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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한국근현대사연구회 박성철(22)씨에게 현 정부의 역사왜곡논란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고려대학교 한국근현대사연구회 박성철(22)씨에게 현 정부의 역사왜곡논란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 김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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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교과서를 출간한 출판사 다섯 곳이 정부의 수정지시에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군 '좌편향 교과서' 논란은 결국 정부와 보수 세력의 뜻대로 매듭지어지는 듯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근·현대사 교과서를 출간한 출판사에 내용 수정을 강요했고, 학교장들에게는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 채택을 취소하라는 압력을 넣었다. 또한, 교과서 집필자들이 말을 듣지 않자 학생들에게 직접 사관을 주입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동복·안병직·류근일 등 역사전공과 무관한 극우 편향 학자와 논객들에게 서울시 고등학교 역사 특강을 맡겼다. 물론 학교에 역사 특강 일정을 잡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평소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에 관한 생각을 나누는 대학교 역사동아리는 정부의 역사왜곡 움직임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고려대학교 중앙 역사동아리 '한국근현대사연구회' 박성철(22)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1일 저녁 6시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4층 한국근현대사연구회 동아리방에서 진행되었다.

- '한국근현대사연구회'(이하 한근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한근연은 고려대학교 중앙 역사동아리로서 세미나와 토론회를 주 활동으로 하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부터 시작해 정치경제학·철학·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사회과학 전반을 공부하는 학술 동아리다."

- 이명박 정부는 근현대사 역사교과서 수정을 강요해 역사를 왜곡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역사학계나 학술단체 등을 통해 촉발된 논쟁이 아니라 정권을 합리화하려는 목적으로 정부와 친정부단체가 주축이 돼 불거진 문제다.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으려는 차원의 문제제기가 아니라 보수적으로 역사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87년 이후 민주적 노력들로 반공이념이나 레드콤플렉스 등의 이데올로기적 강요가 약해지면서 역사를 폭넓게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군사독재정권시절보다 이전 정권에 대한 비판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대한민국 국가 존립에 관한 비판이나 의문 등도 어느 정도 제기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와서 그러한 시도들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본다. 지금은 역사의 움직임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려대학교 한국근현대사연구회 박성철(22)씨에게 현 정부의 역사왜곡논란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고려대학교 한국근현대사연구회 박성철(22)씨에게 현 정부의 역사왜곡논란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 이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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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들에 대한 우편향 역사특강도 문제가 되고 있다.
"좀 웃기는 거 같다. 좌든 우든 여러 시각에서 접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의 역사특강은 역사적 관점을 확장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득권이라든지 특정 세력들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 웃기고 치졸하다는 생각이 든다."

- 교과서 수정을 요구하는 정부 논거의 핵심은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 되어 있다는 것이다. '좌편향 된 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약화시킨다'는 정부와 보수진영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60, 70년 대 이어졌던 교육들이란 국가정체성을 강조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불어넣음으로써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나 제도들에 대한 반감을 가질 수 없게 만드는데 교육이 일조했었다.

정부와 보수진영은 긍정적인 측면들도 충분히 평가해야한다고 말하지만 친일파 내지는 민족개조론자로서 일본강점기를 잘 살아왔고, 이후에도 주도권을 잡았던 사람들에게서 식민지시대 미화 시도가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독재시대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려는 것도 자신들이 권력을 잡거나 통치했던 시대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식민지든 독재시대든 일부 사회지표의 상승을 국가의 약진으로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그렇다면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으로 서술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일단 금성교과서가 대표적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좌편향이어서가 아니라 국정교과서에서 밝히지 않았던 측면들을 조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전교과서들이 체제 합리화적인 우편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기존 교과서에 비해 좌편향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

한국근현대사연구회
 한국근현대사연구회
ⓒ 한국근현대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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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하나.
"정통성과 안정성을 내세워 모두에게 자격을 인정받는 국가인 '대한민국 체제'에 순응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한국 역사교육이다. 하지만 체제를 합리화하고,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현재 사회가 세워진 기반을 좌우이념을 넘어 객관적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접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역사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모순이 있다면 그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고, 논쟁이나 교육 등을 통해 모순을 지양해 나가는 것이 역사교육의 진정한 목적이라 생각한다."

- 한근연에서 활동하며 역사를 보는 시각이 고등학교 때와는 달라졌을 거 같다.
"사실에 대해 공부하는 게 아니라 관점에 대해 공부하는 게 역사라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라든지 제도들에 대해서만 배웠다면 한근연에서는 역사를 보는 관점과 민중사관등을 깊게 공부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수준의 역사는 단편적이면서 체제를 미화하는 역사들이었다. 국가 체제하에서 교육 받으며 교과서로 얻을 수 있는 관점의 넓이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역사를 배우는 목적에 대해 망각하고, 수능 만점을 받기 위해 단순히 사건을 암기하는 데만 급급했던 거 같다. 독서와 학습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토론하고, 비판하며 얻어가는 관점이야말로 진정한 역사 공부라 생각한다."

-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역사에 관심이 없는 거 같다.
"상투적인 대답인데 오늘날 학생들은 대학에서 자기 전공이나 취업과 관련된 공부만 하려한다. 심지어 대학 자체가 취업 수단이 돼버린 현실이다. 역사공부를 통해 취직을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가 돈이 되는 공부도 아니다. 역사가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으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태그:#역사교과서, #역사특강, #고려대학교, #한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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