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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익는 들녘위로 기차가 지나가는 마을 능내리
 쌀익는 들녘위로 기차가 지나가는 마을 능내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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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전철역에서 팔당댐을 지나 능내역 기차길을 건너 다산 유적지까지 가는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여행길입니다.
 팔당전철역에서 팔당댐을 지나 능내역 기차길을 건너 다산 유적지까지 가는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여행길입니다.
ⓒ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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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도 지나고 가을이라지만 한낮의 따가운 햇살과 무더위로 지구 온난화를 실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럴 땐 멀리 여행을 떠나자니 덥고 뜨거운 햇볕이 부담되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자니 안그래도 짧아만 가는 가을 나날이 아깝고 그런 9월의 주말입니다.

남양주시에 있는 마을 능내리는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그런날 가볍게 여유롭게 떠날 수 있는 동네이죠. 한강가에 있는 데다 나무와 숲이 우거진 작은 뒷산을 지니고 있어 늦더위가 시원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꽤 유명해진 이웃 동네 양수리에 비해 보고 즐길 것이 많지는 않지만, 마음이 감성적이 되고 상념에 빠지게 되는 그런 마을입니다.

서울에서 매우 가까운 동네이지만, 능내리 가는 길은 도시의 분위기가 어느새 사라지고 정겨운 기차길과  이제는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 빈 기차역이 동네입구에서 먼저 맞아주네요. 그 길의 끝은 남한강을 마주한 다산 정약용의 생가와 무덤이 있는 다산 유적지입니다. 마음에 익숙하고도 편안한 풍경길입니다.

저는 한강을 따라 주로 야외를 달리는 기차같은 중앙선 전철에 애마 자전거를 싣고 종점인 팔당역에 내려 매점에서 김밥을 든든히 먹고 애마에 올라타 능내리로 향했습니다. 팔당 전철역은 인근 예봉산에 올라가는 많은 등산객과 저 같은 소수의 자전거 여행자들이 뒤섞여 시끌벅적한 장터같습니다.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는데 전철 청량리역이나 강변역에서 2228번 또는 2001-1번 버스를 타고 창밖의 경치를 감상하며 가다보면 도착하지요.

지도상으로도 가깝게 보이고 자가용을 타고 갔으면 금방 도착했을 동네가 자전거를 타고 가니 역시 처음 여행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심심하면 지나가는 기차소리를 응원삼아 산처럼 높은 고지에 있는 팔당댐을 향해 힘껏 페달을 밟습니다.

팔당댐 가는 높은 길 위에 덩그러니 버스 정류장이 서있는데 뒤로 넓은 팔당호와 크고 작은 산들이 병풍처럼 받치고 있는 제가 만나본 제일 멋진 버스 정류장입니다.
따가운 햇살도 피할 겸 잠시 쉬면서 물도 마시고 정류장에서 버스도 기다려 보았습니다.

팔당댐을 지나 양평이나 청평가는 길에는 특히 자전거 라이더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 길은 저처럼 가까운 곳에 가는 사람부터 양평, 춘천 등지로 가는 다양한 자전거 여행자들이 스쳐 만나는 길입니다.

도시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이런 곳에서 지나다가 얼굴이 마주치면 손흔들며 혹은 안녕하세요! 소리치며 동지애(?)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팔당역이 종점인 중앙선 전철은 한강도 지나가고 주로 야외를 달려 마치 기차를 타는 것 같습니다.
 팔당역이 종점인 중앙선 전철은 한강도 지나가고 주로 야외를 달려 마치 기차를 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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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호를 옆에 끼고 능내리를 향해 가다가 만난 버스 정류장인데 제가 본 가장 풍광이 좋은 정류장입니다.
 팔당호를 옆에 끼고 능내리를 향해 가다가 만난 버스 정류장인데 제가 본 가장 풍광이 좋은 정류장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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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 팔당댐 가는길에 자전거 라이더들을 자주 스치며 만납니다..그래서인지 차들도 위협적으로 과속하며 달리지 않아 좋습니다.
 저 앞 팔당댐 가는길에 자전거 라이더들을 자주 스치며 만납니다..그래서인지 차들도 위협적으로 과속하며 달리지 않아 좋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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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의 보안상 오토바이나 자전거는 건널 수 없는 팔당댐의 언덕길을 지나가니 길가에 능내슈퍼, 능내 편의점 등이 능내리에 왔음을 알려줍니다. 능내리가 품고 있는 빈 기차역(혹은 무정차 간이역)인 능내역이 숨어 있는 듯 길 가 집들 사이에 다소곳이 보입니다.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 휙 지나가버리면 그 존재를 알 수 없는 작은 기차역이지요.

2005년 이후로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 앞에 멍하니 앉아 끝이 없을 것 같은 기차길을 보며 있자니 저도 모르게 감성이 살아나 시(詩)를 쓸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상념에 젖어있는 저를 깨우기라도 하듯 정신차리라며 기차가 큰소리로 포효하며 지나갑니다.

능내역의 기차길 건널목은 능내리 마을 주민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입니다. 저도 이 길목을 건너가 좀 더 한강쪽에 면한 능내리로 들어가 봅니다. 큰 강이 가까운 동네답게 작은 저수지와 저수지에서 물고기 잡는 어르신들, 노랗게 쌀이 익어가는 논밭이 정겹습니다. 거기다가 틈틈히 마을을 지나가는 기차와 기차소리는 이 고즈넉한 마을에 왠지 어울리게 느껴졌습니다.

이 동네가 좋은지 어떻게 알고 드문드문 예쁜 펜션같은 전원주택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공기좋고 풍광좋은 이 동네에 집짓고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부럽기도 하네요. 동네의 집들 사이에 표지판도 없이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아스팔트길 입구가 보이는데, 동네 뒷산격인 쇠말산 오르는 길입니다.

몇몇 주민들이 산책삼아 걸어 가길래 무슨 길이냐고 물어보았다가 쇠말산이라는 이름의 재미있는 산이며 길을 다 지나면 다산 유적지가 있는 마현골이 나온다는 귀중한 얘기도 들었네요. 다산 유적지를 가려면 다시 차길로 나와 차들과 신경전을 하며 가파른 언덕길도 오르내려야 하는데 이런 유유자적한 동네길을 알게 되다니 참 흐뭇했습니다.
 
그리 심한 고갯길은 아니지만 산을 천천히 감상하기 위해 끌바(자전거를 타지않고 끌고 다님)를 하며 쇠말산길을 오르고 내려오니 정말 다산 유적지가 있는 마현골 마을이 쨘~하고 나타납니다.

한강이 눈 앞에서 유유히 흐르는 능내리의 유명한 관광지로 조선시대 정조 임금의 총애를 받던 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생가와 무덤이 있습니다. 남양주시에서 올해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다산 문화제를 연다고 합니다(다산 유적지는 입장료와 주차료가 무료입니다).

정조 임금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한 정약용 할아버지가 살다가 돌아가신 고향에서 바다처럼 넓게 흐르는 남한강을 바라보며 능내리 여행을 마감합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여행이 아닌 그냥 마음이 허허로울 때, 가벼운 여유를 느끼고 싶을 때 찾아가고 싶은 마을입니다.
 
능내리가 품은 빈 기차역 능내역입니다..적막하기 이를데 없는 간이역 계단에 앉아 있다보면 누구나 시인이 될 것 같네요.
 능내리가 품은 빈 기차역 능내역입니다..적막하기 이를데 없는 간이역 계단에 앉아 있다보면 누구나 시인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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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며 시래기등 햇살을 쬐면 영양가가 더욱 좋아지는 먹거리들이 동네에 많이 깔려 있습니다.
 고추며 시래기등 햇살을 쬐면 영양가가 더욱 좋아지는 먹거리들이 동네에 많이 깔려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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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작은 저수지에서 남한강처럼 유유히 노를 젖고 그물을 치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경건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마을 작은 저수지에서 남한강처럼 유유히 노를 젖고 그물을 치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경건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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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을 봐도 짖지 않는 순둥이 개가 마을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외지인을 봐도 짖지 않는 순둥이 개가 마을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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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할아버지가 18년 동안이나 귀양갔다가 돌아와 73살까지 살다가 돌아가셨다는 능내리 마현골의 평화로운 남한강 정경입니다.
 다산 정약용 할아버지가 18년 동안이나 귀양갔다가 돌아와 73살까지 살다가 돌아가셨다는 능내리 마현골의 평화로운 남한강 정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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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능내리, #남양주시, #팔당역 , #다산유적지, #마현골, #군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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