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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여행 라라라>의 첫 녹화 게스트인 이승열과 4명의 MC들이 마주보며 대화하고 있다.
▲ <음악여행 라라라>의 첫 녹화 게스트인 이승열과 4명의 MC들이 마주보며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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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진·윤종신·김구라·신정환이 진행하는 진짜 고품격 음악프로그램 MBC <음악여행 라라라>가 드디어 27일 새벽 베일을 벗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봤던 그 한 시간 남짓 동안, 감상이야 어쨌든 '전무한 음악프로그램' 임은 확실했다.

처음 <음악여행 라라라>에 대한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프로그램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탓에 그것에 관한 간략한 구성을 전화기를 통해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 설명이 끝나는 순간 머릿 속에는 여지없이 '여운혁'이란 이름 세 글자가 박혔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는 또 사고를 쳤다.

MBC 여운혁 CP, 또 사고쳤다!

방송을 보기 전에 가장 걱정된 것은 역시나 MC들의 구성이었다. SBS <김정은의 초콜릿>, KBS <이하나의 페퍼민트>를 봐도, 이제 뮤지션이 음악프로를 맡는 시대는 이번 가을 개편을 끝으로 한동안 이별이다.

그러나 MBC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사는 MC들의 음악적 전문성을 차치하고라도, 프로그램이 가지는 품격에 대한 포맷은 버리지 않았다. 음악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라면 가벼운 재담보다는 중후한 멋이 있어야 하고 즐거운 농담보다는 저미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음악여행 라라라>의 MC들이 이하나·김정은보다 품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차이나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서 그들이 보여준 모습을 보라. 이건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그러나 여운혁은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그들 '독한' MC군단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음악 프로그램 패러다임 자체를 한 번 부정했고, 방송이 시작되자 두 번 부정하기에 이른다.

<음악여행 라라라>의 3무

첫째는 우선 관객이 없다. 놀라웠다. 현재 최고의 음악프로그램으로 인정받는 EBS <스페이스 공감>의 경우에도 아주 적은 수이지만, 관객이 존재한다. <김정은의 초콜릿>은 말할 것도 없고, <이하나의 페퍼민트> 역시 과거보다는 축소되었지만 엄연히 관객과 소통하며 방송을 진행한다.

둘째는 MC들의 멘트가 없다. 엄연히 말하지만, '없다'기 보다는 '적다'지만, '라디오 스타'를 상기하면 그 시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짧고 별로 영양가도 없어서, 없는 것이나 진배없다. 그들의 독한 멘트를 들으러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적잖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셋째는 필요없는 게스트가 없다. <음악여행 라라라>에서는 조명이 뮤지션 한 명에게 거의 집중된다. 이후 게스트 선정에 있어 어떠한 변화가 올지는 알 수 없지만, 덕분에 시청자가 출연자 목록에 민감해지거나 흔히 말하는 '홍보성 출연자'를 볼 필요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뮤지션에 대한 깊은 음악적 이해가 가능해진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결국 <음악여행 라라라>는 겉보기에 예능의 껍질을 쓰고 있지만, 그 내면을 보면 상당히 음악 지향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스트인 'U & Me Blue' 이승열과 'W&Whale'은 무대가 아닌 녹음스튜디오 안에서 음악을 연주했고, 카메라워크는 MC들의 수다떠는 모습 대신 연주자들의 손놀림과 가수의 성대에 집중된다. 재미있고 웃기리라 기대했던 프로그램이 뮤지션에게 꽂히기 시작한다. 완벽한 역발상이다.

결국 여타의 음악프로그램과는 달리 무대 음향시설의 문제로 거치적거리던 소리가 깨끗한 음질로 재생되었고 때로는 방해가 되던 관객들의 환호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멋들어진 연주영상이 TV를 통해 흘러왔고, 'Jesus and Marychain'과 'U2'를 닮은 이승열의 모던락 사운드는 14년 전 그 때로 나를 인도했다. 솔직히 꽤나 황홀한 경험이었음을 고백한다.

어찌 됐든 확실히 다르다!

열창하는 이승열 과거 방준석과 함께 'U & Me Blue'를 이끌었던 이승열. 그는 이번 방송에서 '원더걸스'의 'Nobody'를 직접 편곡하여 부르기도 했다.
▲ 열창하는 이승열 과거 방준석과 함께 'U & Me Blue'를 이끌었던 이승열. 그는 이번 방송에서 '원더걸스'의 'Nobody'를 직접 편곡하여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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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프로그램의 주인은 사실 뮤지션이고 음악이다. 방송사에서 이번 가을 개편 때 대대적으로 MC들을 교체하고 파격적인 기획을 단행한 것은 음악프로그램의 본질은 역시 '음악'이기에, 그것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프로그램의 구성적 실험은 해볼 만하다는 판단 하에서다.

실제로 KBS <페퍼민트> 방송 이후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상위 랭크된 것은 MC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클래식 기타의 초퍼(chopper)를 보여준 이병우, 디씨인사이드에서 장교주라 불리는 '장가하와 얼굴들'이지 않았는가.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음악여행 라라라>가 들려주는 '음악의 질'과 '게스트의 선정'은 합격점이다. 사실 이것만 가지고도 <음악여행 라라라>는 음악프로그램으로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역시 프로그램 전체를 아우르는 예능 MC들과 이러한 음악적 전문성이 얼마나 잘 맞아 굴러가게 하느냐 하는 꽤나 근원적인 것에 있다.

<음악여행 라라라>의 MC군단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 그들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으로 존재한다.
▲ <음악여행 라라라>의 MC군단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 그들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으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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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은 것은 물론 MC들이 전문성을 갖추어서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잡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 거기다가 전문성을 잡다가 그들의 최대 강점인 예능감각마저 프로그램 내에서 퇴색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리라. 그럴 바엔 차라리 과거 <수요예술무대>를 주름잡았던 김광민과 이현우를 다시 부르는 게 낫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라면 음정 하나하나에 감동하면서 그저 "훌륭하다" "대단하다"만 연발하는 느낌의 <페퍼민트>나 <초콜릿>보다야 거침없는 '쌈마이' 정신으로 무장된 4명의 MC군단의 입담을 기대하지만, 역시 첫회라 그런지 그들은 확실히 겉돌았다.

<라디오 스타>에서의 진행방식과 전문 음악프로그램 MC의 자세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웃음도 좋고 진솔한 얘기도 좋지만, MC들과 게스트 사이에 대화 자체가 안 된다면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이래서는 <음악여행 라라라>에 예능 MC를 둘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쯤 되면 역시 중심을 잡아줄 김국진의 몫이 아주 크다. 만일 이 네 명의 MC 체제로 계속해서 방송이 진행된다면, 김국진이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 예상된다.

목적지 없는 '음악여행', 이미 출발했다!

<음악여행 라라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실험적인 프로그램이다. <페퍼민트>의 MC 선정도 나름 파격적이었지만, 그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이처럼 음악과 예능을 동시에 잡겠다는 야심찬 여운혁 CP의 기백은 박수칠 만하지만, 이거 잘못하다간 박수칠 때 떠날 수도 있겠다. 그 엄청난 실험성 때문에 방송 몇 주 만에 막을 내려야 했던 이문세의 <오아시스 35분>이 문득 생각나는 순간이다.

과연 <음악여행 라라라>는 유례없는 음악프로그램으로서 찬사를 이끌어 낼 것인가, 아니면 그 실험성 때문에 일찍 닫아버릴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첫회 방송을 보고 난 후에 방송 전보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더욱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이런 걸 보면 과연 <음악여행 라라라>는 '모' 아니면 '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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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kell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음악여행 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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