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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두발자유' '인권보장' '학생도 인간이다 인격적으로 대우하라' 등의 내용을 쓴 피켓을 들고 자신들의 주장을 알렸다.
▲ "두발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라" 학생들은 '두발자유' '인권보장' '학생도 인간이다 인격적으로 대우하라' 등의 내용을 쓴 피켓을 들고 자신들의 주장을 알렸다.
ⓒ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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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구의 한 공립 인문계 고교에서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학생들 100여 명이 학내 집회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의 사진을 찍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청소년인권단체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16일 오전 해당 학교를 항의 방문하기까지 했다.

학생 벌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이 학교는 담당 교사에 따라 1점짜리 벌점도 3~4점씩 주는 등 일정한 기준 없이 학생 벌점제가 시행됐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또 학교 측은  두발 지도 등에 적발된 학생들을 상대로 '학생선도위원회(선도위)에 올리겠다'는 협박성 경고를 자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1학년 학생들이 나서 두발 자유와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게 됐던 것. (아래 상자 기사 참조)

지난 1일부터 사흘간 인천 ㅇ고교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 100여 명의 학생들이 두발 자유와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학내 집회를 벌였다. 학생들은 '두발 자유' '인권 보장', '학생도 인간이다, 인격적으로 대우하라' 등의 내용을 쓴 피켓을 들고 자신들의 주장을 알렸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학생부 소속의 교사 등이 시위하는 학생들의 사진을 동의 없이 찍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회 둘쨋날인 2일에는 6교시 무렵 학생부장 교사가 시위에 참가한 학생을 수업 중 불러내 폭언을 하며 진술서를 강요했고, 다른 학생들도 20여 명 불러내서 욕설과 위협을 하며 진술서를 쓰게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 두발자유 요구한 학생에게 사회봉사 중징계 인천 계양구의 한 공립 인문계 고교에서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학내 집회가 벌어졌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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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집회의 주동자로 지목된 이세기(고1)군은 5일 열린 선도위에서 '사회봉사 5일'의 징계를 받았다. 학교 측은 이 학생에게 8일부터 곧장 사회봉사 명령을 이행하라고 요구해 이군은 지난 12일자로 사회봉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선도위의 결정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이군의 주장이다. 이군은 "유사한 내용으로 동일한 징계를 받은 다른 학생에게는 방학을 이용해 사회봉사를 하라고 한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군은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징계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며 지난 15일 학교 측에 재심을 요구한 상태다.

한편 학교 측 견해를 듣기 위해 학교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 학교 교장은 "통화할 것 없으니 끊겠다"며 사실상 취재를 거부했다. 학생부장 교사 역시 "바빠서 시간이 없다. 언제 통화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취재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16일 오전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등 관련 단체는 학교를 방문, "ㅇ고교는 관련 학생들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지 말아야 하며, 두발 규정 폐지를 적극 고려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날 인권단체의 의견을 전달한 공현씨는 "학교 측은 학생 징계는 규정대로 집행한 것이며, 두발은 짧은 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두발 규정 개정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부 소속의 교사 등이 시위 하는 학생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찍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 두발자유, 인권보장 이 과정에서 학생부 소속의 교사 등이 시위 하는 학생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찍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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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10일에도 울산의 한 중학교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150여 명의 학생들이 '학생 인권' '두발 자유'를 외치며 약 20분간 학내에서 집회를 한 바 있다. 학교 측에서 이를 강제 해산시키자 국가인권위원회는 '학내 집회 강제 해산은 학생의 집회 자유 침해'로 규정(10월 21일)했다.

"집회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개최되었고, 다른 학생과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았으며, 평화적으로 전개되었고, 두발 자유와 학생에 대한 체벌 금지 등 학생의 권리와 관계된 집회였던 점으로 볼 때, 불법집회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었다.

따라서 "학교 측이 불법집회로 규정해 해산시킨 행위는'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또한 인권위는 '학생의 동의 없는 사진 촬영 역시 인권 침해'라는 결정을 지난 10월 23일 내린 바 있다.

"교육청과 학교에 계속 두발 자유 요구하겠다"


16일 저녁, 어렵게 이세기군과 전화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군은 고1 학생답지 않게 매우 당당하고 분명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인터뷰 기사가 나간 이후 있을지도 모르는 불이익에 대해서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군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1일부터 3일까지의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오래 전부터 지나친 두발 규제 등에 대해 친구들이 (문제점을)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들과 함께 1일부터 3일까지 점심시간에 집회를 열게 된 것이다."

- 이세기 학생이 집회를 주동했다는 학교 측 주장이 맞나?
"이번 시위로 친구들과 학생부에 끌려갔을 때 진술서를 썼다. 선생님들이 유도심문 하듯 누구 때문에 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는데 모두 스스로 하고 싶어 했다고 적었다. 친구들이 쓴 진술서에도 그렇게 돼 있다."

- 그런데 왜 주동자로 지목됐나?
"내가 좀 나서서 앞에 서고 하다 보니 학교에서 그렇게 보는 것 같다."

- 이번 집회는 1학년들이 중심이었다. 집회 당시 2·3학년 선배들의 반응은 어땠나?
"3학년은 수능이 끝난 상태라 모두 일찍 귀가해서 학교에 없었다. 2학년 선배들은 나와서 호응해주기도 했고, 창 밖으로 내다보며 손을 흔들어 주거나 우리가 구호를 외칠 때 함께 읽어주기도 했다."

- 시위 당시 학생부 선생님들이 나와서 어떻게 했나?
"처음엔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가 피켓을 빼앗아 던지며 친구를 손으로 때렸다. 맞은 친구는 폭력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선생님들은 그게 무슨 폭력이냐고 하신다. 시위하고 있는 우리에게 와서 동의없이 사진을 찍고 이름도 적으며 선도위에 넘긴다고 협박했다."

-12월 5일 선도위원회가 열릴 당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학교 측에서 알려주었나?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사회봉사 징계를 받으면서 다른 데서 알려줘서 나중에 알게 됐다."

- 그래서 재심 청구를 했나?
"그것 때문에 조금 전(16일 오후 5시 30분~6시 10분 사이)에도 학생부장 선생님한테 불려갔다왔다.  이번주 안에 선도위가 있을 거라고 했다. 아빠께서도 선도위 소집을 서면으로 공식적으로 해 달라고 했는데 학생부장 선생님이 그럴 거 없다며 구두로 해도 된다고 했다. 오늘 수업 끝나고 바로 불려가서 지금 끝났다."

- 학교에서 어떻게 해주길 바라나?
"학생들도 무조건 자유를 달라는 게 아니다. 두발은 학생들이 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하자는 건데 학교에선 그럴 수가 없다고 한다. 학생부장 선생님은 학생들이 원해도 안 될 때가 있고 아닌 건 아니라고 했다. 오늘도 그렇게 말했다."

- 사회봉사는 어디서 했나?
"○○ 노인요양원에서 8일부터 12일까지 했다."

국가인권위는 ‘학생의 동의 없는 사진 촬영 역시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지난 10월 23일 내린 바 있다.
▲ 두발자유, 인권보장 국가인권위는 ‘학생의 동의 없는 사진 촬영 역시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지난 10월 23일 내린 바 있다.
ⓒ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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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사한 사유로 선도위에서 사회봉사 처분을 받은 다른 친구는 방학 때 사회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허락해 주었다고 하던데.
"(기말고사) 시험 기간이 바로 이번 주인데 나는 이번 주에 하고 그 친구들은 방학 때 하는 걸로 되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들에게 물었더니 자기들은 방학 때 한다고 했다. 그들은 나도 방학 때 하는 줄 알고 있더라."

- 두발이나 기타 규제와 관련해서 불이익을 받은 친구가 많나?
"많다. 학생부 선생님들이 선도위에 올린다고 협박하니까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 많다."

- 학생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선도위에 올리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는 말인가?
"학기 초에 그런 말 많이 들었고, 이번에 시위하면서도 많이 들었다."

- 만약 학생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계획인가?
"교육청에도 요구하고 학교 측에도 계속 요구할 거다. 부모님께서도 학교 측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시고 적극 지지해주신다."

- 힘이 돼 주는 친구들은 많은가?
"많다."

-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학교에서 더 큰 불이익을 줄 지도 모르는데.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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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두발자유, #인권침해, #국가인권위,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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