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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단감의 볼을 점점 더 주황빛으로 짖게 만들고
▲ 감 햇살은 단감의 볼을 점점 더 주황빛으로 짖게 만들고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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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감나무를 뒤흔든다. 잎이 하나둘 떨어져 나간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은 가을의 풍요로움을 더한다. 햇살은 단감의 볼을 점점 더 주황빛으로 짙게 만들고 찬바람이 뒤흔들고 지나간 감나무 잎사귀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들깨를 자르고 남은 마른 밑동을 고추잠자리가 여섯 발로 꼭 부여잡고 있다. 세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잠시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양이다. 점점 짧아지는 가을햇살은 산자락에 걸려있고 농부는 마지막 가을걷이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가을을 부여잡고 있는 고추잠자리
▲ 고추잠자리 가을을 부여잡고 있는 고추잠자리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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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유월에 심었던 고구마는 농부에 수확을 기쁨을 안겨준다. 수십 미터를 얽히고 설켜서 뻗어나간 고구마 덩굴은 여섯 달 동안 밭을 온통 푸른 잎사귀로 덮어버렸다. 줄기마다 세세한 실뿌리를 땅으로 내려 줄기를 걷어내는 게 쉽지가 않다. 낫으로 덩굴을 걷어내자 작은 두둑이 나타난다.

농부의 아내는 호미로 작은 두둑을 조심스럽게 파헤치자 실뿌리 줄기로 연결된 보라색 고구마들이 뭉치로 땅속에서 빠져 나온다. 땅심이 길러낸 선물이다. 농부의 부지런함에 자연이 주는 선물인 것이다.

▲ 호박고구마 수확 마지막 가을걷이가 한창인 광양 백운산 아래 양산마을 고구마 캐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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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농사 초보시죠."
"초보는 아닌디 나 월래 일을 못하거든요."

농부 아내의 날렵한 호미질에 땅 속에 숨어있던 통통한 고구마는 하나 둘 그 모습이 드러나고, 가끔씩 호미 날에 상처를 입은 고구마도 보인다. '고구마농사 초보'라고 장난기 섞인 질문에 뚝 잘라 초보가 아니라고 한다.

고구마는 첫서리가 오기 전에 캐야 한다고 한다. 서리를 맞고 수확한 고구마는 빨리 썩어 오래 보관할 수가 없다고 한다. 수확쯤 되어서는 충분한 수분이 필요한데 가을가뭄이 오래 지속되어 씨알이 작다고 한다.

실뿌리 줄기로 연결된 보라색 고구마
▲ 고구마 실뿌리 줄기로 연결된 보라색 고구마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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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호박고구마를 심었다고 한다. 이 품종은 병충해에 강한 호박에다 고구마를 접목하여 튼튼하게 자랄 수 있게 만든 '개량종'이라고 한다. 맛이 있다고 심었는데 맛이 별루여서 올해는 토양이 다른 밭에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씨알이 길고 크다고 한 고구마는 생각보다 작다고 실망스런 모습이 역역하다.

예순이 넘은 농부아내는 시장에 팔기보다는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심었다고 한다. "나중에 내가 늙으면 노후에 저축한다 생각하고 지금은 아무것도 안 바라고……." 부모의 자식사랑은 끝이 없다. 작은 소망을 실고 마지막 가을걷이하는 그의 호미질에 힘이 느껴진다.   

감자에 비해 당질과 비타민 C가 많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좋은 고구마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 한다. 줄기는 무침으로 먹기도 하고 가을수확을 마친 덩굴을 소나 돼지 등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에게 겨울나기 사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벼농사 수확은 벌써 끝나고 오늘 고구마 캐기가 끝나면 토란을 캘 예정이라고 한다. 봄여름 내내 농부의 보살핌과 사랑으로 들판을 누벼 던 식물들은 겨울나기를 위하여 하나 둘 작은 씨앗의 결실을 맺어 농부의 곡간으로 돌아간다. 

호박고구마 캐기
▲ 고구마 호박고구마 캐기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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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태그:#고구마, #가을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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