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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새벽에 일어나 제일 괴로운 게 쭈그리고 앉아 양말 신을 때, 요즘 같이 추운 때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인데, 마이크 앞에 앉으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촌철살인을 무기로 시사프로 진행자로 독보적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10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공로로 '브론즈마우스' 상을 10일(수) 수상했다.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8년에 다른 라디오 프로까지 10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공로다.

10일 MBC 방송센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엄기영 MBC 사장은 손석희 교수를 가리켜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칭찬했다. 상을 받은 손석희 교수는 "원고 써서 얘기한 적은 없는데 오늘은 썼다"며 쑥스러운 듯 수상 소감을 적은 종이를 펴들었다.

손 교수는 "처음에 ('시선집중'을) 안한다고 했다가 정찬형 선배가 '자폭하겠다'고 해서 하게 됐다"며 "첫 시간에 김영삼 대통령을 인터뷰하며 '시선집중'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8년 전 시작을 추억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 손석희 교수가 , 라디오 10년 진행자에게 MBC가 주는 '브론즈 마우스' 상을 10일 MBC에서 받았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 손석희 교수가 , 라디오 10년 진행자에게 MBC가 주는 '브론즈 마우스' 상을 10일 MBC에서 받았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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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손석희 교수는 정찬형 라디오본부장, 엄기영 사장과 그리고 <시선집중> 제작진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청취자 여러분이야말로 <시선집중>의 처음이고 끝"이라며 "어려운 게 많았지만 청취자 여러분 덕분에 헤쳐나갔다"고 청취자들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전했다. 시상식 자리엔 <시선집중> 열혈 청취자들도 참석했다.

'브론즈 마우스'는 10년간 라디오를 진행한 베테랑들의 입 모양을 떠서 만드는 동상으로 20년간 라디오를 진행한 이들에게는 '골든마우스'가 주어진다. 손석희 교수는 <시선집중> 8년과 다른 라디오 진행 2년을 더해 이 상을 받았다. 이걸 가리켜 손 교수는 "2년 가불 받은 느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손석희 교수는 8년간 진행한 <시선집중>에 대해 특유의 재치로 유머를 섞어 조심스레 털어놨다. 손석희 교수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가리켜 "쉬운 프로는 아니었다"며 10년이나 라디오 프로를 진행한 자신을 가리켜 "제가 대견해질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손석희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광은 제가 내지만, 고생은 제작진이 다해"

- 8년 전 <시선집중>을 시작할 때 앞으로 각오를 말해 달라니까 '잘 버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잘 버틴 소감이 어떤가?
"저 혼자 버텼다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제작진, 우리 라디오가 가지고 있는 좋은 힘, 그런 것에 기대 버티는 거다. 립서비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MBC 라디오가 지닌 좋은 힘이란 건, 진행자 개개인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이고 청취자에게도 큰 힘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저 혼자 버텼다 생각하지 않는다. 늘 감사하다.

저는 8년을 버텨왔다고 하지만 우리 제작진들은 다 골병 들어 나간다. 쓰러져 병원 실려가고 그랬다. 물론 여러 가지 지병도 있고 그랬지만…….(웃음)  진행은 2시간 하지만 제작진은 하루 종일 일한다. (출연을) 그 날 아침에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템 결정이 밤 10시 반, 11시 반 되는 때도 있다. 제작진들이 개인 약속을 아무도 못한다. 주말도 없다. 전 스포트라이트도 받고 브론즈 마우스도 받고 정말 광을 내고 있지만, 제작진 고생은 마이크 이면에서 형언할 수 없다."

- 출연자들 가운데 제일 기억이 나는 출연자는 누군가?
"제가 늘 견지하는 입장이 뭐냐면, 개인 실명을 거론해 말씀 안 드리니 양해를 부탁드린다. 실명 거론하면 기자들 쓰기 편하며 반향도 일으키지만 프로에 미치는 영향 있어서다. 양해 바란다."

- 섭외는?
"잘 안 된다. 다른 시사프로와 경쟁관계를 이루다 보니 서로 섭외하려 할 때도 있다. 어느 의원이 동시에 (다른 방송과) 같이 연결된 적도 있다. 양쪽 전화를 들고 인터뷰한 적도 있다. 질문하는데 하도 답변이 이상하게 나와 '저랑 인터뷰하시는 거 맞습니까?' 생방송 중에 제가 질문했을 정도다. 그만큼 치열하다. 좋은 이야기라면 나와 주시는데, 시사적인 게 그렇지 않은 게 많으니 잘 안 나온다. 겨우 모셔왔는데 진행자 질문 날카롭고 그러면 다음에 안 나올 가능성 많다. 그런데서 고민한다.

그렇다고 청취자에게, '이렇게 어렵게 모셨는데 곤란한 질문 많이 드리면 다음 안 나오기 때문에 오늘 질문 부드럽게 하겠다' 할 수 없어서 늘 고민한다. 그래도 '시선집중'이 가진 나름대로의 위상이랄까 그런 것 때문에 그래도 많은 분들이 나와주시는 편이 아닌가? 이렇게 말하면 제작진들이 거짓말하고 있다 생각할 거다. (웃음)"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 손석희 교수가 라디오 10년 진행자에게 MBC가 주는 '브론즈 마우스' 상을 10일 수상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 손석희 교수가 라디오 10년 진행자에게 MBC가 주는 '브론즈 마우스' 상을 10일 수상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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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 사건이 가장 어려웠다"

- 다루었던 이슈 중에 곤혹스러웠던 이슈나 접근하기 힘들었던 이슈가 어떤 건가?
"뭐니 뭐니 해도 황우석 박사 건이다. MBC 전체가 어려웠다. 저도 마찬가지고. 많은 청취자들이 황우석 박사 논문의 진위가 가려지기 전까진, <시선집중>은 뭐라 이야기하나. 굉장히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리가 황우석 박사 인터뷰를 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PD수첩> 한학수 피디와 CP를 인터뷰했는데, 객관적으로 접근하니까, 본의 아니게 <시선집중>이 <PD수첩> 편을 안 들어주는 편이 됐다. 황우석 박사는 안 나와 주고 그래서 한동안 그 아이템을 못 다뤘다. 안 다루니 청취자들은 왜 안 다루냐 야단치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코멘트로 처리한 적 있다. 그 코멘트 A4 용지 한 장 쓰는데, 밤새 고민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시선집중>의 원칙이란 게 가능하면 모든 사안에 객관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또 다른 각도의 접근은 무엇이 있는가 늘 고민한다고 말하고 싶다."

- 진행자와 인간 손석희는 어떻게 다른가?
"제작진이나 주변 분들에겐 가끔 오해도 좀 받는다. <100분토론>도 마찬가지지만, <시선집중> 이미지, 대략 그런 쪽으로 잡혀있어서 평소 말할 때도 '지금 시선집중 진행하냐?'고 (힐난하는) 말 듣는다. 제 딴엔 전혀 그런 생각은 아니라, 매우 부드럽게 말하려고 한다.

그리고 <시선집중>이 그렇게 딱딱하고 그렇진 않지 않나? '미니 인터뷰'는 감성적 측면이 있지 않나? 우리는 미니인터뷰를 굉장히 아낀다. 많은 분들이 시사 듣고 미니 인터뷰 들으며 안심하며 출근할 수 있게……(웃음). 그것이 인간의 얼굴을 한 시사일수 있다. 어찌 보면 제 본 모습은 미니인터뷰를 진행할 때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내가 이거 너무 오버하고 있나?(웃음) 전 정말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지난 번 '미니 인터뷰'에 아흔아홉 된 할머니가 나와 하모니카 부른 적이 있다. 두 번 나왔다. 지금 계획으론 내년 그 분 100세 생일 맞은 날, 하모니카로 생일 노래를 불러드릴까 생각한다. 요건 좀 기사가 되겠다. (웃음) 제가 하모니카를 좀 해야 된다."

- 시사프로 오래 진행했는데, 앞으로 계속 할 생각인가? 다른 프로를 할 생각은 없나?
"임진모씨 웹사이트에서 잠깐 인터뷰할 때 그랬다. '제가 시작은 음악프로였다. <배철수 음악캠프> 전신인 <젊음의 음악캠프>였는데, 향수 있다' 그랬더니 몇몇 기사가 '손석희, 시사 떠날 듯' '은퇴 암시…' 그리 써서 굉장히 당황했다. 본부장도 여기 계시지만, 저를 음악프로 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으실 듯하고. 그건 지나가듯 한 이야기다. 본업을 떠날 생각은 없다."

"내년엔 생일노래 불러야지... 하모니카 해야 한다"

- <시선집중> 진행자로 손석희 교수 개인에게 부담감이나 갑갑함은 없나?
"전혀 부담 되거나 갑갑하지 않다. 혼자 떠들기 때문에. 그걸 답답해하면 안 되겠지. 옛날에 미국 갔을 때, <손석희의 미국탐험>이란 10편짜리 르포를 제작해 내보낸 적 있다. 그 때 매우 인상깊게 남은 분이 있다. 시민단체 지부장인 여성이었다. 무지무지 더울 때 신발이 아스팔트에 쩍쩍 달라붙는 날에도 임신 8개월 만삭으로 열심히 돌아다니는 분이었다.

그 분 전직이 라디오방송 기자였다. '왜 기자 잘 하다 시민단체 들어갔냐' 물으니, '나는 저널리스트로 있으면서 사안 발생하며 늘 양쪽 이야기 들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분명 저 사람 잘못했는데 둘 다 들어야 하는 게 저널리스트의 운명이다. 그걸 견딜 수 없어 시민단체에 왔는데, 넌 틀렸다고 말할 수 있어 참 행복하다' 말하더라.

인터뷰하며 느꼈다. 그게 언론 종사자의 팔자 아닌가? 그 분은 원치 않아 나온 것이고, 저희 같은 사람은 그걸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겠지. 그렇게 훈련 받아 왔고, 그걸 받아들인 거다.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이고. 답답하단 개인적 감상은 있겠지만 직업정신이 앞서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라디오 10년 진행자에게 MBC가 주는 '브론즈 마우스' 상을 10일 수상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 손석희 교수.
 라디오 10년 진행자에게 MBC가 주는 '브론즈 마우스' 상을 10일 수상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 손석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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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교수 동안이 화제다. 동안 비결이 있나? 혹시 술 안 마시는 게?
"잘 모르겠다. 담배 많이 피웠다. 5년 전까지 한갑 이상 꼬박꼬박 피웠다. 그 때 지병인데, 위병이 2, 3년에 한 번씩 재발했다. 그런데 담배 끊고 나서 위병이 재발 안 한다. 담배를 끊어라. 동안이라 감사하긴 하나, 제가 허연 편이라 그렇지. 자세히 보면 많이 늙었다(웃음). 아까 (시상식에서 손석희 과거 모습을 편집한 동영상을 틀었다) 동영상 보셨나?  많이 차이 난다. 저한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웃음)."

- 요즘 아나운서들이 엔터테이너 역할을 하는 일도 많다. 그런 '아나테이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에도 오락프로 진행한 아나운서가 많았다. 아나운서 위상이나 역할이란 게 어느 하나로 고정돼 있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몇 년이든 그 사람 개성대로 상당 부분 흘러가는 측면이 있다 생각한다. 나타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제가 생각하는 시사프로 진행자는 사회적으로 좀 소외돼 봤던 사람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엘리트 코스만 밟고 좋은 환경 속에서만 성장해온 사람한텐, 물론 좋은 면이 있겠지만 시사프로 진행자가 가질 문제의식에선 조금 떨어진 분들이 아닌가 해서다. 이렇게 말하면 욕먹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뭐랄까, 어려움도 겪어본 사람, 소외도 좀 돼본 분들이 휴머니즘 갖춘 시사 사회자가 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한다. 제가 거기 맞냐는 것은 달리 평가할 문제인데 제가 느낀 바로는 그렇다."

"김미화의 따뜻한 시사프로, 부러울 때도 있다"

- 그런 측면에서 또 다른 라디오 진행자, 김미화는 어떤가?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제가 늘 부러워하는 프로다. 왜냐면 새벽에 안 일어나도 되고(웃음), 퇴근 시간 많은 분들이 조금 심적 편안해지는 시간대에 아주 적합한 진행자가 아닌가. 또 처음에 콘셉트를 너무 잘 잡았다. '눈높이 시사프로'라고 몇년 전에 썼는데, 개그우먼이 시사프로 진행하는 데 대해 안 좋게 쓴 분이 계셔서 반론을 제가 쓴 적이 있다. 시사프로 진행자가 모든 걸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지 때문 아니냐?

김미화씨가 친절하게 물어보는 거 부러울 때도 있다. 김미화씨야말로 제가 말한 기준에 많은 부분이 같이 하는 분이다. 그러니까 그 방송이 따뜻하잖아. 시사프로가 그렇게 따뜻할 수 있나? 거기 나오는 패널들이 제 프로에 나오면 굉장히 굳어서 하는데, 거기만 나가면 우리 프로에서 안 하던 말들도 잘 하는지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 <시선집중>에 앞으로 꼭 모시고픈 분이 있다면?
"요즘 경제인 가끔 모신다. 그런데 경제인 중에 최일선에서 일하는 기업 CEO는 잘 안 나온다. 특히 경제가 핫이슈인 이런 땐 현장 있는 분들 이야기를 듣고 싶다. 결정권 많이 가진 기업 CEO들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궁금하다. 정치인 중엔 가장 큰 결정권 지난 대통령과 인터뷰도! 시사프로라면 늘 원하는 거 아닌가? 편안하게 청취자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모실 수 있다면, 서로 좋지 않을까."

- '무릎팍도사'는 왜 안 나가나? 섭외해도 안 나간다던데?
"'무릎팍도사' 마지막에 춤춰야 하잖아? 제가 몸치이기 때문에(웃음). 여운혁 PD가 전엔 그랬는데 요즘은 섭외 안한다. 기사만 나온다. '무릎팍도사 섭외 중'이라고(웃음). 그런데 조금은 조심하고 가릴 것도 있는 것 같아서, 재미는 있지만 자제해야겠다. 그리고 제가 안 나가도 재밌잖아? 그 시간이면 자야 하지만, '무릎팍도사'는 보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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