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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급수에만 사는 쌀미꾸리도 없애버린 자연형하천공사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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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태어나 30년 넘게 살고 있는 마을인 인천 서구 공촌동에는 지방2급하천인 공촌천이 계양산과 철마산 줄기를 따라 흘러내려와 연희동, 심곡동, 경서동 일대를 가로질러 서해로 빠져나갑니다. 이 공촌천 중상류 지점(인천 공촌정수장)에서는 2년 가까이 말만 요란한 '자연형하천 조성공사'가 끝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공사중입니다.

공촌천
 공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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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장마 이후 8월 말까지 큰 비가 내리면서 자연스레 물길이 만들어져 그동안 세금만 퍼부은 자연형 하천 조성공사 흔적을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 공사 업체는 포클레인을 동원해 하천변과 하천바닥을 또다시 긁어내고 파헤치며 삭막한 콘크리트 구조물과 바윗덩이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흐르던 물길이 막히고 하천 생물과 수생식물들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공촌천이 왁자지껄했다.
 공촌천이 왁자지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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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한 아이들은 공사중인 공촌천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공사중인 공촌천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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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모니터링 이후 지난 일요일(21일) 도서관 가던 길에 둘러본 공촌천에서, 정기적으로 공촌천 생태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는 지역주민들과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버드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들 중에 안면이 있는 인천녹색연합 회원분께서 저를 애타게 불러 찾아가니, 이런 말을 건네 주었습니다.

"리짱님. 만나면 해줄 말이 있었는데… 지난 번에 1급수에만 산다는 쌀미꾸리가 저기 위(콘크리트 구조물과 바윗덩이에 갇힌 물웅덩이)에 수십 마리가 있었거든요. 며칠 뒤 다시 와서 쌀미꾸리를 놓아주려고 했는데, 공사한다고 물길을 막아 쌀미꾸리가 모두 죽어버렸네요."

버드나무 아래서 공촌천 생태모니터링을 나온 지역주민과 아이들이 쉬고 있다.
 버드나무 아래서 공촌천 생태모니터링을 나온 지역주민과 아이들이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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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타깝고 답답한 소식을 듣고 혹시 웅덩이에 쌀미꾸리 사체가 남아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고 하더군요. 인간들의 편리와 욕심으로 얼룩진 자연형하천 공사는, 이제 서식처를 잃고 점점 사라지는 토종물고기마저 죽여가며 공사를 해대고 있는 거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물길을 뛰노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물고기나 다른 수생동식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라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하천과 하천 생명들,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까지 파괴하는 자연형하천 공사와 생태복원은 당장 그만둬야 하겠습니다.

물 유입량도 줄고 공사를 한다고 물길을 막아 쌀미꾸리가 모두 죽어버렸다 한다.
 물 유입량도 줄고 공사를 한다고 물길을 막아 쌀미꾸리가 모두 죽어버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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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생태하천·자연형하천 공사의 실태와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시는 2030년까지 9730억 원을 들여 인천 도심을 흐르는 7개 하천과 강화도 12개 하천 등 19개 지방하천에 대한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지방 건설업체들이 20년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밥그릇을 채워주기 위해 시재정을 아끼지 않고 퍼주는 모습 참 대단합니다!



태그:#공촌천, #자연형하천공사, #쌀미꾸리,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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