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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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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1.3%, 서초구 -1.4%, 송파구 -3.4%, 강동구 -3.5%

이는 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 통계에서 나타난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10월 둘째 주(10월 13일 기준)의 집값 하락폭이다. 이 통계는 "집값이 폭락하고 있다"는 서울 강남 지역의 아우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민은행 통계를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정보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더욱 확연하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30.87평)의 1층의 경우, 지난해 12월, 9억6500억원과 10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올해 9월엔 8억6500만원과 8억8000만원에 거래돼, 작년 12월에 비하면 1억원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가격 변동이 없는 아파트보다 가격이 떨어진 아파트가 많음을 감안할 때, 현장에서의 체감 경기와 국민은행 통계는 차이가 크다.

국민은행 통계는 통계청의 승인을 받아 정부의 정책 결정에 반영되는 자료로 그 어느 곳보다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왜 체감 경기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국민은행 통계, 부동산 중개업소 비공개로 신뢰도 높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총 2,444가구의 래미안퍼스티지(내년 7월 입주예정) 아파트 단지의 모습.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총 2,444가구의 래미안퍼스티지(내년 7월 입주예정) 아파트 단지의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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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보자. 국민은행연구소는 매주 월요일을 조사기준일로 삼아 월요일과 화요일 전국의 아파트의 매매·전세가격 동향을 조사해 그 주 금요일에 발표한다.

이 조사는 국민은행 대출기준이 되는 'KB아파트시세'와는 다른 표본을 사용하고, 그 검증 절차도 엄격하다. 서울 강남 지역 2118곳을 포함해 전국 1만5672곳을 표본주택으로 삼고,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실거래가격을 직접 온라인상 조사표에 입력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연구소 관계자는 "일반 시세 정보의 경우, 그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명단이 공개되기 때문에, 가격을 입력할 때 주변 중개업소나 지역 주민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신뢰가 떨어진다"며 "우리 조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신뢰도가 뛰어나다"고 밝혔다.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의 변동폭은 가격 변동률의 평균값을 의미한다. 30억원짜리 아파트 한 곳의 가격이 10%(3억원) 오르고, 3억원짜리 아파트 10곳의 가격이 10%씩 모두 3억원 내렸을 경우를 상정해 보자.

가격 평균값의 변동률을 구하는 일부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는 전체 아파트의 가격은 변동이 없기 때문에 보합으로 발표된다. 반면, 국민은행 통계에서는 1곳의 가격이 10% 오르고, 10곳의 가격이 10%씩 떨어졌으니, -8.18% 하락한 것으로 발표한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연구소 관계자는 "20여 년 간 시세 정보를 발표했고,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우리의 방식이 소비자의 체감 방식으로는 더 적합하다"며 "일부 언론에선 우리 통계가 잘못됐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언론들이 이해관계 때문에 그런 보도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급매물 반영 속도가 시장 체감 온도와 통계의 차이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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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의 자신감과는 달리, 현장에서는 "국민은행 통계를 못 믿겠다"고 말한다. 이러한 지적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집값이 급격히 상승할 때 역시 국민은행 통계의 집값 상승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체감 집값과 통계가 다른 가장 큰 이유는 급매물에 대한 통계 반영 구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모든 급매물을 통계에 반영하지 않는다. 개인의 사정 등 특수성이 있는 급매물 거래 가격을 시세에 반영할 경우, 시장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과 같이 급매물이 나와도 사는 사람이 없는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급매물이 쏟아져 나와 '급매물=시세'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일반적인 중개업소에서는 급매물을 정상 매물로 인정하지 않지만, 지금은 급매물 가격에 내놓아야 거래가 되니 급매물 거래가가 시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통계에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중개업소는 급매물을 시세에 반영할 만한 정상적인 가격으로 인정하는데 그 속도가 더디다. 엄격한 조사 원칙 상 중개업소가 급매물이 정상적인 가격인지 거래사례 비교법을 통해 그 반영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개업소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다 해도, 집값 하락을 바라지 않는 매도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함종영 스피드뱅크 시황분석팀장은 "통계와 현장은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중개업소에선 가격이 10억원인 아파트 단지에서 9억원짜리 매물이 한두 번 나오는 것을 시세에 그대로 반영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연구소 관계자는 "주식시장처럼 하루에 많은 거래가 일어나면 급매물에 대한 반영을 빨리 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시장의 특성상, 거래건수가 적기 때문에 급매물을 정상적인 거래로 인정해 급매물을 시세에 반영하는 시점이 상대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 통계 볼 땐 여러 통계를 같이 봐야"

그렇다면, 국민은행 통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이 통계가 실거래가가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실거래가는 급매물이 바로 반영되기 때문에 집값 등락이 국민은행 통계에 선행한다. 반면, 시세를 완전히 무시하는 급매물도 반영되기 때문에 그 등락 폭은 실제보다 과장될 수 있고,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지역의 집값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국민은행연구소 관계자는 "어떠한 통계도 절대적인 우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통계를 볼 때 한 가지만 봐선 안 된다"며 "시장의 흐름을 더 빨리 보고 싶다면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하는 실거래가 정보를 보고, 전체 시장의 흐름 변화를 보기 위해선 국민은행 통계를 참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은행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 통계와 체감 부동산 시장과의 차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Q&A 정보를 곧 온라인 상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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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집값, #부동산, #아파트값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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