하게 잘 마른 코다리, 큼지막한 걸로 세 마리 만원에 샀다.
▲ 코다리 쫀득쫀득하게 잘 마른 코다리, 큼지막한 걸로 세 마리 만원에 샀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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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씻은 코다리를 뼈와 살을 발라낸다. 머리는 따로 모아두었다가 명태찜을 만들 때 사용한다.
▲ 코다리 다듬기 잘 씻은 코다리를 뼈와 살을 발라낸다. 머리는 따로 모아두었다가 명태찜을 만들 때 사용한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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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철 생선으로 명태를 즐겨먹는다. 마침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아내가 오늘 점심 때 코다리 조림으로 밥 먹는 게 어떻겠냐고 귀띔을 해준다. 방학이 아니어도 요리재료를 준비하고 장만하는 모든 게 내 손끝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곧장 시장으로 달려갔다

"날씨 징그럽도록 춥죠? 고기가 다 얼어 버렸네. 쫀득하게 잘 마른 코다리 있습니까?"
"아, 날씨 칩다 카면서 코다리는 왜 찾습니꺼? 큼지막한 동태 한 마리 가져가이소. 이래뵈도 싱싱하고 참 좋은 물건입니더. 어제 마산에서 떼와서 방금 풀었다 아입니꺼."

"아니요. 코다리 만원어치만 주세요. 몇 마립니까?"
"큰 것은 세 마리, 좀 잔챙이는 네 마리 주께예."

"그럼 큰 걸로 네 마리 주면 아줌마가 많이 손해 봅니까?"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되는 때는 고기 한 마리에도 발발 떨어예. 해가 바뀌었다고 세상 모든 게 다 올라가는데 왜 생선 값은 잔챙이 맹키로 제자린지 모르겠습니더. 그렇잖아도 어판장에 가보니까 기름값 땜에 더 이상 출어를 하기 힘들다카데예. 공짜 너무 좋아하지 마이소예. 돈이 남고 안 남고 간에 우리 집 단골이니 네 마리 줄께예."

"아닙니다. 그냥 농담으로 해본 소리예요. 그냥 세 마리만 주세요."

어제(13일) 오일장이 지나 마트에서 코다리를 살까 하고 혹시나 싶어 들러본 장마당. 아니나 다를까 아주머니 생선가게가 열려 있었다. 내가 이 가게를 즐겨 찾는 이유는 시골 재래시장이지만 여느 가게보다 생선이 싱싱해서 믿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건도 야무지고 제 값을 한다.

코다리 조림, 생각만 해도 군침이 절로 나온다

고슬고슬한 쌀밥 한 숟가락에 빨갛게 잘 조린 코다리 정식. 순간 예전에 직장 근처에서 먹었던 코다리찜이 생각났다. 고추장 양념에다 콩가루 범벅이었다.

코다리정식은 개인당 하나씩 나왔다. 고춧가루 양념을 얹은 찜으로 나왔는데, 연하고 매콤해서 맛있었다. 아무래도 코다리 요리는 양념 맛이 중요한데 그 집 음식은 달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씁쓸하고 다소 거친 맛이 났다. 아마도 조미료를 쓰지 않아서 그런 듯했다. 언제나 그 생각만 해도 군침이 절로 나온다.

깔끔하게 다듬어 놓은 명태 살과 뼈
▲ 다듬어 놓은 코다리 살과 뼈 깔끔하게 다듬어 놓은 명태 살과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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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왼쪽] 코다리조림 양념장(양념장은 미리 만들어 둔다. 그래야 코다리 조림을 할 때 잘 배어든다.) → [위 오른쪽] 코다리 살 다듬기(코다리는 뼈와 살을 잘 바른다.) → [아래 왼쪽] 양념 끼얹기(다듬은 코다리 살에 양념장을 골고루 끼얹는다.) → [아래 오른쪽] 코다리 양념 널찍한 냄비에 코다리를 층층 샇아가며 양념장을 골고루 끼얹는다.
 [위 왼쪽] 코다리조림 양념장(양념장은 미리 만들어 둔다. 그래야 코다리 조림을 할 때 잘 배어든다.) → [위 오른쪽] 코다리 살 다듬기(코다리는 뼈와 살을 잘 바른다.) → [아래 왼쪽] 양념 끼얹기(다듬은 코다리 살에 양념장을 골고루 끼얹는다.) → [아래 오른쪽] 코다리 양념 널찍한 냄비에 코다리를 층층 샇아가며 양념장을 골고루 끼얹는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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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예전에 한껏 느꼈던 그 맛을 되찾아보기로 했다. 재료는 코다리 3마리, 대파(흰 부분만 한 뿌리), 청양고추 1개, 그리고 멸치 다시물(적당량), 간장양념(마른고추가루 3큰술, 고추장 1큰술, 진간장 5큰술, 집간장 2큰술, 멸치액젓 1작은술, 설탕 1큰술, 물엿 1큰술, 미림 2큰술, 다진마늘 1큰술, 통깨 1큰술, 참기름 1/2큰술)이 전부다. 양파·배는 취향에 따라 추가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넣지 않았다.   

먼저, 간장양념부터 만들어 준비해 둔다. 코다리 조림이나 찜은 양념장에 따라 그 맛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또 양념을 금방해서 코다리에 끼얹는 것보다 조금 숙성된 양념장을 사용하는 것이 한결 깔끔한 맛이 배어든다. 이어서 코다리를 잘 씻어서 넣고 대파와 고추는 어슷썰기한다. 이쯤이면 기본재료와 양념장 만들기는 끝이다.

코다리 조림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깨끗이 씻어둔 코다리를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낸 뒤 뼈를 발라낸다. 뼈를 발라내는 이유는 다 조린 코다리 조림을 먹을 때마다 뼈를 발라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한 것이다. 또 미리 그렇게 속살을 다져 놓으면 양념장이 고르게 입힌다. 다듬어 놓은 머리와 뼈는 명태찜을 할 때 사용한다.

그런 다음 널찍한 냄비에다 코다리 속살을 한 층 깔고 양념장을 충분히 얹는다. 또 한 층을 더 쌓고 똑같은 방법으로 양념장을 덧씌운다. 세 마리 정도면 중간냄비 한 가득 되는 많은 양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코다리 살을 다 얹고 준비한 양념을 남김없이 듬뿍 발라준다. 어슷썰기한 고추와 파를 양념 위에 살짝 얹는다.

이어 물 한 컵으로 양념장 볼을 씻어 붓고, 멸치다시물을 적당량 부은 뒤 센 불에서 물기가 충분히 자작해질 때까지 팔팔 끓이다가 한소끔 끓으면 약한 불에서 한 번 더 살짝 조려내면 환상적인 코다리 조림이 된다.

코다리 조림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코다리 조림이 끓는 냄새가 집안 가득 찼다. 그런 사이 밥솥에서도 천연스럽게 김이 살아 오른다. 겨울 점심 한 때, 세상 모든 것을 다 아우르고 남을 만한 한가함이 냄비에서 발발 끓고 있다. 단 돈 만원에 사온 코다리 세 마리가 온 집안에 따뜻한 행복을 다 채우고도 남는다.

"잘 익었나? 맛 좀 볼까요?"
"그냥 놔둬요. 냄비 뚜껑 자꾸 열었다 하면 맛이 달아나."

"뭐 그럴까. 난 당신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데도 안 믿어요. 왜 그런 눈으로 봐요. 내 말이 틀렸나? 당신 입만 벙긋하면 나한테 거짓말하잖아. 새해부터 담배 끊겠다는 것도, 술 좀 작작 마시겠다는 것도, 나 모르게 헛돈 쓰지 않겠다는 것도…."

아내의 지청구는 코다리를 꿰는 사람들의 손놀림만큼이나 술술 나온다. 둘러댈 말을 찾다 못해 끓고 있는 코다리 냄비 곁으로 다가가 애써 딴청을 부린다. 하지만 유난히 코다리 조림을 좋아하는 아내가 밉지 않다. 마흔 중반 나잇살을 가졌는데도 몸매가 낭창낭창하다. 그 모든 게 지방과 열량이 적게 들어 있는 반면 몸에 활력을 주는 단백질이 풍부한 명태를 장복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멸치 다시물을 충분히 부어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충분히 끓인다.
▲ 코다리 조림(끓이기) 멸치 다시물을 충분히 부어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충분히 끓인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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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리가 자작자작하게 조려지자 아내랑 때늦은 점심상을 봤다. 아내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한 숟가락을 떴다. 꼬들꼬들한 코다리 살을 발라 한 점 올려준다. 예쁜 아내 입으로 코다리가 쏙 들어간다. 한입 가득 든 밥으로 인하여 말을 못하는 아내는 그저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운다. 그 바람에 나도 한 숟갈 거든다. 쫀득쫀득한 코다리살 담백한 맛이 혀끝을 감친다. 진수성찬이 아니어도 달랑 코다리 조림 하나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코다리 조림 하나면 밥 한 그릇이 뚝딱

코다리 조림은 갓 끓어냈을 때 따끈한 밥과 함께 먹는 맛이 최고다. 그렇지만 식구가 적은 집에서는 한꺼번에 세 마리나 준비하면 한 주일을 먹어도 다 먹지 못한다. 그럴 경우 밑반찬으로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먹으면 그 맛이 기막히다.

아무리 조린 음식이라도 사나흘 오래 두었다 먹으려면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 넣을 때는 반드시 반찬통에 담아 식혀서 보관하면 두고두고 맛깔스런 반찬이 된다. 며칠 묵은 코다리 조림은 엉겨 붙어 딱딱해진다. 그럴 때는 멸치 다시물을 조금 끼얹어 살짝 데워먹으면 금방 장만한 것처럼 새로운 맛이 난다.   

명태는 어떤 요리를 하든지 추운 겨울철에 더욱 맛이 좋다. 성장발육기에 있는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도 팍팍한 일상에 찌든 몸속의 피로를 풀어주고, 각종 성인병과 난치병을 완화시켜주는 데 그 효과가 탁월하다. 특히 과음으로 인한 해장요리에 이보다 수월찮은 요리가 또 있을까. 나의 명태 예찬사는 여기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태그:#코다리, #명태, #코다리조림, #겨울철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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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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