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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 때문에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한 마디로 대통령 답게 말도 진중하게 하라는 비판이었다. 쉽게 말하면 대통령 말이 '가볍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실언과 허언에 대한 비판은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말'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답지 못한 '가볍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그 성격 자체가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이 브라질 등 남미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들른 로스엔젤레스 동포들과 만남 자리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에 부자가 된다"면서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고 말했다.

 

자신이 공약했던 주가 '3000'은 온데 간데 없고, 경제를 망쳤다고 비판했던 노무현 정부 주가의 반토막밖에 안 되는 현실이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미국까지 가서 주식을 사라고 했을까 생각해보지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서민들 절망 앞에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발언임은 분명하다.

 

아차 싶었는지 말미에는 "그렇다고 (주식을) 사라는 얘기는 아니다. 원칙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한발 뺐고, 청와대도 대통령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음을 감지했는지 "주식을 사라는" 발언을 빼기도 했다.

 

서민은 절망하고 있다. 더 짜내도 더 짜낼 것이 없는 지경이다. 계절만 한겨울로 접어든 것이 아니라 경제와 함께 마음까지 한겨울이다. 이럴 때일 수록 대통령은 서민을 보듬고 그들의 고통과 절망을 해결하기 위하여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서민들을 보듬고 안아 주는 말보다는 "외환위기 때 워싱턴에 잠시 있었지만 한국에 가서 주식 사고 부동산도 사고 해서 큰 부자가 된 사람을 봤다"는 발언으로 결국 부자되는 세상만을 꿈꾸고 있다.

 

주식사고 부동산 사서 부자되는, 생산을 통한 부의 축적이 아니라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지금은 큰 부자되는 것을 꿈꾸는 시대가 아니다. 부동산 사서 큰 돈 버는 사람이 지금 한국 경제를 망치고 있음을 대통령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부동산 사서 큰 돈 번 사람이 세금 내지 않으려고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위하여 발 벗고 나섰다. 그 중심이 이명박 정권이다. 부동산 부자와 부동산 가난뱅이가 80대 20을 넘어 90대 10으로 고착되는 양극화가 한국 경제를 망치고 있음을 모르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를 통한 재산 증식과 금융제제 완화 따위로 세계 경제가 위기인데도 대통령은 돈 벌 수 있는 하늘에 준 기회로 홍보하고 있다. 경제 파국 원인을 가지고 또 부자되라고 한다. 경제 위기 원인 진단을 정확하게 했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이 대통령이 '사라'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중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직접 투자가 불가능하지만 간접투자 상품(펀드)이라도 사겠다"고, 10월 말 언론사 경제부장단 간담회에서는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고 말했다.

 

펀드와 주식을 산다면 경제 여건이 좋아야 한다. 경제 여건이 최악인데 투자를 하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펀드를 사겠다고 했지만 펀드를 샀는지 궁금하다.

 

대통령 발언은 정책이다. 실언과 허언을 할 수 없는 위치다. 대통령 발언은 사석에서도 정책이다. 5년 동안은 개인 발언 자체가 나올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말을 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시민에게 사라, 마라 하지 말고 자신이 사면 되고, 투자하면 된다. 재산 환원하겠다는 말을 했으면 환원해야 한다. 약속했으면 지키는 것이 대통령이 할 중요한 덕목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가 서민들 겨울을 더욱 춥게 하고 있다.

 

주식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서민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다면 주식사서 부자되세요 할 수 없고, 전세도 들어갈 수 없어 월세에 전전하는 많은 서민들이 있음을 안 다면 부동산 사서 부자되세요 할 수 없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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