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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장에서의 수험생. 과도한 학업과 입시 스트레스가 학령기 아동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수능 시험장에서의 수험생. 과도한 학업과 입시 스트레스가 학령기 아동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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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전국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즉 일제고사가 치러졌습니다.

14일 시험에서는 전국적으로 188명의 학생이 평가를 거부했고, 15일 시험에서도 총 149명의 학생이 응시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국 대부분의 학생들이 국가 주관의 시험에 대부분 응시했습니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학생들이 경쟁을 통해 학력을 신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용중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총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개인 경쟁력 강화는 이미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면서 "개인 경쟁을 더 강화시키기 위한 일련의 시도로 인해 역기능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7~19세 학령기 아동 정신질환 비율, 강남이 1등

서울 강남의 한 빌딩. 학원과 병원들이 대부분이다.
 서울 강남의 한 빌딩. 학원과 병원들이 대부분이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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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학령기 아동들이 학업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입시 중압감' 등으로 인해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자료가 나왔습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박은수 의원(민주당)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질병통계를 이용하여 7~19세 학령기아동들의 정신질환 실태를 발표했습니다.

16개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인구 100명당 2.58명이 정신질환 진료를 받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전남 지역은 1.41명이 정신질환 진료를 받아 2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이외에도 경기가 2.28명, 대전 2.2명 등 전국 평균인 2.06명보다 높았던 반면 강원 1.54명, 전북 1.46명 등은 평균보다 훨씬 낮아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과 지방의 차이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전국에서 학령기 아동의 정신질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강남구'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강남구의 학령기 아동 중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인구 100명당 3.8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음으로는 경기 성남 분당구가 3.74명, 수원 영통구가 3.31명, 서울 서초구 3.24명 등 전국 상위 10개 지역 모두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이는 전국에서 학령기 아동 정신질환 비율이 0.91명으로 가장 낮은 강원도 양구군을 비롯해 경남 남해군 0.94명, 경남 합천군 0.94명, 전북 장수군 0.94명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지나친 경쟁, 학령기 아동 정신질환 늘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학령기 아동의 정신질환이 증가하는 요인을 '과도한 학업', '입시 스트레스'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송동호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남의 아이보다 먼저 배우고, 좀 더 잘할 것을 요구하는 부모들의 기대 때문에 이에 따른 아동들의 학습 스트레스도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학령기 아동의 정신질환은 전국적으로 매년 두 자리 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방향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박은수 의원은 "왜곡된 교육과정과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면서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사회적 환경들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며, 학교 공간 내에서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처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학교 내 환경 개선과 개인 맞춤형 생활지도 등의 정책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용중 사무총장도 "초등학교부터 경쟁관계로 몰아가는 사회적 문화를 바꿔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는 경쟁 중심의 문화에서 협력 중심의 문화로 인식을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강남 아이들의 정신질환 1등, 다른 이유는 없나?

경쟁을 권장하는 사회분위기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만이 부유층 밀집지역의 학령기 아동의 정신질환을 늘리는 요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송동호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아이 문제에 대해서도 의학적 도움을 구하고 있어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가족형태 및 양육환경의 변화도 한 요인입니다.

대도시 지역에서 급속히 진행된 핵가족화 및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으로 인해 가정에서 이루어지던 훈육체계 및 사회적 관계 형성에 대한 역할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원인입니다.

송동호 교수는 "돌보아 주는 사람과 충분히 안정적인 애정관계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의 아이들이 집단 생활을 이른 나이에 시작하게 되면 또래집단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게 된다"면서 아이들의 정서적인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대도시 아이들이 가공식품에 쉽게 노출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청량음료나 가공식품에 많이 들어있는 단순당은 우리의 장이 소화 효소로 분해할 필요 없이 곧바로 흡수합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혈당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인슐린의 작용으로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면서 저혈당증이 올 수 있습니다.

이용중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총장은 "미국에서의 연구를 보면 저혈당증은 폭력과 공포를 조장시키는 등 정신건강 악화의 1순위로 꼽히고 있다"면서 먹을거리에 주의할 것을 당부합니다.

미래의 주역이 될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악화일로에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즉 일제고사가 지난 15일 끝났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행복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정신질환, #학령기 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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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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