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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말'이 아니었다.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업체 생산 중단만을 빼고 남북간 교류협력사업을 중단할 것임을 지난 24일 통보하면서 남북은 극우 세력 바람대로 '되찾은 10년' 되었다. 능력도 이런 능력이 없다. 10년 공든 탑을 아홉달 만에 무너뜨리는 대단한 능력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지난 10년간 남북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이기 보다는 한 단계씩 무너뜨리는 일에 더 열심이었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이 낳을 수 밖에 없는 필연인지도 모른다.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남북정신은 1991년 체결된 기본합의서" 발언, 같은달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비핵화 진전없이 개성공단 추가 확대·발전 어렵다’는 발언, 합참의장 인사청문회에서 김태영 합참의장의 '선제타격론' 논란은 남북관계가 되찾는 10년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이후 금강산 피격사건과 8월말부터 나온 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하여 통일연구원장의 김정일 위원장 건강에 대한 적절치 못한 발언, 지난 11월 21일에는 유엔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따위는 남북 관계가 곪을 대로 곪은 상처 투성이가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16일 워싱턴 기자간담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통일하는 것이 최후 목표"라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이어오면서 사라졌던 '흡수통일'을 의심케 하여 현 상황이 유지되는 한 남북관계게 회복하기 힘든 큰 병에 걸렸음을 보여주었고, 결국 북쪽은 뼈만 앙상하게 남겨두고 남북교류를 단절시켰다.

 

감기가 걸려도 병원을 간다. 큰 병이 걸렸다면 병원에 가서 의사 진단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삶을 포기했다면 모를까 살고 싶다면 치료를 받아야 산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남북관계가 곪을 대로 곪아 큰 병에 걸렸다면 진단을 정확하게 하고,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기다림'만 외치고 있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미봉남이라는 용어는 이제 폐기돼야 한다"며 "철저한 한미 공조가 이뤄지고 있고, 한미일 공조 외에 중국과도 공조를 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지만 이 발언을 하고 있는 때에 북한은 개성관광 중단 따위 강경조치를 통보했다.

 

청와대도 '기다림'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차분히 대응하겠다고. 언제까지 차분히 대응할지 모르겠지만 청와대가 저렇게 막혔다면 여론에 민감한 한나라당이라도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2조5천억원 정도 손실이 예상된다는 우려에 대하여 "우리쪽에는 그 정도 공단은 수백개 있다. 그것 하나가 우리 경제에 무슨 악영향을 미치겠느냐"고 했다.  

 

그는 또 "북한의 비핵화가 선결돼지 않으면 우리의 지원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국한될 수 밖에 없다"며"남측의 전폭적인 경제협력을 기대한다면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하여 이명박 정부 북한 정책인 '비핵개방3000'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박 대표는 "예측할 수도 없고 전혀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지는데, 북한 정권은 가변적이고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정권"이라고 하여 북한 정권 자체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이 한 마음이 되어 남북관계 개선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병을 치료할 마음이 전혀 없다. 지금도 병이 큰 병인데 고칠 마음은 없고, 기다리자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간절한 바람인 기다림을 들어줄 마음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찾아나서야 한다. 기다릴 시간이 없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기다리면 떠난다. 떠나고 나서 손들어도 소용 없다.


태그:#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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