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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60만명의 우리 아이들이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수능지옥에서 고통스러워할 때, 강남에서는 어른들의 환호성이 울렸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이제 마음속에서 한국을 지운다'는 '미네르바'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읽는 동안 문장 하나하나에서 그의 분노와 회환과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가슴도 아팠다.

MB 정부야 원래 태생이 '강부자' 정권이니 종부세를 못 죽여 안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치부해 버릴 수 있다. 그런데, 헌법적 가치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이름으로 2%를 위한 종부세 위헌결정을 내렸으니 이제 도대체 누구를 믿을 수 있단 말인가?

헌법 제34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으며, 이를 위해 제2항에 국가는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니도록 규정되어 있다. 종부세 사망으로 훼손될 98%를 위한 이 헌법적 가치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98%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13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종부세법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린 가운데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종부세법의 입법목적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났다며 취지를 살려나갈 것을 촉구했다.
 13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종부세법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린 가운데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종부세법의 입법목적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났다며 취지를 살려나갈 것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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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의 임기 동안 약 82.5조원이 감세로 새어나갈 예정이다('NABO 세수추계 및 세제분석 2008~2012' 국회예산정책처). 그리고, 그 대부분은 한줌도 안 되는 최상위 계층과 대기업의 주머니에 들어갈 것이다. 감세가 재정적자 누적으로 이어지든, 복지재정 축소로 이어지든 그 결과로 인한 고통은 '한줌'에 속하지 못한 우리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5년이 될 지, 10년이 될 지, 그 이상이 될 지 모르지만 98%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며 고통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클 것이다. 그리고, 이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은 2%를 위한 헌법적 가치에 의해 번번이 좌절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에 나 역시 미네르바처럼 이 한심한 공동체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욕구가 솟아올랐다.

그러나, 분노하되 절망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슬퍼하되 눈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 한심한 공동체를 빠져나갈 수 없는 98%의 대부분은 여기서 대를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야 자신들이 잘못 선택한 대가이니 고통 받아도 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같은 고통을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과 같은, 또는 지금보다 더 끔직한 사회에서 살아야 된다고 상상해보자.

지금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충분히 죄를 짓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하는 우리 아이들은 그만큼의 대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아니, 오히려 열심히 할수록 고통스럽기만 하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줄 세우기 교육 풍토 때문이다.

1등이 최고 가치인 교육 풍토 때문에 아이들은 의미 없는 점수 차이로 인해 울고 웃고, 심지어 자살까지 한다. 꿈도 없고 친구도 없다. 오로지 점수와 경쟁자만 있을 따름이다. 이건 차라리 지옥이다.

아이들이 지옥을 견딜 수 있도록 어른들은 거짓말을 한다. '조금만 견디면 천국이 바로 보인다. 대학이 천국이다.' 그러나, 어른들이 말한 천국이 또 다른 지옥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엄청난 등록금 때문에 아이들은 '알바'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심지어 휴학까지 해야 한다. 게다가 1등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했던 지식이 사실은 별 쓸모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쌓기 위해 별도로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게 죽도록 노력해도 그럴듯한 정규직 자리를 갖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선진국의 아이들이 꿈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가슴에 품을 동안 우리 아이들은 우물 안에서 점수와 1등만을 생각한다. 선진국의 아이들이 협동과 공동체의 가치를 배울 동안 우리 아이들은 '경쟁만이 살길이다'에 세뇌당하고 있다. 협동의 가치를 아는 100명이 모인 사회와 혼자 똑똑하고 경쟁만 아는 100명이 모인 사회 중 어느 사회가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교육은 차라리 2%의 음모에 가깝다. 돈으로 점수를 사고 1등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는 막대한 자본력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이로 인해 98% 역시 교육의 공공성은 낡은 가치이며 교육 역시 기업의 논리, 경쟁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2%가 만들어놓은 메트릭스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없다.

2%의 메트릭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부동산에 몰려 있는 우리의 돈과 관심을 조금만 아이들에게 돌리면 된다. 그리고, 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치를 깨달으면 된다.

2% 메트릭스 벗어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수능 시험장에서의 수험생. 과도한 학업과 입시 스트레스가 학령기 아동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수능 시험장에서의 수험생. 과도한 학업과 입시 스트레스가 학령기 아동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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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7가지 색 때문이다. 7가지 색깔을 통일시키겠다며 흩트리면 정체불명의 칙칙한 색깔이 될 따름이다.

우리 아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아름다운 존재들이다. 점수라는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 우리 아이들의 색깔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이 협동을 통해서 무지개와 같은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이다.

경쟁의 가치보다 협동의 가치를 앞세우는 사회가 오히려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나만의 상상력이 아니다. 이는 핀란드 교육이 입증한 진실이다. 경쟁도 단위가 있다. 개인 간의 경쟁도 있지만 회사 간의 경쟁도 있고 지역 간의 경쟁도 있으며 국가 간의 경쟁도 있다. 경쟁 단위 내에서는 구성원 사이에 협동이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 이는 협동이 경쟁력의 기반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간단한 진리를 모르고 우리는 그동안 아이들을 지옥으로 내몰았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면에서는 경상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 모두 똑같다. 이는 '아이들의 미래를 죽이는' 2%에 대항하여 우리 모두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미네르바의 고통과 분노와 슬픔,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넘어서야 한다. 이대로 주저앉거나 도망가는 것은 지금 힘들다고 아이들을 남겨두고 자살하는 무책임한 부모와 다를 바 없다.

저들은 앞으로 불경기를 빌미로 부동산에 우리의 세금을 퍼부으며 우리의 탐욕을 부추길 것이다. 돈으로 지배계급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에서 기업의 논리와 점수에 의한 경쟁의 논리를 더욱 더 강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막대한 자본력으로 우리가 하나가 되지 못하도록 경상도와 전라도, 서울과 지방, 단체와 단체를 끊임없이 갈라놓을 것이다.

우리가 어디에 살든,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이든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른들이라는 면에서는 우리 모두 공통점이 있다. 이제 우리가 서로 다른 점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보다 같은 점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하나가 되어야 한다.

당적, 소속단체, 지역을 초월하여 '아이들 미래 살리기'를 위한 연합체를 만들자. 이 연합체는 교육혁명을 위한 사회적 협약을 추진해야 한다. 그 결과, 부동산 투기와 아이들 줄 세우기에 미친 2%에 대항하여 98%의 뜻이 2010년 지방선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절망과 슬픔을 넘어서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제 98%의 희망을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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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네르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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