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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미분양 적체로 힘들어 하는 건설사들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눈물 겨운 배려가 시작되었다." - ID : 선지자(jaywmun)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를 돌파하려고 내놓은 야심작 '녹색뉴딜' 사업에 대한 한 누리꾼의 반응이다. 정부가 6일 발표한 '녹색뉴딜' 사업에 대해 일자리 창출, 녹색산업 성장 등으로 포장만 했을 뿐, 사실상 재벌·건설업체를 위한 특혜 사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녹색뉴딜' 사업의 골자는 4년간 50조원을 투입해 9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36개 사업을 살펴보면 4대강 살리기를 비롯해 철도·도로 건설, 녹색숲 가꾸기, 녹색 교통망 확충, 그린홈·그린스쿨 사업 등 토목 건설 관련 사업이 78%에 달한다.

 

정부는 특히 사업 예산 50조원 중 건설업 위주가 될 수밖에 없는 SOC(사회기반시설)투자 관련 부분에 32조원 이상을 배당했다. 반면 진정한 의미의 녹색 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신재생 관련 R&D 예산은 2012년까지 3조~4조원에 불과하다. "포장만 바꾼 삽질뉴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전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삽질'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녹색뉴딜'은 저질 소시지를 고급 스테이크로 포장만 바꾼 것"이라며 "일자리다, 녹색이다 말하면서 자꾸 포장을 이렇게 저렇게 바꾸는데, 그 내용을 뜯어보면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토목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핵심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96만개의 일자리 창출' 목표 역시 과거 통계를 가지고 주먹구구식으로 만든 '숫자놀음'일뿐 아니라, 건설 일용노동 중심의 일자리 창출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4대강 정비가 '녹색'사업?... "건설업자 먹여살리기 위한 궁여지책" 

 

정부가 '녹색(환경친화)'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추진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4대강 정비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의 제방 단면을 확대하고 중소규모 댐이나 홍수조절지를 건설해 수해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녹색뉴딜 설명회에서 "4대강 살리기에는 토목사업만 있는 게 아니라 습지보전도 들어간다"며 "죽은 강을 살린다는 의미로 볼 때 녹색 사업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4대강 정비사업은 녹색성장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토목사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게다가 시민단체들은 4대강 정비사업을 대운하 사업의 전단계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영산강에서 첫 삽을 떴지만 시민단체들은 "100년 만에 한번 올까말까한 홍수를 핑계로 제방을 높이는 등 변칙적인 대운하 1단계 사업에 들어갔다"고 반발했다.

 

심지어 기존 추진하고 있던 경부·호남고속철도 조기 개통이 '녹색' SOC 사업으로 둔갑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선대인 부소장은 "녹색이라고 하는데 전혀 녹색이 아니다. 경기부양을 하더라도 미래를 향해 해야 하는데, 과거를 향해 하고 있다"며 "녹색은 토목사업을 위한 양념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나마 녹색 교통망 확충 사업으로 자전거도로를 들 수 있는데, 자전거도로의 수요가 가장 큰 지역은 도시 내부다. 출퇴근을 목적으로 타게 해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안가를 둘러서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하라는 말인가? 일단 자전거를 가지고 나가지도 못할 뿐더러, 매번 자동차에 싣고 가서 차는 세워놓고 자전거를 타란 말인가?"

 

결국 "정부가 건설업체의 파산을 막기 위해 경인운하, 4대강 정비 등의 명목을 들먹이면서 온갖 사업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게 선 부소장의 판단이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의 진단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5월 주택 500만호 건설을 얘기했다. 120조원어치의 건설공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5년간 100조원, 어제는 4년간 50조원을 얘기했다. 1년간 건설 사업에 투입되는 돈이 150조원이다. 50조원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것이고, 민간에서 하는 게 100조원이다.

 

민간에서 투입되는 100조원의 대부분은 아파트다. 그런데 미분양 아파트가 늘면서 올해 투입되는 자금이 50조원 정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년에 150조 하던 건설 사업이 100조로 50조가 줄어들 것이다. 재벌이나 건설업자들에게 50조원 어치의 일감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지금 이명박 정부가 갖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다."

 

김헌동 단장은 "재벌과 건설업자에게 50조원 어치의 일감을 주려고 하다보니까, '일자리 창출'이니, '녹색성장'이니 포장을 바꿔서 콘크리트 '회색'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색뉴딜' 사업의 본질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재벌과 건설업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것이다.

 

김헌동 단장은 또 "정부가 어제 발표한 내용을 보면 300억~500억원 이상하는 국책사업을 하면서 사업성 검토라는 절차를 없애버렸다"며 "사업성 검토를 하자면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나니까, 그것을 없애기 위해 앞에다가 녹색 등의 수식어를 단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당한 절차까지 없애고 추진할 만큼 이명박 정부로서는 재벌과 건설업체 등을 위한 지원이 다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성 검토(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생략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곳곳에서 혈세가 낭비될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 96% '단순노무직'... 4년전 수치 적용해 일자리 과장·확대?

 

김헌동 단장은 특히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4대강 정비사업과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나서봐야 창출되는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이나 일용직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정부가 밝힌 일자리창출 내역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장노년층 위주고, 임금이 낮고 고용기간이 짧은 단순노무직이다. 우리 사회 고용 문제의 특성인 고학력자와 청년층 실업대책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우선 총 95만 6420개의 일자리 가운데 무려 96%인 91만 6156개 일자리가 건설과 단순 생산직이다. 반면 먼 미래를 내다보고 육성해야 하는 전문·기술·관리분야 일자리 창출은 정부 계획대로 해도 3만 5270개에 불과하며 서비스·사무·기타분야 역시 미미한 수치다.

 

특히 청년 실업과 관련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 몫은 불과 10%정도인 9만 8820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건설과 단순생산(8만 8867개)직이 대부분이다.

 

일자리 창출 규모도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해 '뻥튀기'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일정액의 사업비를 투입하면, 일자리 몇 개가 만들어진다는 취업유발계수를 단순 적용해 주먹구구식으로 산출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녹색뉴딜' 사업으로 창출될 일자리 규모를 산출하면서 적용한 기준은 한국은행의 '2005년 산업연관표 부속 고용표'에 따른 취업유발계수(건설업은 10억원 투입시 16.6개의 일자리 창출)다. 자본생산성과 기술향상으로 시간이 갈수록 취업유발계수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4년전 통계를 토대로 2012년까지의 일자리 창출 규모를 산출한 것이다.

 

게다가 하천 정비 등 대규모 토목공사에는 기계 장비가 투입될 수밖에 없어 일률적으로 취업유발계수를 적용하는 것은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녹색뉴딜' 브리핑에서 "건설업은 10억 원을 투자하면 18명 정도 일자리가 나오는데, 녹색뉴딜 사업은 20명 정도로 추계했기 때문에 과장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부 부처들이 올해 만들어내겠다고 밝힌 일자리가 무려 40만 개가 넘는다. 여기에 간접효과까지 더하면 100만 개로, 정부의 올해 일자리 창출 목표 10만 개의 10배가 넘는다. 전체 실업자(75만여명)를 모두 채용하고도 남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과잉 의욕'인 셈이다.

 

또한 5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원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국고와 지방비, 민자까지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무리한 지출 확대로 재정 적자 폭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만수 장관은 "올해 확보한 예산은 4조3000억원으로 나머지는 자금조달계획을 연차적으로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라면서 "각 부처에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재정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올해 사업예산 집행에서부터 차질이 불가피하다. 올해 녹색뉴딜 사업에 필요한 재정은 6조4239억원. 따라서 1조8813억원은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추가로 소요되는 국비와 지방비에 대한 재원조달 방법은 뚜렷하게 마련돼 있지 않다.

 

기존에 진행해 오던 사업을 확대하거나 사업 명칭만 바꿔, '녹색'으로 얼굴색만 바꾼 것도 적지 않다. 녹색뉴딜 사업 36개 중 21개 사업이 참여정부 때 입안됐거나 그 이전부터 시행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탕 삼탕'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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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녹색 뉴딜, #4대강 정비, #일자리 창출, #강만수 장관, #재벌.건설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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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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