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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가 IMF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한 <뉴욕타임즈>
 아이슬란드가 IMF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한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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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북부 유럽의 부자 국가 아이슬란드가 '국가부도' 상태에 직면해 있다. 인구 30만여 명의 소국이지만 금융 산업을 통해서 세계적인 나라로 발돋움한 아이슬란드가 이제는 오히려 이 '금융 산업'에 완전히 발목이 잡혔다.

아이슬란드 은행들이 부도를 맞자, 영국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당장 원금을 보장하라"며 호통치는 등 아이슬란드의 국가 자존심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무분별한 해외자본 차입과 부족한 외환 보유고가 직격탄

게이르 하르데 아이슬란드 총리는 최근 "아이슬란드 경제가 은행의 부실로 인해서 국가부도를 맞을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왜 부국였던 아이슬란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아이슬란드에서 그간 은행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예금인출이 쇄도하면서 은행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빅3 은행인 카우프싱, 란즈방키, 글리트니르 은행이 문을 닫을 지경이 되었고, 아이슬란드 정부가 이들을 전부 국유화하기로 했다. 그 사이에 아이슬란드 화폐 가치는 반토막이 났다. 불과 3주 만에 벌어진 일들이다.

영국 방송 <BBC>는 아이슬란드가 국가부도에 처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중앙은행의 역할에서 찾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서 은행의 이자율을 때로는 무려 15%까지 높게 잡았다고 한다.

이같은 고금리 정책은 아이슬란드 내 기업들과 가계들로 하여금 해외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은행들은 해외에서 돈을 끌어들여서 국내보다 낮은 이자로 대출 장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위해 영국 등 해외에서 최대한 해외자본을 끌어들였다. 정부도 금융부분의 규제완화 정책을 구사하면서 은행의 해외자본 도입과 이자율 각종 규제를 풀었다.

은행들은 이를 통해서 그 규모를 늘려갔고, 은행들의 해외차입 규모는 아이슬란드 전체 GDP의 무려 10배 수준으로 늘었다. 해외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오자, 아이슬란드 화폐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고 경제 성장률이 높아졌기에 정부도 이를 용인했다.

<BBC>는 특히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한데 아이슬란드는 정부의 전직 총리가 중앙은행장으로 근무하는 등 양측이 사실상 '유착'되면서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계속 올렸고, 결국 상황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이유는, 정부의 예금보장 능력에 있다. 이번 같은 금융위기에서는 국가가 얼마나 예금을 보호해줄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데, 아이슬란드는 경제 규모가 작은 소규모 국가였기에 은행고객들이 불안을 느끼고 대량 예금을 인출한 것. 더욱이 중앙은행마저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러시아에게 긴급하게 54억 달러를 요청하고 IMF와 논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영국 "17조 책임져라!", 네덜란드 "12만명의 예금을 보장하라"

영국과 아이슬란드의 갈등을 보도한 일간 <텔레그라프>
 영국과 아이슬란드의 갈등을 보도한 일간 <텔레그라프>
ⓒ 텔레그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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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정부가 대책 마련에 정신이 없지만 더욱 골치아픈 것은, 국유화된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계좌에 가입했던 영국과 네덜란드 등 해외고객들의 예금이다. 아이슬란드 정부가 자국민의 예금은 보장하겠다고 하면서, 해외 고객의 예금은 일정 금액 이상 책임 져줄 수 없다고 하자 이들 정부가 발끈하고 나선 것.

특히 영국에서는 수십만 명의 일반 고객들이 다른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아이슬란드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다. 일간 <가디언>은 영국의 지방정부와 대학, 기부단체, 일반 시민 등이 무려 약 17조원(80억 파운드) 규모의 예금을 아이슬란드 은행들에 넣어둔 상태라고 보도했다.

상당한 금액이 떼일 위험에 직면하자, 고든 브라운 총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완전히 불법이다"며 "영국내 아이슬란드 기업들의 자산을 동결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얼마나 다급했던지 영국 정부는 자산동결의 법적 근거로 어울리지도 않은 '반 테러법'을 들고 나섰다. 엉겹결에 테러국가로 지목된 아이슬란드 정부도 짜증난다는 분위기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네덜란드도 상황이 비슷하다. 12만명이 아이슬란드 은행들에 계좌를 가지고 있다. 당장 예금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네덜란드 정부는 협상단을 보내 아이슬란드 정부와 예금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외부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 내부의 부실은 더욱 드러나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왜 한국의 원화가치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유독 더 떨어지는 지, 우리 경제 내부의 근본 문제들을 철저히 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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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금융위기, #아이슬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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