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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 <외딴방>의 작가, 소설가 신경숙의 저자 낭독회에 다녀왔습니다.  장편 <엄마를 부탁해>의 출간을 기념한 소설 낭독 및 팬과의 만남의 자리였답니다.

 

사실, 소설가 신경숙씨의 팬도 아니고(사석에서는 그저 내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구 그녀의 소설들을 씹어대기도 하는 오만한 금드리댁ㅠㅠ), 손에 들어온 책도 일부러 피하며 읽지 않은 상태였지만 오로지 외국영화나 미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저자 낭독회에 참석하겠다는 일념으로 홍대 근처의  작은 카페로 향했습니다.

 

시간이 한 15년 쯤 전으로 멈춰진 것 같은 카페에는 낭독회 20여 분전에도 벌써 30 여명 정도가 같은 책을 펴고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카페에서는 커피 등의 음료를 주변의 반가격에 판매하고 있었구요(첨엔 공짠줄 알고 좋아했다는.ㅎㅎ.) '감수성 충만한 여자분들 50 명 이랑 같이 모여있다 오겠네'라는 제 예상과는 다르게 열혈 독서 마니아 혹은 신경숙씨 광팬으로 보인는 남자분들이 많이 오셨더군요.

 

커피향 가득한 주변을 둘러보고 늦은 저녁시간에는 '커피는 안돼!'이러면서 병맥주 ㅠㅠ 들고 구석 좋은 자리에 콕 박혀있었드랬습니다.낭독 내내 책에 빠져 있었던 분들, 책이 없었던 저는(아마도 유일하게 책없이 낭독회에 참여한, 그래서 유일하게 저자 사인 못받은 ㅠㅠ) 그래서 더 작가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답니다. 사실, 한켠에서 판매하는 소설을 사서 작가의 사인을 받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이상한데서 제가 오기 좀 부립니다ㅠㅠ)

 

 제게 신경숙이란 작가는 양귀자, 공지영등의 여성 작가들과 더불어 여성주의 작가로 뭉뚱그려진 무리의 한 사람으로 누구나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미화시켜 그저 눈물을 짜대어 울고싶은 사춘기시절에나(사춘기시절에만) 기댈 수 있는 그런 작가였거든요.

 

특히나 애매모호한 그녀의 소설속의 결말들과 우중충한 그녀의 반복되는 배경들을 한때는 치떨리게 싫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작가와의 대화시간에 어느정도 그런 제 편견에 대한 작가의 변, 내지는 해설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잘왔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직접들은 그녀의 말을 통해서 자신의 감성과 능력을 그저 시대를 거쳐 여성주의작가로 규정되고 또 그 규정에 잘 맞지 않는다하여 나름 상처받았을 여자 신경숙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는 직업정신 투철한 소설가가 되어 사회적 책임을 문학적으로 지겠다는 뜻을 내비친걸까요?사춘기 소녀처럼 '까뮈'를 인용하고,'생채기 난 소설을 많이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독자의 질문에도 자신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으며 즐거울 때가 많은 사람'이라고 현명하게 대답하던 작가 신경숙. 왜 시를 쓰지 않고 소설을 쓰게되었느냐는 한 독자의 질문에도 '존경하는 선생님이 소설을 쓰라고 했기때문이고 '그가 만약 '시를 쓰라고 했다면 시를 썼을 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인간적인 대답들에서 소설가 신경숙이 아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신경숙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책속의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그녀의 낮은 저음의 목소리와  간간이 끊어지는 투박한 말투는  그녀의 문장을  내 정서와 맞지 않는다 하여 무시했던 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작가는 말했습니다.

 

"시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문학 속 아버지의 존재는 퇴출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소설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작가로서의 사회적 책임감, 문학적 책임감, 엄마라는 존재를 문학, 예술의 한 소재로 자리잡게 하고 싶다는 예술가의 욕심, 그런 것들 때문에 소설이 탄생했다는 말을 한 작가가 바로 '여리고 여성스럽기만 해서 힘없이 가냘픈' 신경숙표 주인공들을 내세웠던 소설가 신경숙이라니 저는 사실 조금 놀랬고 기분 좋았습니다.

 

 

그녀의 낭독회와 독자와의 대화는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습니다. 늦은 7시가 넘어서 시작된 시간이 10시가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더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어머니'란 단어를 '엄마'라고 바꾸었을 때 소설이, 비로소 글이 쓰이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엄마'는 '잃어버리면'안 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엄마에게도 '엄마'라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요?

작품 속에서처럼 엄마를 잃어버리는 식의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도 어느덧 저는 엄마라는 단어에서 반가운 마음과 눈물을 함께 찾게 되는 나이가  되었네요. 아마도 다들 그렇겠지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http://silverspoon.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창비(2008)


태그:#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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