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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촛불이 활활 타오를 때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 1순위였던 '한반도대운하'를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촛불이 얻은 귀중한 성과였다. 

 

하지만 대운하는 잠잠해졌을 뿐 완전히 폐기되지 않았다. 대운하 전도사였던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 8월 15일 자신의 홈페이지 <이재오 이야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토를 재창조하고 전국에 물길을 살리고 하천 지천을 살아 있는 강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현대판 치산치수를 해야 합니다. 나는 그 이름이 운하든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재오 이야기> - 워싱턴편지 5호 '오늘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는 지난 9월 2일 워성턴 특파원들과 기자간담회에서 “파나마는 운하가 경제를 지탱한다"고 피력하여 대운하가 한국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사업임을 분명히 했다.

 

이재오 전 의원과 함께 대운하 전도사로 활동했던 추부길 전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지난 4일 <평화방송>과 인터뷰에서 “대운하는 한국의 미래와 녹색성장을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 “내년에는 대운하 사업의 첫 삽을 떠야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김진홍 목사도 추부길 전비서관과 같은 맥락으로 발언했다.

 

같은날 이명박 정권 탄생 산실인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인 정두언, 이춘식, 조해진, 권택기, 김영우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을 포함한 지역균형발전 대책을 논의했다. 그 때조해진 의원은 “내년 경제가 어려워지면 대규모 고용불안이 예상되는데 대운하 사업은 시작하는 즉시 고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낙후된 내륙지방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대운하만큼 좋은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대운하 건설을 통하여 어려운 경제도 극복하고, 낙후된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이다. 이명박 대통령 공약 추진 목적과도 부합되고 있다.

 

김영우 의원은 “촛불 집회 국면에서 홍보도 제대로 못하고 접었다”고 하여 대운하 건설 추진이 미적거린 이유를 홍보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대운하는 홍보 부족이 아니라 한반도 환경을 파국으로 이끄는 주범이기에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함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대운하 건설을 공식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오 전 의원과 추부길 전 비서관, 안국 포럼 출신 의원들의 발언이 빈말이 아니라 대운하를 위한 사전정비 작업이 착착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살 만한 문건이 공개되었다.

 

국토해양부가 만든 ‘4대강 물길 잇기 및 수계 정비 사업’이라는 문건이다. 문건에는 정부는 내년부터 2012년까지 14조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특히 사업비 14조원 중 낙동강에 6조1802억원의 예산이 집중 배정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대운하 비판 여론이 강해 실행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대안으로 나온 것이 경부운하를 먼저 착수를 주장했다. 이른바 '낙동강 운하 선착수론'이다. 지난 12일 허남식 부산광역시장 등 영남권 시도지사 5명은 낙동강 물살리기를 정부와 여당에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

 

영남권 도지사들이 낸 공동건의문에는 “낙동강을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낙동강 물 살리기 사업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전 의원과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 발언 내용과 비슷하다. 지역 경제를 살리면서 한반도 미래 성장동력을 위하여 대운하만큼 좋은 정책이 없다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분명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밑에 있는 사람과 지역 단체장들은 끊임없이 대운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4대강 물길 살리기'라는 이상한 단어로 포장하여 국민을 우롱하면서까지.

 

지역 경제와 한반도 미래성장은 '삽질경제'와 '불도저경제'로 가능할 수 없다. 이재오 전 의원이 말한대로 한반도 대운하는 '국토재창조'이다. 재창조가 좋은 말처럼 보이지만 수천, 수만년 동안 흐른 물길을 사람이 억지로 막고, 뚫고, 파면 재앙이다.

 

재창조를 통하여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 파멸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수많은 문화재들은 물길 속이나, 다른 곳으로 옮겨져 생명을 고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선언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는 건설하지 않겠다고, 시민 앞에 직접 나서서 선언하고, 약속해야 한다. 대운하를 '물길 잇기'라는 이름만 바꾸고 대운하를 건설하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한 번 파헤쳐진 우리 강토는 회복할 수 없다. 파헤쳐진 강토를 미래세대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미래성장 동력은 파헤쳐진 강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땅을 물려줄 때 가능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태그:#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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