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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시인의 유고(遺稿) 보존된 가옥 지난 3일 '가을 전어축제'가 열린 광양 망덕포구에서 윤동주시인의 유고가 보존된 정병욱 교수 가옥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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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작은 배를 잡고 자꾸만 흔든다. 오늘따라 포구가 시끄럽다. 매년 이때가 되면 망덕포구에서는 가을 '전어축제'로 먹을거리 볼거리로 작은 포구는 홍역을 치른다. 축제가 시작된 지 벌써 올해가 10번째가 된다고 한다. 축제가 열리는 포구를 기웃거리는데 눈에 띄는 곳이 있다. 윤동주 시인의 유고(遺稿)가 보존되었던 옛 가옥이다.

그 집 앞으로 포구 따라 넓게 뚫린 포장도로가 시원스럽다. 망덕포구를 다시 찾아 온 지도 꽤 오래된 듯싶다. 10여 년 전만 해도 횟집이 즐비한 선창가 작은 길을 따라 걷다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곤 하였던 기억이 난다.           

축제로 들썩이는 포구 한 귀퉁이에 위치한 가옥은 초라하다는 느낌이 든다. 지나가는 사람 한 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이라 관심은 온통 축제로 쏠렸는지 이곳은 조용하기만 하다. 그래도 제법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아빠는 열심히 설명을 한다. 아이는 아빠의 설명보다는 밑 부분이 빠져 구멍이 난 미닫이문을 통하여 자꾸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윤동주시인의 유고(遺稿) 보존된 가옥
▲ 정병욱 교수 가옥 윤동주시인의 유고(遺稿) 보존된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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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보아도 옛날 가옥이다. 어두운 갈색, 무겁게 보이는 회색빛 지붕이며 지붕아래쪽으로 덧대어 놓은 녹슨 양철, 유리창이 깨진 미닫이문 아래로 널판지가 빠진 곳을 통하여 안쪽원고가 숨겨진 마룻바닥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런데 왜 집이 이렇게 망가졌어요?"

엄마 아빠와 함께 집을 구경하던 아이는 안타깝다는 듯 질문을 던진다. 이 가옥은 국문학자 정병욱 교수가 기거했던 옛 가옥이라고 한다. 한쪽은 양조장으로 또 한쪽은 주택으로 사용했던 1925년에 건립된 점포주택이라고 한다. 요즘은 보기 힘든 건축물이라 가치가 있다고 한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현대식 철근 콘크리트 건물 내용연수 길어야 60년이다. 일부 벽과 천정을 헐어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80여년이 지난 이 가옥은 그런 대로 보존이 잘 되어있다.

연회전문학교 시절의 사진입니다.
▲ 윤동주와 정병욱 연회전문학교 시절의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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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에 윤동주 시인의 유고(遺稿)가 보존되어 있었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은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던 1941년 자선(自選)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하였으나 일제의 탄압으로 여의치 않게 되자 자필원고를 정병욱에게 맡기고 유학을 떠났다 고한다.

일본의 감시를 피하기 위하여 마룻바닥 아래 시집을 숨겨 보관하던 시집은 1948년이 되어서야 그의 후배 정병욱 교수에 의해 한 권의 시집으로 간행되어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의 시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다음은 순수 서정 속에 민족의식을 담아내 일제 암흑기의 어두운 문학사를 밝혀 주는 저항의 등불로 평가되고 있다.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등의 대표작은 널리 애송되는 작품으로 유고가 이곳에서 보존되지 않았다면 그 존재조차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라고 한다.

"설레죠. 제가 그 시대에 있던 것 같기도 하고……."

망덕포구에서 가까운 광양읍에 살고 있으면서 이곳을 처음 찾아왔다는 이유민씨는 그의 첫 소감은 '설렘'이라고 이야기 한다. 낡은 가옥 마룻바닥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주옥같은 시가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던 역사적 현장은 '전어축제' 분위기보다 더 '설렘'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제 이곳은 지난해 7월 3일 등록문화재 제341호가 됐다.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자선육필시고집에 들어있던 "서시"
▲ 서시 자선육필시고집에 들어있던 "서시"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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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u포터, 여수미디어코리아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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