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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 130명이 만들어 내는 웅장하고 화려한 사물놀이 공연. 시민들이 관객이 아니라 무대의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시민참여예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열정적이고 흥겨운 무대다.
 일반 시민 130명이 만들어 내는 웅장하고 화려한 사물놀이 공연. 시민들이 관객이 아니라 무대의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시민참여예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열정적이고 흥겨운 무대다.
ⓒ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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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예능인들이 아니라 일반 시민 130명이 만들어 내는 웅장하고 화려한 대규모 사물놀이 마당. 시민들이 방청객이 아니라 공연자로서, 관객이 아니라 무대의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색다른 풍물잔치가 12월 6일 오후3시/7시 창원성산아트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극단 '큰들'의 정기공연행사로 이뤄지는 이번 130명 사물놀이 공연은 4살 어린이부터 64세 어른까지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마산, 창원, 진해, 부산 등 동부경남지역의 평범한 시민들이 만들어 낸다. 큰들의 사물놀이 강습을 통해 풍물을 배운 사람들로 짜여진 공연팀은 이번 공연을 위해 연습장소를 두 곳으로 나눠 3개월 동안 열심히 연습했다. 가족단위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 함께 연습하면서 가족, 형제간의 정도 더 돈독해졌다.

음향, 조명이 설치된 공연장의 무대위에서 예행연습을 할 적에는 자신들이 연주한 웅장한 소리에 “우리가 연습하는게 이런 어마어마한 공연인줄 몰랐다”며 다들 깜짝 놀라고 흥분했다. 리허설을 통해 보고 즐기기만 했던 관객의 입장에서 차츰 자신들의 기량과 재주를 보여주고 나누어 주는 연주자로 변신된다. 자신들의 이름이 박힌 행사팜플렛과 촬영될 공연비디오는 가보처럼 소중하게 보관할 것이다.

2005년 창립공연부터 가족과 함께 130명 사물놀이 공연에 참가하고 있는 박현성(37. 창원 동읍)씨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130명 사물놀이 공연이 매년 가족들의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장모님도 작년부터 공연에 함께 참여했는데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며 너무 좋아하십니다. 장모님은 아이들 셋을 보시느라 고생이 많으시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장모님께 이제는 아이들보다 더 기다려지는 것이 사물놀이 연습입니다.

5살, 7살 두 딸들에게도 사물놀이공연은 학교 생활이나 유치원 생활과 다른 좋은 체험교육이 됩니다. 아이들에게는 연습장이 큰 놀이터가 되는 거지요. 사물놀이 가락을 배우는 것도 좋고, 같이 모인 사람들과 웃음과 즐거움을 나누는 것도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교육이 됩니다. 우리 둘째 수빈이는 아직 어려서 연습할 적에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제가 더 열심히 하자고 말했더니 '지금도 잘하잖아! 난 아빠보다 더 잘해'라며 싱글싱글 웃습디다. 딸아이의 그소리에 저도 웃음을 터트렸죠."

이번 공연에는 특별한 손님들도 방문한다. 올해 6월부터 극단 큰들의 강사를 일본으로 초빙해 한국 사물놀이를 직접 배운 일본근로자음악 감상회인 ‘론’과 인형극단 ‘하나코마’의 회원들 30여명이 연주장을 찾는다.

'시민참여예술의 새로운 전형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130명 사물놀이 공연'. "수준 높은 공연을 보고 싶은 시민들의 욕구와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은 욕구를 다 충족 시켜 주기 위해"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다는 극단 큰들의 전민규(남, 44) 대표와 3일 일문일답을 나누었다.

수준 높은 공연을 보고 싶고 동시에 무대의 주인공도 되고 싶은 시민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주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130명 사물놀이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극단 큰들의 전민규 대표. 옆은 친구인 지역가수 한빈씨. 10월 밝은땅 다솔축제가 끝난 후 뒷풀이자리에서 찍은 사진.
 수준 높은 공연을 보고 싶고 동시에 무대의 주인공도 되고 싶은 시민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주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130명 사물놀이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극단 큰들의 전민규 대표. 옆은 친구인 지역가수 한빈씨. 10월 밝은땅 다솔축제가 끝난 후 뒷풀이자리에서 찍은 사진.
ⓒ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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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의도로 이번 ‘130명 사물놀이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이번 공연에서 압권은 뭐니해도 130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사물놀이공연입니다. 큰들 단원과 창원 시민 130명이 함께 만들어 내는 풍물공연인데, 4살 어린이부터 64세 어른까지 다양한 계층의 130명 시민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내는 작품입니다. 전문 예능인이 아니라 평범한 보통의 소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하나가 되어 연주한다는 것 그 자체, 실력보다는 순수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그 열정과 감동을 느껴보자는 것입니다. 이제는 시민들도 문화예술을 단순히 관람하고 즐기는 수준을 뛰어 넘어 자신들 스스로가 무대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다는, 함께 공연을 만들고 즐긴다는 ‘무대의 열림’ 을 보여주자는 것이죠."

- 사물놀이 공연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일반 시민이라 연주가 서툴지는 않을까요.
"저희 공연에 많은 관객분들이 오시는데요, 전문 배우들의 공연도 좋아하지만 자신들의 가족과 친구들의 무대를 기대하고 더 응원합니다. 아마추어들이 가락과 리듬을 만드는 것이라 조금 서툴기도 하겠지만 무대에서 130명이 한마음으로 울리는 징, 꽹과리, 북, 장구의 웅장한 소리는 이상하게도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고 터질 듯한 전율을 일으킵니다."

- 공연에 참가하는 시민들 모집과 연습은 어떻게 진행했습니까.
"창원 큰들에서는 마산, 창원, 진해, 부산 등 동부경남을 중심으로 일반인과 학생들로 구분해서 풍물을 가르치는데, 이 강습회원들을 중심으로 참가 신청을 받았습니다. 강습을 3년 쯤 하다 보니 이전 공연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신청을 많이 하고, 또 이분들이 주변 사람들의 참여를 권유합니다. 연습은 2팀으로 나눠 진행했습니다. 경남도농어업인회관과 GM대우 창원지회 문화패 공간에서 장구채 잡는 법부터 시작해서 3개월 동안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 참가하는 연령이나 계층이 다양한 것 같은데.
"올해 최연소 출연자는 박수빈이라는 4살짜리 여자 아이입니다. 수빈이는 언니(박주호), 아빠(박현성), 외할머니(문경례)와 같이 출연합니다. 외할머니 문경례(64)씨는 최고령 출연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부부나 형제, 자매 등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습을 하면서 가족간의 정이 더 돈독해졌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 열성 참가자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연습 중간에 결혼하고도 참가한 신부, 3개월 된 딸을 남편에게 맡기고 참가한 아기엄마, 2년째 아들과 함께 참가하는 아버지 등...  초등학교 6학년인 김효영 어린이는 “이제 초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중학교에서는 공부하느라 사물놀이 못 할텐데... 아빠, 소원인데 이번 공연에 함께 해주면 안돼” 라고 매달려서 아빠 엄마가 이번 공연에 함께 참가해요. 가족사진도 팸플릿에 올랐어요."

정기공연에는 사물놀이 공연외에 마당극 '여의와 황새'와 가수 그린비의 초청공연도 함께 한다. 사진은 마당극 여의와 황새의 한 장면.
 정기공연에는 사물놀이 공연외에 마당극 '여의와 황새'와 가수 그린비의 초청공연도 함께 한다. 사진은 마당극 여의와 황새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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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시민들이 무대에 서면 떨리거나 쉽게 흥분할 수도 있는데, 공연이 순조롭게 진행됩니까.
"따로 떨어져 두 곳에서 연습을 진행하다 함께 모여 연습하는 날에는 참여자들이 사물놀이의 웅장한 소리에 스스로 놀랍니다. 음향, 조명이 설치된 무대위에서 예행연습을 할 적에는 큰들의 전문배우들도 함께 참여합니다. 그 때는 사람들이 '우리가 연습하는게 이런 어마어마한 공연인줄 몰랐다'며 엄청 흥분합니다. 관객에서 연주자로 변신하게 되는거죠."

- 공연에 참가한 시민들의 기쁨과 자부심이 대단하겠네요.
"저희들은 공연 팸플릿에 130명 출연자들의 사진과 이름을 일일이 새겨서 출연자들에게 나눠줘요. 공연 때도 모든 연주자들의 얼굴을 최소 1초 정도는 클로즈업해서 비디오 촬영을 합니다. 이것을 편집해서 기념품으로 나눠주는데 모두 집안의 가보처럼 귀하게 여깁니다. 어떤 분들은 이 비디오를 가지고 설날 때 가족들끼리 둘러 앉아서 보고, 손님들 오면 또 보여 주고... 그렇게 자랑스러워해요."

- 참가자들 스스로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들의 공연소식을 알리는 자발적인 홍보대사가 되겠네요.
"130명 시민들이 연출자, 연주자가 되고 훌륭한 홍보대사도 됩니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나 살고 있는 동네, 상가 등에 공연 포스터를 붙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표도 팔고, 관객들을 모읍니다. 3년 정도 꾸준히 공연에 참가한 사람들은 홍보에 있어 거의 숙련된 조교 수준이라 단원들 못지 않게 잘 해요."

- 이번 공연에 일본에서 특별한 손님들이 오신다고 하던데.
"네. 바다건너 일본에서 츠쿠타니 오사무상(히메지론 사무국장)을 비롯해 30여명의 일본이들이 옵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요 2006년부터 공연을 보러 오셨어요. 특히 올해는 극단 큰들이 일본 도쿄를 포함한 10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12회 공연을 했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분들이 큰들 공연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2007년 8월에 일본 사람 43명이 큰들에서 4박 5일 동안 사물놀이 강습을 마쳤다. 악기 140개를 보내고 단원인 김영란씨가 일본으로 건너 가 140여명의 일본인들에게 풍물을 가르쳤다. 이들이 큰들 일본순회 공연시 본공연 전에 열정적인 사물놀이 공연을 펼쳤다.
 2007년 8월에 일본 사람 43명이 큰들에서 4박 5일 동안 사물놀이 강습을 마쳤다. 악기 140개를 보내고 단원인 김영란씨가 일본으로 건너 가 140여명의 일본인들에게 풍물을 가르쳤다. 이들이 큰들 일본순회 공연시 본공연 전에 열정적인 사물놀이 공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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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큰들에서 일본에 강사를 파견해 풍물을 가르쳤다고 들었는데 그것과 관련있는 사람들인가요.
"지난 6월에 창원 큰들의 김영란 단장이 일본으로 건너 가 현지에서 사물놀이를 가르쳤습니다. 140여명이 배웠는데 일본에서도 130명 사물놀이같은 공연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이 취지였죠. 이번 여름 큰들이 마당극, 풍물놀이, 민요 등으로 일본 10개도시를 순회공연 할 적에 풍물을 배운 일본인들이 공연전에 사물놀이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오시는 분들은 한국의 선생님으로부터 사물놀이를 배운 열성팬들이죠."

덧붙이는 글 | 다음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태그:#극단 큰들, #130명 사물놀이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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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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