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무릇 송년모임이 많아지는 때입니다. 사흘남긴 올 한해도 그 짧은 꼬리를 여미기에 아쉬운지 미적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먼저 새해를 기약하려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해맞이에 바쁩니다. 아무리 경제사정이 어렵다고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에는 조금은 마음이 풀어집니다.

 

초저녁인데도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돈 남의 말 하는 것 같아 뒷덜미가 간지럽지만, 지나친 음주로 뒤척대는 모습은 불거지게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마음은 혼자만의 안녕이 아니라 더불어 했을 때 아름다운 것입니다.

 

누구나 세밑이면 마음 한편에 헛헛한 게 많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좋든 싫든 한해살이를 하면서 함께했던 사람들과 지난 일들을 되새겨보며 술잔을 맞부딪히며 한해의 소회(所懷)를 털고 싶은 것입니다. 골목마다 삼겹살 굽는 냄새 가득해도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경기가 나빠 주머니 사정 여의치 않다고 그냥 지나치면 얼마나 서운하겠습니까.

 

송구영신은 혼자만의 안녕이 아니라 더불어 했을 때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이렇듯 따뜻한 송년모임도 지나친 음주로 돌출되는 문제가 한둘 아닙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문제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그만 꼬투리에도 쉽게 얼굴 붉히는 일이 생기거나 지나친 과소비로 불협화음이 생기면 차라리 망년회(忘年會)가 아니라 망년회(亡年會)가 됩니다. 단지 술을 마시며 흥청망청하는 연말 망년회를 한번쯤 되짚어 보아야겠습니다. 송년모임은 한 해를 마무리 짓는데 보다 의미 남을 일을 찾아보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너무 교과서적인 얘길까요?

 

조금만 눈을 낮춰 관심을 가지면 새로운 세상이 보입니다. 사회복지시설이나 양로원, 보육원을 찾아보십시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연말이 너무 쓸쓸합니다. 그곳 사람들은 가족친지들과 도란도란 모여앉아 고기를 굽고, 정담을 나누는 자리마저 까마득한 기억속의 이야기입니다. 단지 텔레비전 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소년소녀가장이나 거택보호 생활보호대상자들도 마찬가집니다. 생색내듯 반짝 얼굴 내미는 성의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단지 세 끼 밥만으로 그들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지 못합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따뜻한 베풂이 절실합니다.

 

눈을 낮추면 새로운 세상이 보입니다

 

리서치 전문기관 '리서치 랩'이 전국 성인 남녀 1141명을 대상으로 ‘송년회’에 관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송년회가 필요하다고 생각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78.8%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며,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21.5%로 나타났습니다. 누구나 송년회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는 대답에서는 40대 이상의 연령층보다는 오히려 젊은층에서 송년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람직한 송년회’ 형태로는 43.5%가 가족동반 모임을 꼽았고, 문화관람(21.8%), 음주가무(20.4%), 여행(14.4%)으로 조사 돼, 역시 술자리 송년모임은 큰 환영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습니다. 경기가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송년모임을 갖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서 망년회 자리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흥청망청 음주가무에 휩쓸리는 송년모임이라면 마땅히 지양해야 할 때입니다. 일자리를 잃고, 빚더미에 앉아서 한숨 소리 가득한 이웃들은 당장에 하루살이 해야 할 일이 꿈만 같습니다. 아무리 자기가 벌어서 자기 맘대로 쓴다고 하지만,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닙니다.

 

주위를 훑어볼 줄 알아야합니다. 같이 살아야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유명 호텔 라운지에서, 호젓한 별장에서, 휴양지나 콘도에서 양주잔 들이키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들은 누구입니까. 세상에 자기 혼자만, 특권의식으로 살아서는 안 됩니다. 나눠야 합니다. 단지 하루 밤을 즐기는 그 소비양태를 어렵고 가난한 이웃을 생각한다면 우러러 존경받습니다. 인간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주위를 훑어볼 줄 알아야합니다

 

이 밤에도 술 익는 자리로 분주할 겁니다. 기분 좋겠지요. 애써 벌어 내가 쓰는데 무슨 간섭이냐고 따져든다면 할말 없습니다. 제 것 쓰는데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개 같이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데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송년문화를 바꿔야합니다. 나보다는 먼저 남을 헤아릴 수 있는 성숙된 동행의식을 새롭게 가져야겠습니다. 어렵고 힘들 게 사는 이웃의 고통을 내 것으로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정리를 보여야겠습니다.

 

다같이 세상사는 더불어 살아야지요. 그런데도 이 땅의 기득권층과 졸부들 중에는 전혀 거들떠보지 않을 사람들이 많을 테지요. 자고로 개만도 못한 인간들은 오직 저만을 위하며 산다고 합니다. 천박합니다. 마치 그게 그들의 면죄부고 특권의식이라지요. 그러나 바람직한 송년문화는 남을 먼저 헤아리는데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 그렇게 사는 거지요.


태그:#송구영신, #해맞이, #송년모임, #특권의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