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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법무부,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2009 업무보고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실이 밝혔다.

 

"도덕적으로 어떤 약점도 없이 출범한 정권인 만큼 공직자들이 법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집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하셨고 그와 함께 "국민의 법질서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되는데, 그 선결 과제가 힘 있는 사람, 가진 사람, 공직자들이 먼저 법을 지키고 공정하게 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주어야 한다." (<청와대 대대변인 브리핑>)

 

도덕성에 어떤 흠결도 없다는 정부이기에 공직자들이 '법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집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 말씀을 할 때 한승수 국무총리, 국토해양부 장관, 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 안동시에서 4대강 정비 사업 '낙동강 안동 2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기공식을 했다.

 

 

4대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 1단계이다, 아니다는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4대강 정비 사업은 14조원이 들어가는 엄청난 규모의 국책사업이다. 국책사업은 정부가 하고 싶다고 해서 착공과 사업 진행을 할 수 없다.

 

국책사업은 '기본 구상→예비타당성 조사→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기본설계→실시설계 →사업시행' 절차를 통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하지만 4대강 정비사업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가 한 일은 지난 16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25억원 규모의 4대강 정비사업 관련 용역을 맡긴 것 뿐이다. 대통령이 법질서를 강조하는 날 정부는 법을 무시했다.

 

국책사업 절차뿐만 아니라 '사전환경성' 검토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기공식을 진행했다.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이 친환경 사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친환경과 녹색성장이라는 핵심 목표에 맞도록 국토해양부와 문화관광부, 환경부, 지식경제부가 합심해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친환경과 녹색성장을 목표로 삼았다면 4대강 정비사업은 '사전환경성' 검토가 끝난 후 진행해야 한다. 친환경 사업을 '사전환경성' 검토도 없이 진행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 만약 '사전환경성' 검토 없이 사업을 진행하면 처벌 받아야 한다.

 

제27조제3항에 따른 관계 행정기관의 장의 공사중지 또는 원상복구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환경정책기본법>-제42조)

 

그럼 제27조 3항은 무엇일까?

 

협의기관의 장은 협의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시행한 개발사업에 대하여는 관계행정기관의 장에게 공사중지, 원상복구, 개발사업의 허가 등의 취소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관계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 (<환경정책기본법>-제27조 3항)

 

하지만 국토부는 '기공식'을 밀어붙였다. 국토부도 '사전환경성' 검토 없이 기공식을 했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는지 "기공식을 치렀지만 실제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말도 안 된다. 경제 살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는 미디어관련법은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면서, 국책사업은 기공식은 했지만 사업은 진행하지 않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해명을 누가 믿겠는가? 국책사업을 기공식까지 하고서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시간과 돈 낭비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29일 기공식을 한 경북 안동의 낙동강 안동2지구(4.1㎞ 구간, 사업비 386억원)와 전남 나주 영산지구(6.7㎞ 구간, 사업비 364억원) 사업 구간이다. 왜 정부는 사업 구간을 잘게 쪼갰을까?

 

<경향신문>이 답을 주고 있다. <경향신문>은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이 하천 중심 길이가 10㎞ 이상일 경우에만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는 점을 이용해 이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도덕적으로 어떤 약점도 없다고 했던가? 이런 꼼수는 정직한 것인가?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보아야 한다. 4대강 정비 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데 떳떳하다면 이런 꼼수는 부리지 않으리라.

 

국토부는 이런 비판도 예상했는지 국토부 관계자가 "내년은 사업 첫해이기 때문에 구간이 짧고 예산도 적게 드는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본격화되면 10㎞ 이상의 긴 구간도 있을 것이므로 이런 대상은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받겠다"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4대강 정비사업을 그토록 하고 싶다면 <환경정책기본법> 제정 목적을 읽어보라. 모든 법은 제1조가 핵심이다.

 

이 법은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와 국가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환경정책의 기본이 되는 사항을 정하여 환경오염과 환경훼손을 예방하고 환경을 적정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보전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환경정책기본법> 제1조 목적)

 

국가는 환경을 보전하여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책무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4대강 정비 사업이 이 목적에 부합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자신이 없으니 기공식을 끝내고서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태그:#4대강 정비사업,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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