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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군부대 사단장실에나 붙어 있을 법한 구호가 청와대 지하실 벙커에 등장했다.

 

8일, '위기를 기회로'를 모토로 첫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린 청와대 지하벙커에는 '튼튼한 경제', '신속한 대처', '철저한 확인' 등 3가지 구호가 표어 형식으로 붙어 있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꼭 전시처럼 지하벙커에서 해야 하느냐'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지하벙커에 사무실이 많고 주요 통신망이 모여 있어서 비상경제상황실 사무실을 그곳에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변인은 "마치 참호 속에 전투모 쓰고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며 "심지어 점퍼를 입고 근무할까도 생각했지만 위기의식을 조장한다고 할까 봐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명박 "과거 재경원과 한은의 갈등·대립이 있었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열린 1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중소기업 대출과 가계대출 활성화가 집중 논의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 성격과 관련 "시급한 결정이 필요한 현안, 부서간에 합의가 급하게 이루어질 안건 등을 긴급 조정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부터 실물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치밀하고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모든 부처가 서로 긴밀히 협력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효율이 높아진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협력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재경원과 한국은행 간에 갈등과 대립이 있었다"며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서로 이해부족이거나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 시기에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는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갈등이 벌어졌던 점을 염두에 둔 '사전 경고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런 해석을 의식한 듯 "현재는 서별관회의 등을 통해 협력·협조가 잘 되고 있는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라며 "타산지석의 예로 든 것이지 지금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 대변인은 "부처간 협조를 잘 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라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며 "한국은행과 기재부의 갈등으로 확대해서 볼 필요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과 서민가계의 어려움을 정확히 반영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특히 '현장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의 체감이 반영되는 살아있는 회의가 되어야 한다"며 "특히 현장 체험과 관련 통계의 오류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이동관 대변인은 "통계만 보면 잘되는 곳이 있는데 직접 현장에 가보면 잘 안되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현장 밀착형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트루먼 대통령 책상 위에 '여기서 모든 일이 끝난다'는 말이 있었던 것처럼 비상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종적인 의견조율이 이 회의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신속하게 대금결제를 해야"

 

이날 회의에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사공일 대통령 경제특보, 정정길 비서실장, 박병원 경제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참석했다.

 

또한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조중표 국무총리실장, 홍석우 중소기업청장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김기환·윤증현·최명주·박기석 위원 등도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은 "중소기업은 설 전후로 자금문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각별한 대책을 세워 달라"며 "특히 대기업들과 공공기관이 협력업체에 신속하게 대금결제를 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서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기환·박기석 위원은 "중소기업 대출에서 보증심사기간과 대출심사기간이 이원화되어 있고 기준도 달라 중소기업이 이중 부담을 지고 있다"며 "오래된 숙제인데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최명주 위원도 "캐나다에 BDB 은행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담보를 평가해서 대출만 해주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에 투자도 하고 경영컨설팅까지 한다"며 "우리도 이러한 복합금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이동관 대변인은 "상당히 좋은 방안"이라고 평가한 뒤, "다만 이것은 중장기 과제에 해당된다"며 "비상경제대책회의는 긴급 현안을 조정하는 곳이기 때문에 다음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증현 위원은 "금융감독위원장 시절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중소기업에 우선 필요한 것은 인력, 기술개발, 마케팅에 대한 지원"이라며 "지금은 유동성 지원이 긴급 현안이긴 하지만 그런 것(인력, 기술개발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비상시기인 만큼 정부, 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며 "이런 의식을 확산시킬 수 있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정치권은 물론 대기업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현금이나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협력업체에 신속하게 대금을 결제하는 등 상생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설자금 지원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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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비상경제대책회의, #지하벙커,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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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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