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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
ⓒ 오마이뉴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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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위기설'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에선 5일에도 "실체없다" "근거없다"면서 연일 맹공을 펼치고 있다. '괴담' 수준에 불과한 주장으로 "국익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 입장에 일부 수긍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 스스로 내년 상반기 최악의 경제상황을 공개적으로 전망해놓고도 인터넷 등을 통해 '3월 위기설'이 제기되자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와 같이 급속하게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정부의 대응 능력으로는 향후 닥쳐올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자칫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인식도 여전히 높다.

3월 위기설의 실체는?

3월 위기설은 한 마디로 내년 2~3월께 한국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미 시작된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과 경상수지 악화, 국내 경기침체 가속화에 따른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 증가, 외국 금융기관의 자본 철수 등으로 우리 경제가 중대한 위기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내년 3월'이라는 시점이 나오게 된 배경은 외국 금융회사들이 3개월마다 한번씩 보고서를 내도록 돼 있는 것과 맞물려 있다. 한국의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기업과 금융권의 부실이 심화될 경우,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외국 금융회사들이 올 12월이나 내년 3월께 본격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지난달 20일께 배포된 12월치 <신동아>에 기고한 글에서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 국면에서 정부의 대응기조가 현재처럼 이어진다면 내년 3월 이전에 파국이 올 수 있다"고 적었다.

그는 "자칫 잘못하면 내년 3월을 못 버티고 일본 자본에 편입될 수도 있다"거나 "주가는 한국이 (코스피 지수가) 500선, 미국은 (다우존스 산업지수) 5000선까지 추락하며, 강남 부동산 가격은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은 인터넷상에서 큰 폭발력을 발휘하면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어 지난달 28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현재의 경제위기는 진행형으로 앞으로 두세 달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정책 대응에 실패하면 경제파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11월에 강 장관도 "내년 상반기 최악" 예측... 뒤늦게 진화

12월 2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12월 2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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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위기 상황에 대해선 이미 청와대와 정부에서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해 내년도 정부 수정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정책을 추진중이지만 언제까지 최악의 상황이 갈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면서 "정부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최악의 상황이 진행된다는 전제에서 (내년도) 예산을 짰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걱정거리"라면서 "내년 상반기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특별한 비상대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정정길 대통령 실장은 이에 앞선 지난 1일 친박계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3~4월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2월이면 대졸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3~4월이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부도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현 정부나 체제 위협세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3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와 청와대는 뒤늦게 "실체나 근거가 없다"면서 적극 진화에 나서고 있다. 강만수 장관은 지난 4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 만난 자리를 비롯해, 5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도 "(3윌 위기설은) 실체가 없다"고 말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도 마찬가지. 그는 지난 3일 "내년 3월에 일시적으로 해외 금융기관의 자금이 빠져나간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라며 "국제금융 상황 등의 영향을 받겠지만, '3월 위기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3월 위기설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연구위원은 "내년 3월 위기설은 이미 시장에서 오래 전부터 나돌던 이야기"라며 "장관이나 현 정부 실세들이 경제상황을 자신들의 위치와 입맛에 따라 해석하고,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정부에 대한 시장 불신

물론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제 3월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대체로 향후 2~3개월 사이에 경제 상황이 갑작스레 악화되거나 시장에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경제상황을 볼 때,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상황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현재 우리 경제의 각종 실물지표가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 증가율은 지난 11월 18.3%나 감소했다. 그동안 20% 안팎의 증가율을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거의 '추락'에 가깝다. 문제는 이같은 수출 감소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부에선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수출 감소에 따른 기업의 수익 악화, 주가와 부동산 하락으로 인한 자산감소에 따른 소비위축은 경기침체의 가속화로 이어진다. 여기에 자동차부터 시작된 감산과 구조조정, 건설사와 조선사의 부실에 따른 금융권 부실이 터질 경우 이어 한국 경제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 증가율은 지난 11월 18.3%나 감소했다. 그동안 20% 안팎의 증가율을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거의 '추락'에 가깝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 증가율은 지난 11월 18.3%나 감소했다. 그동안 20% 안팎의 증가율을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거의 '추락'에 가깝다.
ⓒ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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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정부는 3월 위기설을 단지 일본계 자금의 이탈만을 따지고 있는데, 이는 본질을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부각되고 있는 기업들의 부실과 실물경제의 침체가 극심해지고, 이것이 다시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재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의 위기를 지수로 계산해보면 과거 신용카드 대란 때보다 훨씬 높게 나오고 있으며,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의 30% 수준에 달할 정도다"면서 "더 큰 문제는 위기를 헤쳐나가는 정부 능력을 시장에서 불신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지난 1일 내놓은 금융위기 가능성을 진단하는 보고서에서 "최근 환율 급등, 주가 급락, 외국인 투자금 유출과 외환보유액 감소 등 금융지표들이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하다"면서 "위기설로 인해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더욱 높아지고,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특히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종합금융안정지수(CFSI)를 내놓고, "지난 8월 CFSI 지수가 2003년 카드사태 당시 위기 수준을 넘어섰으며, 97년 외환위기 당시의 3분의 1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각종 경제지표와 전문가들이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데, 이것이 현실화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정부의 의지와 역할에 달려있다"면서 "이같은 우려를 단순히 '체제를 전복하려는 괴담'으로 이해하는 순간, 정말 우리 앞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일 금융위기가능성 진단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종합금융안정지수(CFSI)를 내놓고, "지난 8월 CFSI 지수가 2003년 카드사태 당시 위기 수준을 넘어섰으며, 97년 외환위기 당시의 3분의 1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일 금융위기가능성 진단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종합금융안정지수(CFSI)를 내놓고, "지난 8월 CFSI 지수가 2003년 카드사태 당시 위기 수준을 넘어섰으며, 97년 외환위기 당시의 3분의 1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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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금융위기, #강만수, #3월위기설,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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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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