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패닉, 공황, 위기 등 금융시장에서 최악의 상황을 나타내는 모든 단어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다. 금융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문제이다. 저축대부조합(1989년)이나 LTCM 사태(1998년 미 대형 헤지펀드 롱텀캐피털 파산 사태...편집자 주)와 같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서브 프라임이라는 부동산 시장에서 촉발된 위기가 금융시장과 이제는 실물 경제로까지 확산되는 복합적인 문제이다.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사상 초유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0일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 선진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부시대통령. 왼쪽은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왼쪽은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
 10일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 선진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부시대통령. 왼쪽은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왼쪽은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
ⓒ EPA=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글로벌 위기에 글로벌 공조하고 있지만

거창하게 말하면 신자유주의 몰락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자정 기능에 맡겨져 왔던 시스템이 서브 프라임으로 시작된 작금의 금융위기로 그 한계에 봉착하면서 그 역사적인 전환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과거 아시아와 남미 등 다른 나라들에게 요구했던 것을 이제 스스로 뒤집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 시장은 정부의 각종 대책과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자유낙하를 하고 있다. 다우지수는 쉽게 9000선을 내주면서 1년 전 최고점 1만4000에서 39.3%나 하락했다. 또한 최근 8일 동안 22% 이상 하락, 87년 블랙먼데이의 경우는 하루에 22.6%가 폭락했지만 이와 맞먹을 정도라고 한다. 대폭락은 통상 증시가 하루 또는 며칠간 20%이상 하락했을 때를 뜻한다. 미 증시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모든 세계의 국가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미 의회가 부실자산을 정리하라고 70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제공했고, FRB가 기업어음(CP)까지 매입하기로 했다. 중앙은행이 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는 전례 없는 강수를 두기로 한 것이다. 한국으로 말하면 한국은행이 기업들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미 재무부가 투자은행들의 정리에 이어 시중은행들에게도 직접 자본을 투입해 경영권을 정부가 장악하겠다는 보도까지 나왔으나 시장은 냉담했다.

이 뿐만 아니다. 주요 7개국의 중앙은행들은 그 동안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꺾이면서 동시에 금리를 0.25%~0.5%P 내리는 전례 없는 공조체제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각 국의 사정이 다름에도 지금의 위기 상황이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이 미국의 금융시장을 위한 것으로 아무리 유동성을 공급하고 개입을 해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먹히지 않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대책이 나오면 과거와 같으면 시장에서 반응을 하는데 지금은 대책 뒤에 더 강도 높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더 빠른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준비하는 기간 동안 상업은행이 파산하고 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흔들리면서 실물경제가 침체되고 있다. 이것이면 가능하다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맛만 보인 것이 잘못이다. 사태가 터진 이후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대응책이라고 나오지만 단순히 그 문제만이 아닌 더 커다란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하면서 악화시키고 신뢰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G20 재무장관 회담이 열리고 G7 국가들이 모여 논의를 했다.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였던 남미의 국가들도 자국의 증시 폭락 사태를 보고 심각성을 깨닫고 모임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고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부족했다는 평가이다. 13일부터 열리는 IMF와 세계은행의 연차총회가 열리게 되는데 추가적인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에 예외일 수 없었던 국내 시장

국내시장도 금융의 세계화에 벗어날 수는 없었다. 종합주가지수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하는데 날개 없이 추락하듯 걷잡을 수 없었던 한 주였다.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양 시장 모두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연중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미 다우지수의 연이은 폭락과 일본 중국 유럽 등 전 세계적인 증시의 동반 급락, 그리고 실물 경기 침체 우려 확산 등으로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매도와 기관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면서 한국 시장을 허리케인이 지나간 것처럼 싹 쓸어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이미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IMF는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가 3.5%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내 경제 연구소들도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인해 내수에 이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수출마저 악화되면서 이제는 기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3분기 실적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의견과 함께 기본적인 펀드멘탈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불어 온 쓰나미는 어떤 당근을 주어도 시장을 받칠 수는 없었다. 이제 매도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한국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하지만 한국 혼자만의 힘으로 상승하기엔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해외 시장이 순차적으로 안정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며 이러한 것은 한국시장에도 필요하다.

주식시장만큼이나 외환시장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면서 불안하다.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들의 매도와 정유사들의 결제 수요 등으로 달러가 부족한 가운데 해외 금융위기로 달러를 차입하는 길이 막혀 투기적인 요인까지 겹치면서 장중 1500원선까지 상승하였다.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상승을 멈추지 않았던 환율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이에 호응한 삼성, 현대차, 포스코 등 대기업의 달러 매도를 시작으로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0.25%P 인하를 단행했다. 결정 전까지는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세계적인 금리인하 동조화에 같이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으면서 격론 끝에 내린 것이다. 이는 두 달 만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명분으로 금리를 올렸던 한은의 입장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방향전환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금리로 고통을 받고 있던 가계나 기업 등 많은 경제 주체들에게 숨통을 트여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고유 역할인 물가 안정을 버리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경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펀드멘탈보다 더욱 많이 떨어진 주가와 펀드멘탈보다 더 많이 상승한 환율을 보면서 이는 펀드멘탈로 해석할 시기는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심리적인 측면이 많이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심리적인 불안정이 오버슈팅으로 표현된 것으로 글로벌 정책 공조와 함께 국내적으로도 대책을 강구한다면 적정 수준으로의 회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희망의 싹을 보았으면..

요즘 증권사 객장에는 한숨만이 나오고 있다. 과거와 같은 멱살잡이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투자자는 투자자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과거에도 시장의 상황이 최악일 때마다 나왔지만 증권사 직원들의 자살 소식이 들려왔다. 전화로 하소연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집 팔아서 몽땅 다 넣어 놨는데 어떻게 하면 되겠냐 희망은 있느냐는 것이다. 막상 속 시원하게 대답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펀드의 손실이 올 한해 55조에 이른다고 한다. 펀드의 판매로 수수료 재미를 본 은행들도 요즘 죽을 맛이라고 한다. 불완전 판매로 인한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40~50대는 동토의 땅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풀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동산이라는 자산이 있다. 그러나 20~30대는 펀드 열풍에 휩쓸려 부동산보다, 적금보다 펀드에 소위 몰빵을 했다. 반토막이 난 지금 상황에서 결혼을 해야겠다는 희망도 집을 사야겠다는 희망도 사라진 것이 더 안타깝다. 사회를 짊어지고 가야 할 세대가 풀이 죽어 있으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베르테르 효과인가? 최진실씨의 죽음에서부터 이어지는 자살 소식에 우울하기만 하다.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 갔을 법한 일이지만 요즘 자살이라는 기사가 유난히 크게 보이고 있다. 경제라도 좋다면 빨리 잊어 버릴 수 있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허둥대면서 지나간 1주일을 뒤로하고 이제 다소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계적인 공조의 흐름과 정부의 안정대책 등 다양한 위기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여 긍정적인 생각을 해본다.

금감원은 15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준비를 위한 설명회를 연다. 현재의 금융위기를 가지고 온 미국의 시스템을 따라가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에는 한국은행의 가계 대출 동향이 발표되고 한창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 중에는 17일 금융감독원의 감사가 주목된다.

막히는 출근길에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들으면서 회사에 나왔다. 흑자도산을 막겠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노력하자, 경상적자가 100억 내외 정도가 예상되는데 유가의 상승으로 도입하는 비용이 1100억원이다, 에너지 10%만 절약하면 경상적자를 메울 수 있다라는 내용으로 기억된다. 감성적으로 시작해서 국민에게 힘을 내자고 하는 대통령의 말에 공감을 한다.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희망을 주기 위한 대통령의 노력에 힘을 보태고 싶다. 그러나 국민들은 바란다. 이 어려운 상황이 1년이 더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일지는 모르지만  어두운 터널이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 아시아에서 가장 긴 터널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부디 이번이 계기가 되어 함께하는 대통령, 함께하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


태그:#증시전망, #증시 , #대통령라디오연설, #펀드, #외환시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